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킬로가 쩠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내가 게을러서이다. 앉아서 일하거나 책만 읽고 있으니, 살이 찌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이제 곧 새해고 하니, 야심 차게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이럴 때 읽기 딱 좋은 책들이 있다. 바로 '습관' 책. 다이어트도, 운동도 모두 '습관'이니까.
습관 책들은 조금씩 각자의 개성이 있다. <습관의 디테일>의 특징은 '작은 습관을 일상 속에 껴 넣은 뒤, 마구마구 칭찬해 주기'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정말 토막 시간들, 즉 30초 정도로 '아주 작은 습관'을 쌓아 큰 습관을 만들라고 권한다. 예를 들면 화장실 가면서 스쿼트 5개 같은 것들.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인간을 움직이는 3박자
어떨 때 행동은 습관이 될까?
<습관의 디테일>에서는
자극, 능력, 동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화장실을 가기 전 스쿼트 5개를 하면서 살을 뺀다'라는 행동을 예로 들어 보자. 이때 동기는 '살을 빼고 싶다'이다. 능력은 '스쿼트 5개는 할 수 있다' 가 될 것이다. 한 번에 100개는 무리니까. 마지막으로 자극은 '화장실에 가기 전' 이 된다. 화장실이라는 것은 하나의 신호가 되어 우리의 행동을 자극한다.
여기서 가장 1순위는자극이다.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자극이 있는가? 이 점을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2순위는 능력이다. 능력이 없다면 그 행동은 습관이 되기 어렵다. 몇 번 시도하다가 그만둘 것이다. 마지막으론 동기다. <습관의 디테일>에서는 동기의 영향력이 가장 약하다고 주장한다. '살을 빼겠다는 우리의 강력한 다짐' 이 다짐만으로는 습관이 되기 어려운 것이다. 인간은 여러모로 믿을 게 못된다.
습관은 자란다
습관은 성장하고 증식한다. 습관의 성장이란 규모가 커진다는 의미다. 5번의 스쿼트가 100번이 된다. 같은 행동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습관은 증식한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멋진 하루가 될 거야"라고 외치는 습관을 상상해보자. 이런 긍정적 습관은 삶 전체를 바꿔놓는다. 성공은 성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성공이라도 이뤄낸다면 곧바로 자신감이 커지고 다시 유사한 도전을 하려는 동기가 높아진다.
<습관의 디테일>은 다음의 7단계를 통해
습관을 만들어 볼 것을 권유한다.
1. 열망을 명확히 하기
2. 행동 선택지 탐색하기
3. 적합하고 구체적인 행동 찾기
4. 아주 작게 시작하기
5. 적절한 자극 주기
6. 성공 축하하기
7. 반복하고 확대하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아주 작게' 시작하기와 '성공 축하하기'라고 볼 수 있다. 긍정적인 감정은 뇌를 중독시키는 힘이 있다. 습관이란 뇌가 기억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때 '습관'이 된다. 감정은 여기서 행동이 더 자동적으로 일어나게 도와준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갖고 싶은 습관에 좋은 감정을 결부시키는 게 중요하다.
나중에 큰 보상을 주는 것은 효과가 없다. 따라서 작은 성공을 이루어 낸 뒤, '바로 축하해' 주는 것은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주는 최상의 방법이다. 아침에 스쿼트 5개 하기를 저녁 영화 감상으로 보상하겠다는 건 효과가 없다. 도파민이 두 경험을 연결하기에는 시간상 너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장실 가면서 스쿼트 5개를 했다면 바로 외쳐라. "대단해! 해냈어!!"
그래서 내가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있는 건 자극, 능력, 동기모두 부족해서이다. 습관을 설계해 본다. '화장실을 가기 전'이라는 자극을 만든다. '스쿼트 5개 하기'라는 능력을 설정한다. '날씬해지겠다'는 동기를 불타오르게 한다. 그리고 실천할 때마다 나 자신에게 하이파이브를 날려본다. '잘했어!!! 대단해!!!'
실제 사례도 많고, 단계별로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상세히 정리되어 있어 습관을 만들기에 괜찮은 책이다. 다만,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다 보니 조금 산만한 느낌이 있고, 그래프가 자주 나오는데 문과생이라면 짐짓 겁을 먹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렵진 않다) 새해에는 더 좋은 습관들이 뿌리 깊게 내리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