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이 아니고 주문서라는 표현을 알려 준 이유

감히 시도하는 설계의 정석

by 안영회 습작

식당에서 둘째 아이가 테이블에 놓인 종이를 보고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신규'가 뭐예요?


식당 손님에게는 낯선 주문서라는 말

사실 아이에게 어울리는 설명은 아니지만 제 (직업적) 전공을 살려서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종이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아이가 '영수증'이라고 답했고, 저는 영수증은 나중에 계산한 후에 나오는 종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테이블에 있는 것은 '주문서'라고 낯선 표현을 알려 주었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둘째는 영수증이라고 몇 번 우기더니 제 설명을 듣는 눈치였습니다.

제가 굳이 '주문서'라는 아이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생소한 표현을 내민 이유는 바로 '신규'라는 말이 놓이는 맥락을 설명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주문서는 사실 공급자(식당 직원)에게 필요한 정보로 '신규'는 '신규 주문'을 줄인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당 PoS에 쓰이는 신규 주문 이외의 유형 추정

식당 PoS의 메뉴를 알지 못하기에 퍼플렉시티에게 이미지를 주고 추정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럴듯하네요.

여기서 제 생각은 더 나아갈 필요를 잃었습니다. 아이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도 아닐뿐더러 직업적 익숙함에서 생긴 생각이지만, 당장 그 생각으로 무엇을 만들 일은 없으니까요.


그렇게 사그라진 주문서에 대한 관심關心이 다시 이어진 시점은 몇 주 후에 햄버거 가게에 갔을 때입니다. 이번에는 아예 종이에 '주문서'라고 명시되어 있었죠. 반가운 마음에 옆 자리에 앉은 큰 아이에게 주문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신이 나서 설명했습니다.


오프라인 종이 주문서를 분석한 모델링

여기서부터는 아이들과 무관하게 제가 혼자 지적 유희를 즐기는 글입니다. 어쩌면 극소수의 분들께는 설계적 사고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작은 기대는 있습니다.


암튼 주문서를 분해한 후에 추상화하여 각 영역에 이름 내지는 간단한 설명을 붙여 봅니다.

우연하게도 여기서 끝날 뻔한 지적 유희를 돕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의 주문서에 대한 분석 글입니다.

한편, 이 글을 다 쓸 즈음에 종이 '거래 명세서'가 눈에 띄었는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주문서와 차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히 시도하는 설계의 정석 연재

(3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3. 빨래를 개다가 떠오른 식별성과 태그, 라벨

4. Perspective와 Viewpoint는 무엇인가?

5. 하나의 시스템을 보는 다양한 생각을 담는 조감도鳥瞰圖

6. 소프트웨어 조감도의 기초 재료는 기호, 작명, 구조

7. 플랫폼의 다면성과 다층적 처리 영역을 표현하기

8. 메뉴는 콘텐츠 노출과 그에 따른 사용자 트리거 도구이다

9. LLM의 Stateless 구현과 AI제품의 싱글톤

10. 모델링이 주는 핵심 가치에 대하여

11. 소프트웨어 설계에 대한 책을 왜 쓰려고 하는가?

12. 설계라는 묘한 활동, 드러나지 않는 결정 대상

13. 이슈화, 이름 붙이기 그리고 개념과 설계의 관계

14.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해 드러내기

15. 모호함이라는 적진을 단박에 제압하는 모델의 힘

16. 추상과 수학과 기호 그리고 인터페이스

17. 단순함은 일 처리 방법이 아니라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

18. 소프트웨어도 지속적으로 재구성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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