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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르미 Feb 26. 2021

소설 <데미안>은 왜 유명해졌을까?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을 읽고



이 책의 저자인 로쟈, 이현우 작가는

인문학과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다독가, 알라딘 서평가로 유명하며

꾸준히 문학 강의를 하고 (24년 경력 ㅎㅎ)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쓰는 분이다.




나는 몇 년 전 인문학 책을 주로 읽을 때

무척 빠져든 작가였는데,

특히 그가 올리는 책 리스트들은

재밌기도 하고, 버겁기도 했다.

(로쟈님 따라 하지 마세요..

가랑이 찢어집니다... ㅜㅜ

넘 많이 읽으세요..;;)





이현우 작가는 크게 두 종류의 책을 쓴다.

하나는 이 책처럼 강의를 엮어서 만든

문학 수업 책 (러시아, 한국 등등)

두 번째는 책 서평을 모은 책.





특히 이번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은

50대에 이른 작가가

 문학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어떤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점검하고 싶어 쓴 책이기도 하다.

총 10명의 여성 작가가 수록되어 있으며

1960년대의 강신재 작가부터

2010년대 황정은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 여성 작가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이 중 전혜린과 황정은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이 둘을 선택한 이유는..

제가 이 10명의 작가 중

읽은 책이 이분들밖에 없어서입니다 ㅠㅠ

소설 좀 읽어라... ㅋㅋㅋ)






전혜린

1960년대





사실, 전혜린을 소설가로 소개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전혜린은 수필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현우 작가는 전혜린이 갖는

문학사적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작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쓸 수는 없었다.

생을 너무 빨리 마감해 그렇기도 하다.

전혜린은 한국 최초 독일 유학생이기도 한데,

어떻게 여성으로서 그렇게 되었는가 하면

아버지가 식민지 시대의 친일파이자

고위 경찰 공무원이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금수저!)




전혜린은 어린 시절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는다.

4살부터 읽고 썼다고 하는데,

타고난 머리도 좋았겠지만

아버지의 혹독한 교육도 있었다.

이로 인해 전혜린은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다.

학문에 대한 대단한 열정도 있지만,

어린 시절의 부족한 아버지의 사랑이

그녀를 불안정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 전혜린은 수면제를 먹고 자살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장한 전혜린은

이현우 작가에 따르면 많은 부분에

공백이 존재한다고 한다.

친일파였던 아버지에 대한 판단도,

1960년대라는 시대 상황도,

모두 그녀에겐 공백이다.

그런 상황에 대한 언급이

전혜린 글에는 전혀 없다.

그렇다면 그녀의 글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한마디로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전혜린은 아버지의 인정을 원했지만,

한편으로는 반항하고 싶어 했다.

특히, 그녀의 독일 유학은 사실

아버지가 반대했던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유학비를 한 푼 못 받았다.

결국 유학시절, 아버지에 대한 타협으로

아버지가 찍어둔 배우자와 결혼을 한다)




전혜린의 글들은 매우 뛰어나다기보단

일종의 상징성을 지닌다.

전혜린의 아버지는, 실재 아버지이자

동시에 남성 중심적 세계, 혹은 제도를

상징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아버지(성차별)와의 답답한 관계 속에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이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어떻게 멀리 떠날 것인가.




이런 마음이 가득한 그녀의 글들.

그래서 꾸준히 인기가 있지 않나 싶다.

나도 전혜린 책은 몇 년 전 읽었는데

이게 1960년대 글인가 싶을 정도로

굉장히 현대적이었고

무엇보다 공감이 많이 되었다.

아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은 영혼들에게

전혜린은 영원한 동지로 기억될 것이다.




+전혜린의 비하인드 스토리 1

1960년대 당시 그녀는 연예인급 인기를 자랑했다. 독일에서 유학한 20대 여자 교수였기도 했고, 이혼 후 수많은 남자 제자들과 스캔들이 났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래저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었나 보다. 수면제를 달고 살았고, 결국 수면제 때문에 죽었다.



