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O와 그냥 개발자의 차이>편에서 인용한 <The Best Engineers Think Like Investors, Not Builders>에 삽입된 이미지가 떠오르게 하는 생각이 이 글을 쓰게 한다.
내가 위 내용을 보고 이해한 내용은 투자에 들어간 돈이 효과를 발휘하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저물어가는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 (번역)>라는 글도 비슷한 시기에 눈에 띄었다는 점이다. 웹 2.0 현상의 대표적인 실체가 바로 페이스북이다. 이제 페이스북은 마치 3.0으로 내몰리(?)는 듯한 형국이다.
내가 여기서 받은 영감은 페이스북이나 웹 3.0 흐름 같은 거대한 흐름이 아니다. 이 보다는 <The Best Engineers Think Like Investors, Not Builders>에서 Payoff 라 표현한 개념이다.
한편 <개체(시스템)의 재설계와 경계의 변경>편에서 인용했던 박종윤님의 표현 '세상과 호흡하며 적절함을 찾아가기' 라고 할 수도 있다.
베터코드가 스타트업이 되기 이전인 2016 ~ 2019년 사이에 북경의 개발조직(북경의념과기유한공사)과 함께 일하면서 우리가 성공한 일의 핵심에는 릴리즈 중심의 운영이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기획하는 대신에 이랜드 차이나에서 운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반대로 기획한 일들은 모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1]
쉽지 않던 2년 8개월의 스타트업 경험은 나에게 많은 걸 알려주었다. 그중 하나가 방금 'Payoff 에 초점을 두고 시장의 피드백을 받기'라고 이름을 붙인 노하우다. 작년 6월 쓴 글 제목이 <린스타트업 MVP 설정의 어려움>이다. 읽어 보니 그때보다 MVP에 대한 나의 이해도가 나아졌음을 느낀다.
내가 오랫동안 기억에 담고 있던 Lean Budgets 도 'Payoff 에 초점을 두고 시장의 피드백을 받기'와 일맥상통하는 방법이자 개념이다.
한편, <The Best Engineers Think Like Investors, Not Builders> 기사를 읽은 직후 소감을 페북에 공유했더니 장혁수님이 올려주신 사려 깊은 피드백이 떠올랐다.
Payoff만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굳이 가족을 언급하지 않아도) 회사가 영리 추구를 하는 곳이지만, 우리는 인간과 함께 일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계 속에서 Payoff 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그걸 아직은 내 말로 표현할 방법은 찾지 못했다. 명백하게 설명하는 대신에 최근 읽은 시골농부 김영식님의 페북 글 일부를 공유한다.
그런 상태에서 '내'가 하는 일은,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재량 내에서 모든 상대방들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항이 없으며, 그래서 어떤 일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는 <개체(시스템)의 재설계와 경계의 변경>에서 인용했던 '세상과 호흡하며 적절함을 찾아가기'란 표현으로 대체할 수도 있을 듯하다.
[1] 여기서 '기획'은 사업적인 측면을 말한다. 화면 기획이나 비즈니스 프로세스 변경 등에 대해서는 기획이라 불릴 수 있는 일을 수행했다. 하지만, 사업적으로는 이랜드 차이나의 일상 운영에서 잘 해결되지 장애물을 해결하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표현할 때 '기획하는 대신에'라고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