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다, 성장한다, 변한다

<배움의 발견>을 읽고

by 여르미


어떤 책을 읽을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주로 저자, 그리고 추천인을

보고 고르는 편이다.

그래서 <배움의 발견>은 안 읽을 이유가 없었다.

빌 게이츠에 오바마 추천이라니.

이건 당연히 읽어야 하는 것 아닌가 ㅎㅎ





그런데 의외로 책 초반엔 잘 안 읽혔다.

솔직히 첫 문장부터 몰입도가

좀 떨어지는 편이다.

작가는 자신이 평생 머물렀던

시골집을 묘사한 것 같은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 헛간 옆 버려진

빨간 기차간 위에 서 있다.

...


침엽수와 산쑥 덤불이

솔로 발레리나라면,

야생 밀은 군무단이다.




이 책은 에세이다.

그런데 이 책 초반은 뭐랄까.

소설같이 배경 설명에 치중하고 있어

내면의 이야기를 기대한

나 같은 독자는 대번에

나가떨어지기 쉽다.

(물론 꼭 필요한 설명이긴 하지만

좀 다른 이야기로 시작해도 좋았을 듯싶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참으로 많고 충격적이니까)





아무튼 그래도 초반 부분을

힘겹게 읽고 나면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강렬한 매력을 지녔다.

(이 책 두께가 500페이지인데,

읽자마자 단숨에 다 읽은 것 보면 말이다 ㅎㅎ)








믿을 수 없는 실화





<배움의 발견>은 실화다.

주인공은 타라로 미국에 살고 있으며,

1986년생이니 이제 36살이다.

이 책이 왜 유명한가 하면

그녀는 공교육을 거부하는 아버지 때문에

16년간 학교에 다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름답게

홈스쿨링을 한 것도 아니다.

그냥, 집에서 집안일만 했다.




<배움의 발견>은 참으로 나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며,

특히 1990년대 상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사건들도 등장한다.





일단 아버지는, 나쁘다.

종교 광신도이며

아마도 조현병 환자일 것이다.

이상한 믿음 때문에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어머니도, 나쁘다.

역시 종교 광신도이며

아버지의 행동을 방관하며

은근히 뒤에서 추종한다.




숀 오빠란 사람은, 가장 나쁘다.

10대인 주인공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며

심지어 죽이려고 협박한다.

이 사람 역시 제정신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히

그녀를 도우려는 사람들이 있다.




타일러 오빠는, 가장 큰 조력자이다.

주인공과 똑같이 학교를 못 가지만,

집에서 뛰쳐나와 대입시험을 봐서

대학에 들어간다.

주인공이 자기와 같은 길을 갈 수 있도록

조언해 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또 대학에서 만난 교수는

그녀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여러 장학금을 제안한다.

덕분에 그녀는 케임브리지 장학금을 받아

하버드까지 갈 수 있었다.

(이게 빌 게이츠제단이 주는 거라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빌 게이츠가 자신이 준

장학금으로 성장한 그녀를 보고 놀랐다는 이야기가...)




이 책의 포인트는

부모의 잘못된 믿음에서 자라난

한 여자아이가 교육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잘못된 믿음을 바꿔나가는지

그 과정을 세세하게 그렸다는 데 있다.




특히 실화이기 때문에

감동이 더 진하게 다가온다.






아버지





아버지는 마을과 동떨어진 산에서

폐철 처리장을 했다.

일은 고되었고 위험했다.

직원 대신 가족들이 이 일을 도왔다.

아버지는 이 책 처음부터

제정신이 아닌 모습을 보인다.



아이들을 왜 학교에 보내지 않냐는

근심 어린 할머니의 질문에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맙소사.

또한 이런 일화도 있다.




꿀 190리터라니..

얼마나 많은 양일까;;

이 일 이후로 주인공 식구들은

시리얼을 우유 대신 물에

말아먹었다고 한다.

꼭 진흙 한 대접을 먹는 느낌이었다고

주인공은 고백한다.




심지어 아버지는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고,

전화도 없앴고,

운전면허 갱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식량을 비축했다.