+비하인드 스토리 2

전혜린은 많은 독일어 문학을 번역했다. 그중 중요한 게 헤세의 <데미안>이다. 한국에서는 <데미안>이 원래 중요한 책으로 여겨지는데, 실은 전혜린 이후 읽게 된 것이라 한다. 그녀가 <데미안>을 번역하기도 했고, 해설도 썼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사실 독일에서 헤세의 대표작은 <황야의 이리>나 <유리알 유희>라고 한다. 그리고 세계적 베스트셀러는 <싯다르타>다. 전혜린 때문에 유난히 한국에서 <데미안>이 유명 해진 것이다.






황정은

2010년대





이현우 작가가 2010년대의

대표 작가로 꼽은 건 황정은이다.

공지영, 은희경, 신경숙 등

1990년대 트로이카 작가들 이후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현우 작가에 따르면 황정은은

뭔가 다른 걸 쓰고 싶어 하지만,

아직 그 틀이 없다고 한다.

아직 없기 때문에 계속 모색 중이다.




특히 엄밀히 말하면 장편은

아직 한 편도 쓰지 않았다며

경장편 혹은 중단편 작가로 표현한다.

황정은 문학은 작가 세계관이나 특수성이

아직 장편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장편을 쓰려면 전혀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평한다.





한편 문단의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한국 문학상이란 문학상은 죄다 받았다.

그러나 이현우 작가의 평가는 좀 야박한데

첫 장편 <백의 그림자>는

과도한 호평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고 썼다.

특히 <백의 그림자>는 시적인 소설로,

달리 말해 소설이 아니라 말한다.

시는 주관적 세계다.

황정은의 작품 속에는

객관적 현실이 들어오지 않는다.



열심히 그렸는데 안닮음;; 작가님이 보진 않겠지;;



한편 황정은은 주로 소수자 문학을 쓴다.

(나도 <년년세세>를 읽으며 느낀 부분이다.

이 부분이 묘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다)



카프카 문학이 소수자 문학의 대표인데

중산층에 속하는 작가가

완전히 노동자 계급에 동조하진 못하면서

회의감이나 거부감을 갖게 되면

'환상문학'이 탄생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흙수저에 가깝지만,

흙수저는 아니면서 세상에 불만이 많으면

현실을 삐딱하게 바라보게 된다는 말인 것 같다)






이현우 작가가 말하는 황정은은

나만 존재하는, 시적인 소설을 쓰는 사람.

이라는 것 같다.

소설은 타인이 필요하지만

시는 유일하게 나만 존재한다.

시는 나의 느낌, 나의 정서, 생각이

중심이 되는 세계다.

세계가 나보다 더 큰 장르가 소설이지만,

시는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오냐는 게

작가의 주된 과제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서브 휴먼들의 특징은

현실성을 갖지 않는 환상적 인물이란 것이다.

즉, 이들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

그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

혹은 사회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현실감을 부여하여

소설 속에 등장시키는 게

황정은의 과제라고 작가는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황정은은 할 수 있다고 기대를 건다.

왠지 병 주고 약 주는 것 같은 기분... ㅋㅋ)




+황정은의 비하인드 스토리

학교 다닐 때 사교성이 없어서 별명이 넋녀였다고 한다. 이현우 작가는 그래서 비사교적 소설을 쓰는 게 아닌가 싶다고 한다. 또한 황정은의 초기 인터뷰를 보면 집에서 웃을 일이 별로 없었다는 말을 언뜻 내비쳤다고 한다. 통상적인 가정과는 조금 다른 경험과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이렇게 쭉 10명의 작가를 평해놓은

이 책은 재밌지만 난이도가 살짝 있다.

(눈치채셨겠지만 ㅎㅎ)

특히, 어느 정도 이 작가들의 소설을

읽어온 독자들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안 읽어본 작가의 평가를 읽는 것은

좀 아리송한 부분이 많다.

(이 책이 '문학 강의'인 걸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문학 수업 듣는데, 과제인 책을 안 읽어오는 건

학생의 태도가 아니니까)




특히 작가들의 집필 배경이 되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아. 이런 성장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소설을 썼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다.




또한, 한국문학이라는 특수성.

한국의 시대적 배경과

한국의 문학상, 그리고 문단끼리의 기싸움

같은 이야기도 담고 있어 좋았다.

그러면서도 세계 문학과 한국 문학을

연결시켜 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자의 해박한, 그리고 다채로운 독서가

빛나는 부분이었다.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사심이 듬뿍 들어간

주관적인 한국문학 이야기.

수록된 소설들을 같이 놓고 읽는다면

더욱 재미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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