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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y 24. 2021

카카오 채널차단 UX 직관적인가?

UX 비전문가가 쓰는 UX 이야기 III

Update 안내: 원문을 올리고 약 1시간 정도 흐른 후에 서동호 님 피드백을 받아 일부 수정합니다.


두 시간쯤 전에 존경하는 이민석 교수님의 페북 글을 보았다. 아래 내용이다. 해쉬태그만 보고 웃겨요 눌렀다가, 조금 이따가 이걸로 불편을 겪고 계신가 싶어서 다시 살펴봤다.

직관적은 아닌 듯하다

가만 생각해보니 나 역시 받고 싶지 않은 메시지가 있는데, 그냥 두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카카오 채팅 목록 페이지로 가서 채널 차단을 시도해봤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추측은 틀렸다. 그리고, 확실치 않지만 아침에 오는 메시지가 귀찮아서 안 받으려고 시도했는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 그냥 내버려 두고 다시 받은 기억도 떠올랐다.


그게 뭐였지? 이민석 교수님 질문(?)이 방치해놓은 내 문제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암튼, 몇 차례 실패 끝에 찾았다. 나는 이민석 교수님이 표시한 수신 거부 | 홈 > 채널차단 이라는 문구를 이전에 본 적이 없다. 이교수 님과는 사용 패턴이 다르다는 말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바로 원하는 행위를 하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직관적이냐 아니냐는 주관적인 문제지만, 적어도 두 사람에게는 직관적이지 않은 듯하다.

댓글을 달다 보면 그 생각은 대화로 펼쳐진다. 토론의 유익함을 몸으로 경험하는 순간이다. 내가 이해한 바를 이교수 님이 알아듣게 글로 써야 하니까 보다 자연스럽게 객관화를 수행한다. 특히 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한 아이콘을 어떻게 글로 나타낼까 고민했다. ;)


수수께끼는 아니겠지만

다시 달린 이교수 님 댓글을 보니 수신 거부 | 홈 > 채널차단 표기가 직관적이지 않음이 드러난다. 필자는 문구를 보지 않고 찾았지만, 이 교수님이 문구를 보고 필자와 같이 하려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밟아야 한다.

수신 거부 | 홈 > 채널차단 문구를 보고 일단 홈을 찾으러 간다.

어딘가 다른 화면 영역에서 이미지 아이콘을 보고 아까 봤던 홈이 바로 그 아이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이콘을 누른다.

그리고 나타난 화면에서 채널차단이 어디에서 나타날지 찾아본다.

아주 작게 CH가 들어있는 아이콘의 CH가 채널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게 사실 일반인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교수 님은 일반인이냐 아니냐도 논란의 소재가 될 수 있지만...ㅋ) 필자가 일반인이라고 말한 것은 필자가 중국에서 위챗의 편리함을 경험한 이후 비슷한 기능을 카카오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한 시간이 1년이 넘는다. 개발자는 아니라 서비스 흐름만 보긴 하지만, 여하는 (일반인이 아닌) 업자 입장에서 자주 봐서 CH 아이콘을 안다고 볼 수 있으니까.


플랫폼 UI의 구현 문제

작년으로 기억하는데, 카카오 내부인과 위챗의 편리함을 카카오에서 구현해보자는 제안을 하러 간 일이 있다. 그(녀)는 이해관계자가 많아 UI 변경이 쉽지 않다고 말했고, 표정을 통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내가 짐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녀)가 정확히 어떤 문제를 말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유사 문제를 추정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글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혼의 동반자 같은 서동호 님이 페북에 이런 댓글을 주셨다.


나는 중국에서 2016년인지 2017년에 외국인으로 알리페이 가입을 하다가 계정에 문제가 생겨 우버를 사용 못하는 일이 생겼다. 검색을 통해 해결책을 찾았는데, 문제는 이미 우버와 연결한 계정을 바꿀 수가 없는 것이었다. 계정을 삭제하고 다시 만들려고 했더니 UI로 계정을 삭제하는 기능은 없었다. 전화를 하라는데, 당시만 해도 내 중국어 실력으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계정을 삭제하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한 일이 기억났다.


흔히 플랫폼을 공부해보면 양면시장이라는 개념을 배운다. 서로 다른 유형의 사용자가 함께 시스템을 이용한다. 애런 사피로의 User 책을 보면 그는 사용자와 고객으로 양면시장 사용자를 분류하기도 한다. 그 개념을 여기에 적용하면, 이 교수님은 사용자User 이고, 채널인 카카오맵은 고객Customer 이다.


필자가 동종업계 업자가 아니라 카카오 내부 구성원이라면 채널차단 기능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줄 것인가? 그랬다가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하면 어떻게 할까? 여기까지만 생각해도 쉽게 답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문제 제기는 유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카카오 앱은 소위 중국에서 말하는 슈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슈퍼앱으로서 제대로 위상을 발휘하려면 마치 상점이나 아파트가 아닌 도시 설계 문제처럼 (단일 앱에 비해) UX가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TMI

워드프레스 기반의 popit과 달리 브런치 편집기는 위 첨자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TMI로 이 글을 쓰게 동기를 마련해준 두 분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먼저, 존경하는 이민석 교수님이란 표현에 대해서 TMI를 남기면, 나는 이민석 교수님과 두 번 만났다. 중국에 가기 직전인 2015년 무렵 우연히 교수님 연구실을 알게 되었는데, 무턱대고 찾아가서 하고 싶은 말을 했는데 흔쾌히 내 질문에 답을 해주셨다. 당시나 앞으로나 나는 기자였을 리 없고, 심지어 그때 신분은 백수였다. 그 후에 교수님께서 Hack Korea라는 행사에 초대해주셔서, 처음으로 대안학교에도 가보고 난생처음 해커톤에도 참여한 일이 있다.


두 번째로 서동호 님을 영혼의 동반자로 표현한 이유는 서동호 님이 이 글을 보고 부담스러워하시라고 쓴 것이다. ;)

나는 서동호 님 얼굴을 실제로 한 번도 본 일이 없다. 순수하게 페이스북에서만 봤는데, 이 분 글을 볼 때마다 나하고 생각의 결이 너무나 비슷해 영혼의 동반자로 표현했다. 사실 영혼의 동반자라는 표현은 사내에서 퍼스널 애자일 퍼스널 칸반 책모임을 하는데, 저자의 책을 처음 읽는데 마치 내 생각을 책으로 낸 듯해서 영혼의 동반자라고 발화한 것이 입에 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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