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만 분명하면 뚝딱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클로드 코드

아내를 위한 오름깨기 앱 개발 연재

by 안영회 습작

오름 트래킹을 즐기는 아내가 쓸 만한 오름 앱이 없다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제가 안 만드니까 누군가 만들었다며 화면을 보여주었습니다. 겉모양만 보고 그런 줄 알았는데, 막상 써 본 사람이 안 되는 것이 너무 많다고 했습니다. 마침 인공지능과 함께 우리 가족용 앱을 만들기 시작한 터라 하나 더 해 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고, 바로 행동에 옮겼습니다.


비주얼 데모 중심의 바이브 코딩의 한계를 맛보다

일단 아내에게 그 앱에서 꼭 필요한 화면을 캡처해 달라고 해서 메시지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저에게 감동을 줬던 러버블에 이들 파일을 첨부한 후에 요구사항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요금을 요구했습니다. 지난번에는 분명 상당 분량을 무료로 하고 나서 하루가 지나니 풀렸던 터라 실망스러웠습니다. 거기에다가 최근 클로드 코드를 결제했으니 클로드 코드에서 해도 되니까요.

하지만 바로 클로드 코드를 열기 전에 클로드 덕분에 (다시) 존재를 알게 된 v0를 찾아 프롬프트[1]를 전달했습니다. 훌륭하게 잘 모방했습니다. 무료인데 배포도 지원해서, 배포한 후에 아내에게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여기서 한 발씩 나가려는데 웹 기획자 출신인 아내는 머릿속에 복잡한 기획 내용에 대한 이미지가 떠올라 (하기도 전에)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합니다. 아이를 낳기 전 일이라 벌써 10년 넘도록 안 하던 일을 하려니 피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게다가 예시로 던진 이미지랑 너무 똑같아 하고 싶은 마음도 안 든답니다.[2]


그러더니 몇 마디로 딱 이 것만 되게 해 달라고 말합니다.


부부가 아니라 개발자와 의뢰인 관계를 새로 열다

제가 다시 아내에게 요구합니다. 지금 말한 내용을 녹음해서 달라고, 그랬더니 아내가 음성 변환 결과가 이상하다며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오름 리스트가 있고,
갈 수 있는 오름과 갈 수 없는 오름을 구분해 주고
오름에 다녀오면 리스트에서 해당 오름을 다녀왔다고 표시가 가능하면 좋겠음.
표시하는 날짜를 기본값으로 세팅하되, 추후에 날짜 수정이 가능하게.

클로드 코드를 며칠 안 썼더니 기억이 안 나지만 그냥 바이브를 탑니다. 일단, 폴더를 새로 만든 후에 클로드를 실행하여 init를 치고 아내가 준 요구사항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집안일을 하고 있던 아내에게 결과를 볼 수 있는 url을 전달한 후에 피드백을 달라고 했습니다.


개발자와 도메인 전문가가 함께 데이터를 채워 넣다

아내가 왜 오름이 30개 밖에 안 되냐고 물었습니다. 클로드 CLI에 있는 메시지를 아내에게 전합니다.

오름 목록은 현재 30개 샘플로 되어 있습니다. 실제 오름 리스트를 추가하거나 수정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

쓸 만하다고 느꼈는지 아내가 뭐라고 말합니다. 저는 다시 말 대신에 메신저로 전달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연속해서 세 개의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클로드가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진다며 허락을 요구하고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아내에게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더니 아내가 표 형태로 368개 오름의 이름과 함께 탐방 가부가 적힌 이미지 2개와 함께 관련 정보를 메신저로 전달했습니다.

두 시간 정도면 뚝딱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주네

이미지 형태의 표를 받아 읽느라 꽤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다음 화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요구한 필수 기능은 2시간 정도 안에 만들어졌습니다. 아내가 준 이미지나 정보를 보아도 아직 부족한 점은 51개 오름의 '탐방불가' 사유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요구를 했고 클로드는 충직하게 그 일을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항목 조사 결과를 보여주고 저에게 물어왔죠. 저는 묻는 족족 '진행시켜'라고 1번 키만 누르기를 반복했습니다.


주석

[1] v0에게 전달한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주에 살며 도장깨기처럼 오름을 모두 정복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앱 화면을 기획해 주세요. 비슷한 앱의 화면을 첨부하니까. 이를 고려해서 PRD를 작성한 후에 화면 기획도 해 주세요.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을 다음과 같이 목록으로 나열합니다.

내 기록을 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있다.

GPS와 연동하여 등산로를 볼 수 있다.

전체 오름 목록이 나오고 내가 간 곳과 가지 않은 곳이 구분된다.

제주도 지도가 나오고 오름의 위치가 나오며, 오름깨기 멤버들의 방문 기록과 관련 통계를 볼 수 있다.

[2] 아들이 물어보자, 추가로 '기획자들은 남들이 만든 거랑 똑같으면 기분이 상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라고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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