올해 소설을 거의 안 읽었다. 기억나는 책은 3권 정도다.일 년에 달랑 3권이라.. 이거 정말 심각한 것 아닌가? 나는 영화나 드라마도 거의 안 본다. 그냥 올해는 상상의 세계엔 발도 담가보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내가 나만의 세계에만 빠져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왠지 반성문을 써야 할 것만 같았다. 내가 공감 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도. 점점 다른 사람 말 듣기가 싫어지고, 퉁명스럽고 까칠해지는 것도. 다 이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 이런 '소설 기피증'이 나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내 주변 이웃들도 보면 소설은 많이들 안 읽는다. 베스트셀러 목록도 대부분 실용서가 차지하고 있다.
소설,
이대로 괜찮은 건가?
왜 소설을 읽지 않으십니까?
이 책은 우리에게, '소설 읽기의 힘'을 강조한다.
이유는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먼저, 문학이란 내가 절대로 경험하지 못할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보는 연습이다. 누구나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다. 문학을 통해, 소설 속 인물의 삶을 통해 우리는 인생을 배운다. 나의 고통은 주인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문학은 우리의 공감능력을 키워준다. 다른 사람의 머릿속, 그 감정의 소용돌이를 엿보는 것. 너와 나는 무엇이 같고 다른지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나는 왜 소설을 읽지 않았을까?
이 책은 이런 이유 또한 가르쳐준다.
이 내용을 토대로 나는 나만의 '변명 글'을 만들어 보았다.
왜 소설을 안 읽게 되는가. 먼저, 소설은 작가마다 편차가 너무 크다. 이건 비문학도 마찬가지긴 하다. 하지만 비문학은 '인용문'이 많다. 따라서 저자 생각이 별로여도, 최소한 '인용문'이라도 건진다. 하지만 소설은 다르다. 작가의 원맨쇼다. 누군가의 도움은 허락되지 않는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야 하며, 이는 정말 역량 차이가 많이 난다.
또한 소설은 '몰입'의 장르다. 이 말은, '나눠 읽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영화를 10분, 20분씩 나눠서 보는 사람이 있을까? 별로 없을 것이다. 문학 또한 마찬가지다. 소설도, 나눠 읽으면 재미가 떨어진다. 몰입이 잘 안된다. 따라서, 한 자리에 앉아 후르룩 마지막 국물까지 다 마셔버려야 하는데, 그럴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그리고 문학은 어렵다. 겨우겨우 끝까지 다 읽었다 치자. 다 읽고 나서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소설이다. 난 진짜 잘 모르겠다. 인문학이나 실용서에 비해 혼란스럽다. 왜 주인공이 마지막에 죽는지, 왜 이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왠지 언어영역 정답 맞히기를 해야 할 것 같은 그 기분.
마지막으로, 소설은 비극적이다. 대부분 슬프다. 끔찍하다. 해피앤딩도 있긴 하지만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7:3 정도 될까. 새드 앤딩이 압도적이다. 난 슬픈 영화를 잘 못 본다. 영화관에 가서 보면 별 슬프지도 않은 장면에 대성통곡하고 있는 사람. 또한 잔인한 장면이 나오면 눈을 감는 이상한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년엔 소설
사실 가장 어처구니 없는 것은
나의 '인생 책'들은
죄다 소설이라는 거다!
이런. 알고 보면 나는 소설을 꽤 좋아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집 떠나 오래 살던 아이가 다시 돌아와 그리운 집밥을 먹는 것처럼. 다시 소설을 만나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래도 소설 읽기는 여전히 어렵다. 의지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참고로 방법을 짜 보기로 했다.
일단, 엄선된, ‘수상작’들을 주로 읽는다. <다시, 문학이 필요한 시간> 역시 그 방법을 권장한다. 특히 이 책은 절반 정도가 문학상 소개와 작품 설명으로 채워져 있다. 국내외 모두 소개하고 있어서 골라보기 좋다. 그리고 단편 위주로 읽는다. 나눠 읽기 힘드니까. 그리고 작품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면, '해설집이나 인터뷰'를 읽어본다. 마지막으로, 슬프거나 잔인한 소설보다는 발랄하고 따뜻한 내용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