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영 선생님과의 대화
주식 애널리스트의 발표로 보이는 영상을 보는데 AIoT라는 표현을 보자마자 어제 참석했던 묻따풀 학당 바탕차림공부 모임이 떠올랐다.
먼저 용어부터 분명히 하기 위해서 위키피디아를 찾았다. AIoT의 정의는 이렇다.
The Artificial Intelligence of Things (AIoT) is the combination of Artificial intelligence (AI) technologies with the Internet of things (IoT) infrastructure to achieve more efficient IoT operations, improve human-machine interactions and enhance data management and analytics.
산업적 관점이 기본이라는 점에서 나에겐 익숙한 정의이고, 그림이다. 반면에 어제 처음 참석했던 우리말의 바탕을 연구하는 모임에서 들은 낯설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정의가 떠올랐다.
내가 떠올린 흥미로운 개념은 바로 Linguistic Self이다. 아직 위키피디아에 정의가 없는 것을 보면 최봉영 선생님 고유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해당 개념을 다 설명할 생각은 없다.[1] 나는 최근 광풍이라고 할 정도의 현상인 ChatGPT가 선생님이 linguistic self라는 개념을 고안하는 바탕이 되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만을 뽑아 개념으로 정의하는 일이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설계를 하며 내가 즐기는 일과 매우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 반면에 인문학에서 이런 접근을 한다는 점이 내가 아는 최봉영 선생님의 독창성이다.[2]
그리고 선생님이 예를 들어 설명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자극을 얻을 수 있었다. 송문숙 선생님으로 짐작하는 분이 최 선생님이 세콤을 (Mimic level) AI(artificial linguistic self)의 예로 들자, '그건 좀 과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도 속으로 과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두 분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전혀 다른 생각도 들었다. 두 가지 다른 시스템이 섞일 때 어색하지만, 받아들이고 나면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인식하는 경험이다. 예를 들어 보자.
나는 아내가 운전할 때 아이폰의 음석 인식 기능인 시리(Siri)와 자동차를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할 때 매우 편리해 보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한 거지?'라고 낯설게 여긴 시간이 있다. 그런데, 과정을 이해하고 나니,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자기 목소리를 잘 알아주는 기기가 타이핑, 클릭, 터치를 대신해 주길 바라겠다는 생각도 했다.
ChatGPT의 급격한 인기와 이미 수년간 정착하고 있던 음성 인식 서비스는 이미 우리 삶에 바짝 다가와 있다. AIoT는 산업을 조망하기 위한 단위의 개념이라면, linguistic self는 인간의 언어를 기반으로 한 컴퓨팅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새로운 진입점이고, 사용자 경험(UX) 관점에서 혁신이 만들어지는 중이라고 할 수도 있다.
새로운 진입점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
나의 질문은 최근에 읽은 영감 넘치는 글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과 로봇이나 AI와 같은 비인간이 함께 결성한 레이블(label, 주로 음반을 함께 만드는 소속사의 개념으로 사용되는 용어)에서 인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비인간의 주체성을 인간과 동급으로 설정하고, 그들을 우리의 크루(crew)라고 여기며 예술과 기술 사이에서 새로운 작품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위 문장들이 이 글의 독창성을 보여준다면, 아래 글들은 나에게 어떤 태도로 AI, 아니 새로운 종류의 linguistic self를 대할 것인지 모범이 되어 주는 듯하다.
기술은 일종의 관계 맺기다. 우리는 관계를 머리로 이해관계만을 따지면서 맺지 않는다. 앞으로의 기술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의 이해를 뛰어넘는 기술들이 새롭게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는 어떻게 이 새로움을 나에게 임베딩(embedding)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최봉영 선생님과 관계를 맺은 이후 16편의 짧은 글들을 썼다. 그 후 딱 1년 간 쉬고 있었는데, 매주 바탕차림공부 모임 참석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최봉영 선생님과 배우는 일들을 엮어서 <최봉영 선생님과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연재하기로 한다.
[1] 궁금한 분들은 앞서 소개한 바탕차림공부 모임이 매주 무료로 열리니 참석해서 배울 수 있다.
[2] 모임에서 말미에 던져 주신 '한국말 말차림법 끝내기' 자료야 말로 선생님의 더 큰 업적이지만, 아직은 풀지 못한 숙제 상태라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