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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붙여 넣기' 패턴과 레거시 코드의 공통점

지식 덕후의 탄생

by 안영회 습작

링크드인에서 본 두 지인의 대화에서 다뤄진 글 <Can a computer turn our internal monologue into speech?>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지인들 수다를 보다가 알게 된 내면 발화와 발화 시도

영어인 데다가 배경 지식도 부족하니 노트북LM의 AI 오디오 오버뷰를 만들어 들었습니다. 노트북LM이 생성해 준 팻캐스트 제목은 <Decoding Inner Speech: Brain-Computer Interfaces Translate Thought to Voice>네요.


크게 두 가지 생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영감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내면 발화와 시도 발화의 구분에 대한 것입니다. 다음은 노트북 LM에게 표로 정리해 달라고 요구한 결과입니다.[1]


허술한 생각에 대해 묻고 따져서 얻는 것들

여기서 나는 뭘 느끼는가? 지적 호기심이고, 그래서 무엇을 하려는가? 생각을 추출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런 행동에 이름을 붙인 것이 바로 이 연재에 등장하는 '지식 덕후'입니다.[2] 처음에는 그저 이런 독백이었습니다.

아, I/O가 있고 없고 차이가 크구나


이미 제 사고는 '직업병'스러운 은유 패턴 위에서 작동합니다. 독자님들도 알아듣도록 부연하면, 내적 독백은 굳이 '소리'를 낼 필요가 없으니 발성 기관을 움직일 필요가 없는 것이죠. 별도의 에너지가 들어가고 신경계 말고도 신체를 작동해야 하니까 컴퓨터의 입출력(I/O)에 비유한 것입니다.


그랬다가 '내면 발화'와 '시도된 발화' 사이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순서를 드러내기 위해 즉흥적으로 다음 그림을 그렸습니다. '내면 발상'이 '내면 발화'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모르지만, 낱말의 어감 때문에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퍼플렉시티에 물으니[3] 일단 그림으로 나타낸 개념들이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추상화 수준도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뭐가 들렸나 찾아 들어가다 만난 논문을 보니 이 길이 아닌 듯하여 멈춥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화에 대해 요약한 정보는 유익해 보여서 도식으로 남깁니다.


'복사-붙여 넣기' 패턴과 레거시 코드의 공통점

여기서부터는 원래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입니다. 처음 자극에 반응하여 충동적으로 움직였지만, 일정 단계에서 더 이상은 궁금하지 않고 기대한 내용이 아니라고 접게 된 것이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간 지나치던 지적 자극이나 저의 지적 과정에 대해 인식하게 됩니다.


하나는 아래 그림의 형식을 차용하면서 배운 바인데요. 처음에는 키노트(맥에서 쓰는 파워포인트 대용)에서 그냥 그리다가 과거에 그렸던 그림 원본을 찾았습니다.

새로 그린 것보다 폰트나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다시 복사한 후에 새로 그린 것에서 글자만 옮겼습니다. 그러면서 역시 유산이 있는 것이 맨땅에 처음부터(from the scratch) 하는 것보다 좋구나 느꼈습니다. 이때, 속말로 질문을 했습니다. 부작용은 없냐고?


그랬더니 생각이 건너뛰어서 레거시 코드 활용으로 흘렀습니다. 복-붙하는 내용이 이 그림처럼 간단하면 괜찮지만, 간결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면 리팩토링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생각이 봇물처럼 쏟아날 듯도 하지만, 다음에 다른 곳에서 쓰기로 합니다.


풀려는 문제가 있는가? 그리고

두 번째로 과정에서 배운 바는 '에이전트 지능 행동 루프'나 제가 그리려던 그림의 공통점이 함수의 형식이란 점입니다. 언젠가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면서 '데카르트의 함수'란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내려놓은 호기심을 꺼내어 언젠가 여기서 받은 자극도 글로 옮겨볼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복-붙 후에 제목을 넣을까 말까 하면서 배운 바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현상에서 배운 점입니다. 문제가 불분명한 것과 상응했습니다.[4] 그래서 앞서 찾아보던 지식에 대한 조사를 그만둔 것이죠.


두 번째는 양식 혹은 Template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입니다. 제목은 빼고 순차적인 단계 이행 표시만 쓰자고 마음먹을 때죠. 같은 복-붙이라도 의미적으로 층위를 이해하고 쓰는 것과 묻지마 복사는 활용에 있어 큰 차이가 있는데, 그래서 같은 내용이라고 템플릿이나 양식으로 만드는 번거로운 일이 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그 일에 미쳐서 프레임워크 만들 때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이렇게 관조하듯이 해석할 수는 없었다는 점에서 삶의 양상이 참 흥미롭고 묘하다는 생각으로 글을 마칩니다.


주석

[1] 사용한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내면 발화는 무엇이고, 이와 대비되는 다른 발화는 어떤 것이 있나요. 각각을 비교 요약한 후에 표로 정리해 주세요.

[2] 제 사회적 역할과 아무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싶어서 그냥 하는 것에 면죄부를 줄 듯한 그럴싸한 이름이죠.

[3] 퍼플렉시티에 물으니 둘은 꽤 다른 인지 과정이라고 합니다.

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내면 발상'과 '내면 발화'는 명확히 다른 인지 과정입니다. 내면 발화는 언어적 형태를 갖춘 구체적인 인지 도구인 반면, 내면 발상은 더 추상적이고 언어 이전의 사고 과정을 포함합니다.

[4] 제 인생책 제랄드 와인버그의 <대체 뭐가 문제야>를 추종하다가 배운 것입니다.


지난 지식 덕후의 탄생 연재

(52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52. 빠른 진전이 만드는 디플레이션 기술 혁명

53. 공동지능co-intelligence 길들이기

54.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난 사고를 돕는 과학의 쓸모

55. 중심을 어디에 두는가만으로도 달리 보이는 세상

56. 뉴스를 빠르고 유익하게 소비하기 2025

57. 구글 노트북LM을 이용한 기사 내용 내비게이션

58. 브라우저가 아닌 다양한 플랫폼으로 분산된 검색 욕구

59. AI알못이 AI 논문을 읽고 얻은 호기심

60. 몸으로 체득하는 지식만 기억이 되어 작동한다

61. Time Horizon은 시간지평인가 시간적 범위인가?

62. 미디어 문해력, 협상론적 세계관 그리고 문화의 힘

63. 적대적 트리거와 충조평판 그리고 감정의 민첩성

64. 기억의 3 계층 그리고 점진주의와 프레임 문제의 관련성

65. 인공지능으로 구축하는 월드 모델과 들쭉날쭉함의 원인

66. AI 에이전트의 보상과 가치 그리고 RLHF

67. Validation 번역은 검증이 아닌 타당성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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