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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르미 Mar 01. 2021

우선순위가 있나요?

<철학이라 할 만한 것>을 읽고



<공각기동대>는 나의 인생 애니다.

꽤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 영화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사이보그화 되어가는

인간의 고뇌를 그린다.




사실, 그냥 웃고 즐기는 애니라기보다는

철학이 무척 많이 들어간 애니인데,

(그래서 여러 번 보는 걸 추천!)

영화 <매트릭스>처럼

어떤 세계관이 들어간,

그래서 해석하는 재미가 있는

그런 애니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매트릭스>를 만들 때,

워쇼스키 자매가 이 애니의 영향을 받았다)





<철학이라 할 만한 것>은

<공각기동대>의 감독이 쓴 책으로,

인생과 영화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 속에는

철학이 가득하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왜 나는 여기에 있는가?



이런 묵직한 주제들을

애니라는 가벼운 장치를 통해

술술 풀어놓는 것이다.

특히 <공각기동대>에서는 로봇과

로봇화되어가는 인간의 고뇌를

심도 있게 다루는데,

그 속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이런 것이라고 한다.




기계에도 진짜 감정이 있는가?

감정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과

정말 감정이 있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

.

.

정말로 우리에게

마음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애니에 담기엔 정말 철학적인 질문이다.

그것도 1995년, 이제 25년 전 애니인데

연출이나 대사가 하나도 안 촌스럽다)




결국 이런 질문들은

'나'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 오래된 철학적 물음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이렇게 묵직한 주제만

다루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현실적인 조언이 가득하다.




우리는 왜 일을 해야 하는가?

친구는 필요한가?

행복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저자는,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24시간 내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사실 <공각기동대>가 이런 네트워크에 연결된

인간의 의식을 다룬 애니다. ㅎㅎ)







행복이란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






행복은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 행복의 조건으로

사랑을 꼽는다.

많은 영화 속에서도 남녀의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져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러한 남녀의 사랑은

행복의 필수조건인 것일까?




저자는 좀 재밌는 이야기를 한다.

사랑이란 단어는 예전 일본에선

좀 천박한 단어였다고 한다.

그리고 유교의 8덕,

인의예지효제충신에는

사랑이란 단어는 물론 빠져 있다.

따라서 남녀의 사랑이야말로 모든 것

이라는 가치관은 요즘 시대의 산물이다.




저자는 따라서 본질적 의미에서의

행복을 고려할 때,

사랑이 꼭 파트너와의 사이에

반드시 존재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즉, 파트너와의 사이에 성욕 같은

감정이 반드시 필요하진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이외의 존재와도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해진다.

신이나 개에게 정욕을 느낄 필요는

없는 것이니까.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은

단순하게 말하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저자는 개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가장 안정된다고 말한다.

스킨쉽도 때론 필요 없다.

같은 방에 있으면서 눈에 들어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그 자리에서는 인간과 개가

같은 공간을, 시간을, 가치관을

완전히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결국 행복이란,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

오직 하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단순히 나열만 하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 보라.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그 근거를 통해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을 알게 된다.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걸 정하지 못하면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정해진 유통기한

제약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돈도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 식으로 나열하면 열 개든 스무 개든

필요한 조건은 나온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중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때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든 상관없다.

그건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만약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나서는

모든 것에 욕심내서는 안된다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버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을 위해 가족을 포기했다면,

그 뒤에 따르는 가족의 무관심에

불평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예로 든다.

그렇게 달콤한 애니를 만드는 이 감독은

일만 하느라, 집에선 하숙생처럼 산다 한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분명

후회 없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저자는 확신한다.)








영화감독이라 영화 이야기도

정말이지 많이 나온다.

좀 재밌는 것은, 저자는 영화를 보지 않고

비평할 때가 많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난 예고편 보면 어떤 영화인지

정확히 말할 수 있다.

초보자가 영화를 다 보는 것보다

작품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다.


(또 미야자키 하야오를 예로 드는데

그는 장면 사진을 보면 '전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한다. 자기는 그보다는 겸허하다 주장한다 ㅋㅋ)




여기에서 또 철학을 갖다 붙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하면,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서는

그걸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자격이 없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이다.



미국에 간 적이 없는 인간은

미국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는 걸까?

(캬.. 뭔가 사이다같은 발언!

나도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리뷰를 해볼까 보다 ㅋㅋㅋ)




그리고 게임 이야기도 꺼낸다.

자신은 게임을 좋아하는데

남이 플레이하는 유튜브 영상을

게임을 직접 하는 것보다 즐긴다 한다.



하나의 게임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양한 플레이 방식을 취하는데,

그것이 굉장히 재미있다 한다.

게임 자체 재미보다

그 게임을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식으로 인지해서

플레이를 전개해나가는가.

이게 재밌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새 게임 유튜브가 인기 있는 걸까)




<철학이라 할 만한 것>이 결국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자기를 실현하는

삶을 살 것인가!이다.




세상은 점점 냉엄해져서

갈수록 자기를 실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자는

가슴속 핵심 내용을 따르되

때론 버릴 것은 버리면서,

지금의 자신으로 남으려는 집착을 넘어서,

끊임없이 자기를 '발명'하면서

자신의 필드를 넓혀나가라고 말한다.






뭐랄까. 이런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감독이기 때문에

<공각기동대>를 연출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꼭 이 애니를 즐기지 않은

혹은 안 본 사람이라도 좋다.




감독이 말하는 이야기는

어느 시대든, 어느 곳이든

다 통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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