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자극적인 도시
나는 왜 치앙마이의 작은 호텔방에서 이러고 있는가.
내가 머물고 있는 호텔의 싱글룸은 12년 전 부경대 부근 고시텔방 같은 느낌이 든다. 침대 하나와, 옷걸이와, 작은 책상, 창문 하나가 전부인 곳. 화장실과 샤워실은 복도에 있다. 단출하지만 썩 불편하진 않다.
깐짜나부리에서 11시간 야간 버스를 타고 새벽에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첫날 치앙마이는 날씨도 좋고 올드타운의 아기자기함과 더불어 먹거리의 천국이라 이곳저곳에 눈이 많이 돌아갔다. 오후 5시쯤 되면 어느 곳에나 마켓이 형성되고 여기저기 물건들을 팔기 시작하는데, 깐짜나부리 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다양해서 볼 것들이 많았다. 이틀 째에는 2만 보 넘게 걸으면서 골목을 구경하고 시장도 여러 군데 다녔다. 외국인도 한국인도 많고 살 것도 먹을 것도 많다.
치앙마이에는 꽃이 많이 피어있다. 골목마다 오랜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오토바이와 개들이 보이지 않는 질서로 누벼댄다. 태국 사람들의 친절함이 좋다.
치앙마이에 와서 좋은 건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는다는 것이다. 평소에 자연식물식을 하기에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기대로 태국에 왔다. 현실은 과일보다도 태국 현지 음식, 간식에 더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코코넛 아이스크림, 코코넛 밀크, 코코넛 워터, 코코넛 미트, 코코넛 커피, 코코넛 빵(까놈크록) 등. 코코넛이 들어간 모든 것을 맛본다. 똠얌, 카오 소이, 팟씨유, 쏨땀, 팟타이… 태국은 비건 친화적이라 길 건너면 또 비건식당이 있고 일반 음식점에도 따로 채식 메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 나는 먹으러 여기에 왔구나.
사실 다른 관광은 별로 끌리지 않는다. 쇼핑을 많이 할 것도 아니고 사람 많은 곳은 일부러 피해 다닌다. 다양한 비건 음식이 즐비한 곳에서 하루 두 끼 먹는 나는 먹을 수 있는 시간만 꼽아 기다린다.
치앙마이에 머문 3일 동안 알차게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고, 내일이면 치앙라이로 떠난다. 치앙마이에서 출국하기에 다시 돌아와야 하지만 나에게 3일이란 시간은 충분했던 것 같다. 치앙마이 내에서 이동 거리가 짧고, 한국의 정치 상황과 뉴스도 봐야 하고, 새로운 것들을 구경하느라 정작 나 자신을 살피는 일에는 소홀했다. 3일째가 되니 그만 돌아다니고 이제 글을 쓸 때가 되었다는 걸 느낀다.
때로는 외부 자극에 한눈팔기도 하고 다시 돌아와 내면에 집중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외부의 자극이 없으면 내면을 살펴보지 못한다. 나의 경험세계에 드러난 것으로 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과 정착, 탐험과 휴식, 외부의 자극과 내면의 울림, 두 세계를 넘나들며 나라는 사람의 텍스트를 좀 더 읽어가는 중이다.
새로운 도시에서는 또 어떤 새로움을 발견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