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르미 Apr 13. 2021

대충 읽는 편입니다

<쾌락독서>를 읽고



솔직히 책덕후분들이 쓴 책들은

평점을 후하게 주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이지 높은 평점을

줄 수밖에 없었는데.. 왜냐하면,

책 취향이 나랑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하루키


김연수


스티븐 핑커




+김용

(솔직히 이분은 저는 안 읽어봐서

모르겠습니다^^;;)




요렇게 가장 좋아하신다는데 (특히 문체!)

나도 문체로는 이분들을 정말 최고로 치는지라

읽으면서 공감 100%였다.  

(그럼에도 별이 5개가 아닌 건..

보통 이런 책에 관한 책은

추천 책들이 쏟아지는데요.

이 분이 추천하는 책들은  

제가 거의 다 봤네요;;

그래서 별점을 깎았습니다 ㅋㅋ)








나에게 휴식 시간이 무한정 주어진다면, 나 역시 이 두 가지만 하고 싶다. 책과 여행. 이 둘은 왜 이리 잘 어울리는 걸까. (김치와 라면처럼. 다이어트 중이라 먹고 싶다 ㅠㅠ) 그러고 보면 책덕후들은 보통 여행도 좋아하는 것 같다. 국가대표 책덕후 이동진씨도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그것은 여행과 책. 이 둘은 우리를 낯선, 현실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곳이 답답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 둘을 찾는 게 아닐까. 이곳이 아니면 왠지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느낌.



결국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이 말도 무척이나 공감했다. 책은 정말 놀이처럼 즐겁다. 나도 재미없는 책은 안 읽는다. 그냥 바로 덮는다. 문유석 저자는 "의미든 지적 성장이든 그것은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어걸리는 부산물에 불과했다" 고 말한다.



뭔가를 얻으려고, 혹은 남들이 다 읽어서 약간의 의무감으로 읽는 책들은 확실히 재미가 없다. 재미가 없으면 책은 읽기 싫어진다.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 없다. 그거 안 읽는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그거 읽는다고 안 될 게 되지도 않고. (옳소!)





문유석 저자는 책을 고를 때 한 30페이지 정도 읽어본다고 한다. 이를 중국집 짜샤이에 비유한다. 짜샤이가 맛있는 중식당은 음식도 맛있다는 것이다. 예외 없이. 신기하게도. (그는 이것을 짜샤이이론이라 부른다 ㅋㅋ)



특히 저자가 이런 식으로 책을 고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책의 요소 중에서 유독 문체에 좌우되는 편이기 때문이다. 문장이 내 취향이면 아무리 시시해도 술술 읽는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덮는다고 한다. (여기서 나랑 좀 갈리는데, 나는 오로지 소설 장르만 문체에 좌우되는 편이다. 나는 보통 책이 담고 있는 키워드에 좌우된다)



참고로 문유석 저자의 문체 취향은 이렇다고 한다. (공감 가는 부분이었다)







문유석 작가는 요즘 좋아하는 작가로 무라카미하루키를 꼽으면 좀 모양 빠지는 일이 되었다 한다. 참신하지도 않고 너무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도 하루키는 여전히 좋은데요 ㅎㅎ) 개나 소나 좋아하는 작가. 나의 고급진 취향을 더러내기에는 부적절한 작가. 하지만 당당하게 자신은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무라카미하루키 소설은 사실 좀 난해하다. 상징과 비유가 가득하기 때문에, 누가 옆에서 해설해 주지 않으면 이해가 잘 안될 때도 많다. 문유석 작가 역시, 그의 소설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말한다. 하지만 그는 하루키가 뭘 말하려고 하는지 크게 관심 없이 재밌게 읽어왔다 한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하루키가 '무엇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저자가 좋아하는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도 하루키는 정말이지 문체가 특징적이다. 하루키 책을 읽은 날에는 왠지 모르게 일기도 하루키 문체처럼 쓰게 된다. 저자는 하루키가 무언가를 묘사하고, 비유하는 방식들이 좋다 말한다. 무엇보다 정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그 와중에 하루키만의 방식으로 재미있다는 것. 하루키는 그만의 개그코드가 있다. 남들이 흉내 내기 힘든 묘한 유머가 있다. 말하자면, 너무 열심히 웃기려 하기보다는, 시큰둥하게 툭 던지는 유머 같은 것. 차도남의 유머 같다고도 할 수 있겠다.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저자의 '편식 독서법'이었다. 나도 정말이지 그렇게 읽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 지 이제 7개월 정도 지났다. 가끔 이웃님들이 물어본다. '여르미야.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읽니?' 나는 보통 '대충 읽어서요..;;' 라고 대답하곤 했는데, 작가님도 똑같다. 대충 읽는다 한다. ㅋㅋ



그는 엄마가 억지로 먹으라는 토란국은 국물만 몇 수저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먹지만 좋아하는 소시지는 잔뜩 먹어치운다 한다. ㅋㅋ 모든 음식을 똑같이 정성스럽게 먹지 않고, 내가 먹고 싶은 부분만 먹고 다음 음식으로 넘어간다는 것. 이렇게 먹으면서 점점 연관된 책들로 범위를 넓혀간다. 빵을 좋아하게 되면 쿠키와 케이크까지 먹게 되는 것처럼.



같은 이치로 읽어봐도 선뜻 의미가 잘 들어오지 않는 책은 안 읽는다고 한다. 꼭 그 책 아니어도 비슷한 내용을 더 쉽게 설명하는 다른 책은 얼마든지 있다. (내 말이 그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문학 원전 읽기'를 강조하는 이야기들에 회의적이라고. (이건 정말 100% 공감한다)



꼭 원전을 읽을 필요는 없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고 싶은데 어렵다면, <초딩도 읽는 피케티> 또는 <만화 피케티>를 읽어라. 원전을 꾸역꾸역 읽은 사람은 노동만 했을 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만화 피케티>를 재밌게 읽은 사람은 그중 몇 대목만큼은 기억하고 써먹을 수 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 읽기를 지향하는 그이지만, 사실 지금은 그렇게까지 책을 많이 안 읽는다고 한다. TV, 핸드폰에 밀려 책은 3순위라고. (이것 또한 얼마나 인간적인지! ㅋㅋ) 독서의 이유를 거창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이렇게 쾌락독서, 재미를 위한 독서를 지향하신다면, 분명히 책은 재밌다. 엄청 재밌다.

작가의 이전글 일주일에 하루는 미트 프리 데이 어떠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