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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만큼 최선을 다해 봤나요?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을 읽고

by 여르미

중학교 때까지 실컷 놀았었다.

하루에 무협지를 5권씩도 보고

새벽 3시까지 그림 그리고 놀고.

사실 우리 이전 세대는

고등학교가 비평준화였다.

하지만 우리 세대는 평준화였다.

그래서인지 중3쯤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를 하지 않았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나만 안한 걸 수도 있죠 ㅋㅋㅋㅋ)




그렇게 고등학교를 가자마자.

당황했다.

중학교 공부조차 되어 있지 않아서

영어는 발음 기호도 읽을 줄 몰랐고

(물론 단어와 문법은 아얘 몰랐다)

국어는 언어영역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하기 힘들었으며

(왜 갑자기 문제 스타일이 바뀌었지?)

수학은 그나마 좋아했기 때문에

따라갈 수는 있었지만

중학교 공부부터 해야 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던 것.





그래서 그때 엠씨 스퀘어 같은 데서

뿌리는 소식지 같은 걸 열심히 봤다.

(엠씨 스퀘어를 사지는 않았습니다만 ㅋㅋ)

그 소식지 한켠에는 유명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합격 수기가 실려있었던 것.

마음에 드는 수기들은 오려서

오답 노트에 예쁘게 붙여놓기도 하고

그들이 말하는 공부 팁을 열심히 따라 했다.




그렇게 공부하고 힘들어했던

고등학교 시절.

이 책을 읽다 보니 문득 그 시절

생각이 새록새록 났고,

무엇보다 아.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민사고 학생들이

왜 되풀이해읽는지 알 것 같았다.

힘이 난다. 용기를 준다.

좌절하지 말자고 화이팅을 외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옆에 두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야 할 책.






늦었다







고1 중반쯤,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나는 출발선이 다르구나.

내가 그렇게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공부하고 있었구나.

내가 지금 열심히 한다고 해도

이미 그들과 나 사이에는 진도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져 있었다.

또 지금 시점은 어떤가.

그들은 공부를 안 할 건가?

아니다. 열심히 할 거다.

그래서 이 간격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





똑같은 1시간이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남들보다 2배속으로 써야 한다.

그동안 공부하지 않았던 시간을 매우려면

엄청 집중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뭐 그게 하루아침에 될 일인가.

내내 띵까띵까 놀았는데.




그래서 공부 계획을 바꿨다.

하루에 수학 1시간 영어 1시간.

이렇게 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수학 몇 페이지, 영어 몇 페이지.

이렇게 계획을 짜고 진도를 뺐다.

그리고 공부하는 요령을 열심히 수집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을 습관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은 공부 습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내가 얼마나 화려하게 날아오를지

나도 다른 사람도 모르지 않는가.

공부를 통해 나를 성장시키자.

나약한 변명 속에 숨지 말고

어설픈 위로에 안기지도 말고

눈 딱 감고 이 악물고

한 번은 힘껏 밀어붙여보자.

(캬.. 아이들이 진짜 넘어갈 것 같은 말이다)





이보다 더한 노력은

있을 수 없다는 마음.

결국 절실하면 최선을 다하게 되고

그런 사람은 포기하지 않게 된다.

결코 늦지 않게 된다.





최선이라는 말




그렇다면 최선을 다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최선이란 말은 무서운 말이다.

최선은 최고 중의 최고란 뜻이니까.

최고의 노력을 모아놓은 것 중

가장 으뜸가는 최고를 골라

다시 한번 뽑아놓은 것.

이게 바로 최선이다.



열심도 무섭긴 마찬가지다.

뜻은 온 정신을 다 쏟아

골똘하게 힘쓰는 마음이다.

온 정성. 이 이상은 없다고 선언하는

100퍼센트 노력의 그 마음.

가슴에 뜨거운 열이 날 만큼,

놀랍도록 노력할 때만 할 수 있는 말이다.





최선을 다해본 적. 언제인가.

사실 이건 공부의 태도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태도이자 가치관이기도 하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배우는 것

공부는 이렇듯 자기를 발전시켜 나가는

삶의 태도가 되는 것이다.





모든 과목은 배워야 할 이유가 있다




사실 그래도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저자는 공부의 이유도 적어놓았다.




국어


내가 무슨 일을 하건 간에 내 꿈을 도울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반드시 말이나 글, 즉 언어가 필요하다. 게다가 국어 공부를 통해서만 쌓을 수 있는 풍성한 어휘력과 생동감 넘치는 표현력은 대화뿐 아니라 내 머릿속 생각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해주는데 필수적이다.




영어


둘 이상의 언어를 배우면 하나만 배울 때보다 머릿속에서 언어를 처리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고 한다. 이는 내 생각을 빠르고 정확하게 정돈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한마디로 똑똑해지는 것이다. 또한 영어는 국제어인 만큼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반드시 필요한 능력인 것이다.




수학



수학 공부는 내 정신을 단련시킨다. 내 온갖 능력을 상승시킨다. 머릿속에 수학 공식을 담아놓고 쓰는 동안 기억 능력이 상승하고 공식이 도출되기까지 과정을 따져보면 논리력이 상승한다. 또 문제의 의도를 짚어내고 살펴보는 동안 관찰력이 상승하고 이런저런 접근법을 고민하는 동안 추리력이 상승한다. 문제를 틀리기 싫어! 하는 본능은 정확성을 추구하게 되고 인생을 대하는 태도 역시 가다듬어진다.




좀 과장되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흔히 우리는 이렇게 말하니까.


수학 공부해서 어디따 써먹지?


공부의 쓸모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권해주기 좋은 말들이다.

(실제로 수학 공부는 쓸모가 있다.

대학 시절 수학 과외 많이 해서 돈 벌었다 ㅋㅋ)






인생에서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 있다면

그건 단연 고등학교 시절 같다.

(너무 힘들었다 ㅋㅋ 고3땐 야자도 12시까지였다 ㅋㅋ)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 보면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기도 한데

그 어떤 순간보다 열심히 살기도 했고

무엇보다, 다시 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이 책 끼고 돌아가면 더 잘할 것 같다 ㅋㅋ)




사실 그 시절엔 늘 불안했다.

시간 도둑이 있어서 나를 삼킬 것만 같았다.

기초가 없어서 성적은 매번 널뛰기였고

무엇보다 공부라는 건 단박에

성과가 나는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제 더는 할 수 없어. 지쳤어.

1년을 열심히 달린 후 고2부터서야

겨우겨우 성적이 나왔다.

공부는 시간을 무척 많이 쌓아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리고 마흔이 된 지금은,

그게 공부뿐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이

다 그러하다는 걸 깨달았다.

단박에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렇게 요령 좋은 사람은 아니다)




이 책의 부재는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다.

정말 말 그대로 힐링 받을 것 같다.

나중에 아들이 공부에 지친다면

꺼내어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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