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직업>의 저자는 출판사 글항아리의 편집자이다. 이 출판사가 낯선 분들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주로 인문쪽 책을 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있고 (느낌 오시죠? ㅎㅎ) 최근 베스트셀러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있다.
즉, 꽤 만만치 않은
인기 없는 책들을 낸다.
소신 있는 출판사다.
(나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출판사이다. ㅋㅋ)
사실 편집자라는 직업만으로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았는데,
이 책의 머리말은 심지어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거의 책대로
살게 된다.
(쿵! 내 마음이 내려앉는 소리!)
책대로 사는 사람. 그건 책을 쓰는 저자도 마찬가지지만, 편집자들 또한 흔히 그러하다고 한다. 요리 책을 편집할 때는 직접 요리해 보고, 자수 책을 읽을 땐 자수에도 도전해 본다. 저자의 경험이 글이 되면 그것을 읽은 편집자는 해 본다. 경험해본다. 그건 행동뿐 아니라 생각도 마찬가지여서, 불평등에 관한 책을 편집하면 또한 불평등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편집자의 일
편집자의 일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출판은
비지니스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애정 하는 작가가 있다. 하지만 책이 잘 안 팔린다. 또한 작가의 글이 언제나 같진 않아서, 특히 노년에 이른 작가들은 글이 어려워지는 사람도 있다. 독자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편집자는 그 사이, 대중성과 비지니스, 작가의 글 사이에서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사이가 안 좋게 끝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편집자들은 지칠 줄 모르고 작가들을 좋아한다.왜냐하면 사람보다 글을 먼저 만나기 때문이다. 서로의 첫인상과 신상을 파악하는 걸 생략한 채, 곧바로 생각의 핵심인 글을 먼저 만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좋아하는 속도도 빠르고, 관계의 밀도도 높다. 헤어지면 그만큼 커다란 내상도 입는다. 작가와 이별 후 또 남는 건 한 권의 책. 사라지지 않는 추억처럼 남게 된다.
이렇게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게
편집자의 일이다.
독자는 앙상하지 않다
책은 상품이다.
상품은 상품평에 민감하다.
요즘 독자들은 빠르고 단호하다. 자주 환호하고 실망한다. <읽는 직업>에 따르면 요즘에는 제목과 목차를 빠르게 훑은 뒤 '다산 정약용' '자본주의' 같이 흔한 주제가 나오면 읽기도 전에 '독창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독자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오.. 까다로운데;;)
저자는 읽지 않고 서평 하는 이들 중 일부는 인터넷 서점 책에 별 하나를 매기며, 사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한다고 토로한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김빠질 것 같긴 하다) 그러면 책을 읽고 서평 하는 이들은 어떨까. 저자는 그들에겐 좀 더 자유를 준다.
자기 돈, 시간, 열정을 투입했으니
어떤 의견이든 자유롭게 말하시오.
(진짜? 근데 나는 솔직히..
책에 악플을 달아본 적은 없다
그냥 리뷰를 안 한다. 맘 약한 독자임;;)
예전,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독자는 상대적으로 침묵하는 존재였다. 그들의 불평불만은 즉각적이지 않았다. 책을 읽은 뒤 느리게, 멀리서 들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가. 우리는 책 한 권 읽고 나면 소란에 난리 법석을 떤다. (저요. 저. ㅋㅋ) 그러기에 점점 더 상품평, 서평에 편집자와 저자는 민감할 수밖에 없으리라. (작가와 편집자는 왠지 여러모로 옛날을 그리워할 것 같기도 하다)
그 시절이 지나면 못 읽어요
한편 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하는 이야기들도 참 재밌다.
이 책은 저자가 편집했던 책과
작가들 이야기도 나오지만
다른 다양한 책 이야기도 나온다.
그중, 뒷북치는 독서이야기가
참 흥미로웠다.
저자는 젊은 시절 정치 책만 주구장창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당시 유행했던 소설 등, 하루키나 박완서 작품 등을 못 읽고 지나쳤다. (당연하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권의 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젊은 시절 읽어야 할 책들을 나이 들어 읽으면, 아무래도 그때 느껴야만 하는 그 감성과 생각들을 똑같이 느끼기 힘들다.
시기가 지나버린 것이다.
취향은 좁다.
자기 발목 잡을 때가 많다.
책을 많이 읽으면 뭐 하나.
매번 비슷한 책만 읽는다.
가끔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 시기에 읽어야 하는
대표작을 읽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읽기는 점점 더 영악해진다고 한다. 그것이 독서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더 많은 책을 읽을수록, 독자로서 순진하고 순수한 상태로 남아있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 읽지 않고 지나온 책들을 성인이 되어 읽기는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