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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르미 Mar 16. 2021

세상은 착하다고 믿고 싶어요

<휴먼카인드>를 읽고

인간은 나쁘다. 악하다.

본성부터 그렇게 생겨먹었다.




사실 요즘 시대를 사는 상식은

인간은 본래 악하다이다.

뉴스만 봐도 충격적인 사건들만 있으니까.

어떤 엄마는 아이를 방치해 죽이고

공기업 직원들은 정보를 빼돌려

부동산 투기를 벌인다.

사회가 정의롭고 착하다 믿고 싶지만

사람들은 법조차 무시한 채

악한 일만 벌이는 것 같다.




이런 악하디 악한 분위기 속에서

<휴먼카인드>는 외친다.





왜 인간은 선하다는 걸까?

우리 안에 착한 천사가

잠이라도 자고 있는 것일까?







진실이란 무엇일까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흡연은 건강을 해친다.

하지만 이런 것들 말고도

어떤 것은 우리가 그것을 믿는다면

때론 진실이 되기도 한다.




의사가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 약을 먹으면 병이 나아요."

하지만 그는 진짜 약이 아닌

가짜 약을 준다.

하지만 이 약을 먹은 당신, 우리는

정말로 상태가 좋아지기도 한다.

이를 위약, 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다.




(책에서는 수술 이야기가 나온다. 의사는 환자를 마취한 다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환자가 깨어나면 "수술이 잘 되었다." 이렇게 말한다. 이런 가짜 수술은 전체 75%에서 도움이 되었고, 50%는 진짜 수술과 동일한 치유 효과를 낳았다고 한다.)




한편, 플라시보의 반대 효과도 있다.

바로 노시보 효과다.

우리가 인간을 악하다고 믿는 것.

그것이 바로 노시보 효과라고

<휴먼 카인드>는 주장한다.



만일 우리가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없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대할 것이다.

모두 손해를 볼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이 무조건 착하다고

주장하는 책은 아니다.

우리는 복잡한 존재이다.

착하기도, 때로 악하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가 어느 쪽을

보여줄 것인가.이다.

인간은 착한 면이 더 많다고 믿는 것.

그런 믿음은 플라시보처럼

우리의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정말 나쁜가?



그렇다면 왜 우리는

사람들이 나쁘다고 믿어온 걸까?

<휴먼카인드>는 여러 이유를 들지만

그중 뉴스 탓이 크다고 말한다.

수십 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뉴스는 정신 건강에 해롭다.




뉴스는 온갖 특별하고 예외적인 것.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나 학대, 빈곤, 범죄만 보도한다. 그런데 우리의 뇌는 원래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많이 끌린다. 또한 뉴스는 인상적이다. 아이를 굶겨 죽인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너무 끔찍한다. 이런 끔찍한 생각은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는다. 강렬해서 자꾸만 생각이 난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비관적인 뉴스에 취약하게 된다.




두 번째로, <휴먼카인드>는

여러 심리학자들을 저격한다.

심리학자들이 잘못했다!

이들이 인간은 근본적으로 나쁘다는

오해를 하게 만들었다!!

(오예~난 이런 것 좋아한다. ㅎㅎ

유명한 학자들 저격하고 비판하기 ㅎㅎ)



참고로 이러한 저격에 대해

최재천 교수는 이런 평을 했다.



"무례할 만치 대담한 자신감!"



심리학 책 몇 권 읽어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실험들.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나

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

이 실험들의 주장은

인간은 추악한 폭력적 본성이 있으며

언제든 뛰쳐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입장을 반대한다.

(그리고 심지어 한나 아렌트도 깐다)






<휴먼카인드>에서 주장하는

심리학자들의 잘못은 다음과 같다.

먼저, 그들은 실험을 조작했다.

실험이란 최대한 객관적이어야 하는데,

이들은 결론을 내린 뒤,

자신의 결론에 유리하게 결과를 유도했다.

또 실험 과정도 교묘히 조작했다.

이러한 정보들은 왜곡되거나 과장되었다.

우리는 이 정도로 악하지는 않다!







불편한 건 싫어




하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나쁜 본성이 있지 않을까?

의심하고 불편해한다.

<휴먼카인드>는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이유를 말한다.






편하다.

나쁜 본성이 있다고 믿으면 편하다.

위로가 된다.

본성이 나쁜 거니까

본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사면이다.

그냥 나빠.라고 말해버리면

착해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건 그냥 '원래' 나쁜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나쁜 것이다.

행동할 필요가 없어진다.








선한 본성의 오작동




그리고 가끔은 우리의 선한 본성 중

공감이 이상하게 작동하기도 한다.

공감은 타인을 이해하게 하지만,

때로는 '우리 편'을 만든다.





이런 편가르기 본성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타난다.

아이들 역시 익숙하지 않은 것에

강한 혐오감을 느낀다.

마치 우리 모두가 타고난

인종차별주의자처럼 말이다.




공감은 세상 모두를 사랑하는

태양 같은 것이 아니다.

공감은 스포트라이트,

즉 집중 조명이다.

그것은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고르고,

그것에 모든 감정을 쏟는다.

나머지 세상은 어둠 속에 묻히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공감이 어둠을 만든다.

어둠에 대한 혐오감도 같이.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이 책은 신선하다.

특히 요즘처럼 세상에 선함이

없어진 것처럼 보일 때 더욱 그렇다.




<휴먼 카인드>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가치관의 변화를 느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마지막에는

그가 생각하는 열 가지 삶의 규칙

실려 있다.

그중 인상 깊은 세 가지를

마지막으로 옮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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