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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이상한 태국여행 1

첫째 날, 모든 선택에 후회가 없게

by Gray Monkey

옆 방에서 쿵쿵대는 소리에 잠에서 일찍 깨고, 맛없는 망고 피클을 잘못 사고, 볼트택시를 비싸게 결제하고, 이런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순간이 있다.

처음 하는 입장에서는 내가 다 알고 선택하지 못한다. 그 선택에서 벌어지는 결과를 최대한 즐기고 후회하지 않는 것, 모든 것이 혹여 그것이 실수라 하더라도 완벽하게 들어맞는 시나리오로 가고 있는 것이라 믿는다.

깐짜나부리로 가는 버스 안.


보란 듯이 예상을 비껴가는 하루.

제대로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운에 맡기면 계획적인 여행보다 돈이 더 든다. 안 써도 될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돈에 대해서 마음을 비우자고 계속 다짐한다.

죽음의 철길을 보고 싶어 콰이 리버 브리지 역에서 마지막 열차를 탔다. 그곳에서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교통편은 없었다. 우연히 대기 중이던 밴으로 가서 깐짜나부리로 다시 돌아가는 교통편이 없냐고 물었다. 이미 50km를 훨씬 지나왔기에 내일 아침이 아닌 오늘 여기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들은 혼자 온 나를 걱정해 주는 건지 돌아가며 하고 싶은 말들을 번역기로 전달했다. 자기들과 같이 차를 타고 가서 사이욕 호텔에서 머물겠느냐, 700바트가 든다고 했는데 나는 사이욕 호텔로 가는 교통비가 700바트라고 알아들어 그들의 호의를 거절할 뻔했다.

여하튼 그들은 사이욕 호텔 가는 길까지 나를 태워주었다. 내 예산에 맞추어 500바트짜리 숙소를 알아봐 주고, 내일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 물어보고 방안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계획이 틀어진 나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에라완 폭포를 보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으나 그것도 차를 구하지 못하면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 없고 택시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그들은 숙소를 알아봐 준 것으로도 모자라 편의점에서 물과 간식, 도시락도 사주고 내일 내가 머무는 호텔에 픽업을 와준다고 했다. 이런 친절이 있을 수 있을까? 과연 나는 내일 그들을 다시 만나고 에라완 폭포에 가게 될까?

여행의 첫날, 운에 기댄 하루는 나에게 모든 걸 비우고 내려놓으라 말했다. 깐짜나부리 여행자 거리 호스텔에 모든 짐을 두고 사이욕 폭포 근처 이름 모를 호텔에서 휴대폰과 지갑, 보조배터리가 든 가방만 가지고 머무르고 있다. 흙먼지 뒤집어쓴 옷 그대로, 아무런 세면도구 없이 딸랑 몸만 남겨진 채 어찌어찌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웠다.

이왕 운에 맡기기로 한 여행이니 내일도 기대해 본다.

죽음의 철길에서 보는 노을은 예뻤다. 이걸 보러 왔나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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