(종말의 날을 대비하기 위해서;;)






타일러 오빠







주인공은 집에서 친구도 없이 살며

부모에게 세뇌당한다.

하지만 그 집에서 뛰쳐나간

최초의 탈출자.

타일러 오빠는 그녀를 격려한다.



너도. 할 수 있어.

이제는 떠날 때가 됐어.

오래 머물수록 떠날 확률은 점점 낮아져.



그녀는 말한다.

합격 못할 거야.



넌 할 수 있어.

타일러 오빠가 말한다.



집 밖 세상은 넓어.

아버지가 자기 눈으로 보는 세상을

네 귀에 대고 속삭이는 걸

더 이상 듣지 마.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거야.




그녀는 대학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대항하기 시작한다.

혼자 교과서를 사서 읽고 풀고,

시험을 봐서 마침내 합격한다.




대학




이렇게 힘들게 들어간 대학인데

들어가서 공부 잘해서 성공했다.

면 참 좋으련만..

그녀는 대학가서도 계속 고생한다.



그녀는 대학을 아예 몰랐다.

그래서 수강신청도 전혀 몰랐다.

4학년 수업을 신청해 들을 정도였다.

또한 교과서가 어떤 건지도 몰랐다.

수업 시간에 나오는 단어들도

그 뜻을 모를 때가 많았으며,

그녀는 그 속에서 혼란에 빠진다.



아. 내가 왜 대학에 왔을까.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면서.




또한 그녀는 장학금이라는 게

정부의 함정이라는 아버지 말을 믿었다.

(집을 떠나 대학에 가서도 믿었다;;

그래서 돈 없어서 치과치료도 참고

공부에 집중도 하지 못한다.)




그녀는 정부 보조금을 신청한다.

이사를 하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활에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그녀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교육






그녀의 지도 교수는

공부할 수 있도록 힘을 준다.

주인공은 공부를 하면서 깨닫는다.

책은 사람을 속이기 위해 있는 게 아니고

나는 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녀는 대학에 가서 마침내 변한다.

자신이 새로 태어날 수 있다 믿었다.

새로운 평범한 친구들을 만나고,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옷을 입기 시작한다.

스스로 변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스포 있음)





이렇게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참 좋을 텐데.

정말 파란만장한 인생이

500페이지나 되는 책 내내

기다리고 있다.




어떨 때는 너무나 답답하고 암담하며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특히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집을 뛰쳐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가족의 인정과 사랑을

원하는 그녀의 마음이었다.

(나 같으면 그런 가족은 그냥

연을 끊고 살 텐데 말이다.

광신도를 어떻게 설득하겠는가..

똥은 더러우니 피해야지...;;;)




그녀의 아버지는 만날 때마다

너는 사탄의 저주가 씌었다며

간증하고 저주한다.




흠.. 이게 딸한테 할 도린가;;

어머니는 좀 도와주면 좋으려만

이런 식이다.




흠;; 어머니...;;

지금은 21세기인데요;;;



이런 답답함에도 이 책이 유명해지고,

또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나는 변할 수 있다'라는

강렬한 메시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매여 있다.

자라난 환경, 가족, 가치관.

어제의 일들이 모두 쌓여

지금의 내가 된다.

이런 현실을 답답해하면서도

선뜻 변하려는 용기가 나질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책을 통해, 교육을 통해

마침내 변하고 만다.




우리가 원하는 삶을 매일매일

조금씩 조각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알고 보면 가짜 사금이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는 순금일지 모른다.

습관과 고정관념이라는 것들이

그 광채를 가리고 있는 것이다.




어찌 됐건 수많은 '올해의 책'

타이틀을 달고 있는 멋있는 책.

변화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문득 주인공이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렇게 가족에 대한 폭로(?)를 다 해버렸는데, 그리고 가족들 중 제정신 아닌 사람 많은데, 어디 해코지 당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그녀가 다음 책은 어떻게 쓸지 기대된다. 글을 흡입력 있게 잘 쓴다. 에세이지만, 에세이 같지 않고 소설 같다. 소설 써도 잘 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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