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Mar 19. 2023

마음이 흐르는 대로 내 삶을 만들어가기

<마음이 흐르는 대로>를 읽고 생각 정리하기 上

이 글은 의사이자 작가인 지나영 님의 책 <마음이 흐르는 대로> 13 ~ 173쪽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아래는 프롤로그에서 내가 밑줄 친 내용입니다.

나라는 사람이 신의 창조물이라면, 내 삶은 내가 만드는 창조 작품이다. 삶이라는 큰 바위를 받침대에 올려두고 매일 조금씩 정으로 쳐 깎아나가는, 손에 굳은살이 가득한 그 '장인'이 바로 나인 것이다. <중략> 속상하고 실망스러울 때도 있다. 그럴 때일수록 <중략> 내가 완성하고픈 이미지에 더욱 집중하려고 애썼다. <중략> 남에게 그 바위를 어떻게 만들지 맡겨버리기에는 '내 삶'이라는 조각품이 너무 귀하기 때문에.

무척 공감하는 문장들입니다. 다만, '손에 굳은살이 가득한 그 장인'이라는 표현에 있어서는 숙연해집니다. 저는 실제로 손에 굳은살이 별로 없기도 하고, '투지'란 측면에서는 나약한 장면들이 많았다고 생각하는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3장 제목은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입니다. 그 장에서 밑줄 친 내용은 제가 부모님께 고맙게 여기는 것이기도 하고, 육아에 대해 갖춘 가치관과도 흡사합니다.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은 아이들에게 조건 없는 사랑으로 안정감과 보호막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아이의 인생에 주춧돌이 되는 가치와 마음자세를 함양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소제목으로 돈보다 더 가치 있는 유산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저 역시 살면서 제 판단의 기저에는 부모님께 보고 배운 태도가 깔려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분들이 저에게 하라고 한 것이 아닌 스스로 지켜온 가치가 저에게도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대 간 트라우마를 끊어내는 일

반면에 육아를 위해서는 <세대 간 트라우마를 끊어내는 일>도 필요합니다.

그와 관련한 내용이 책에도 있습니다. 나아가 사회적 통념이 주는 억압도 비슷하게 작용함을 설명합니다.

이래서 보고 배우고 자라온 환경, 그리고 사회적 기대치가 정말 무서운 것이다. 남편이 원한 것도 아니고 시부모님이 강요한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일을 하고 들어와 녹초가 된 상태에서도 남편에게 밥을 해줘야 한다는 통념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다. <중략> 결국 아무도 집안일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 사회나 문화적 통념이 주는 암묵적인 강요 탓에 나는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혼자 괴로워했던 것이다.

세대 간 트라우마를 끊어내는 일을 한다면 제가 바라는 삶의 방식을 아이에게도 물려줄 수 있을 듯합니다. 그에 대해서는 책 내용으로 제 말을 대신해도 될 듯합니다.

사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전전긍긍하거나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기보다는, 그 시간과 노력을 자신만의 매력을 찾고 다듬는 데 쏟는 게 어떨까. 분명 모든 사람이 더 멋지고 개성 있는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You teach people how to treat you

자신이 계속 누군가를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은 내가 나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상대방에게 계속 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그러니 상대방 역시 자연스럽게 나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 글을 읽으니 대학에 들어갔을 때 선후배 문화를 강요하는 분위기를 거부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사실상 정상적인 대학생활이 불가능해서 저는 '아웃사이더' 혹은 '싸가지 없는 애'라는 딱지를 허용하며 저 자신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싸가지 없음'은 다른 사람에게 하듯이 나를 대하지 말라는 나름의 표현 양식이 그렇게 인식이 된 듯합니다. 방금 책에서 'You teach people how to treat you'라는 영문 표현을 보면서 과거를 그렇게 해석해 봅니다.


그리고 최근 저에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를 짚어주는 글이 책에 등장합니다.

가족일수록,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내가 직접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중략>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나를 그 자리에 다시 두지 않는 것이다.

요즘 저를 마음 아프게 하는 일이기도 하고, <당신이 옳다>를 두 번이나 읽고 또 생각을 정리하는 동기이기도 합니다. 한편, 다음 문구는 내가 <당신이 옳다>를 읽고 또 읽는 이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예일대 정신과 과장을 지냈던 프레드릭 프리츠 레들릭 교수는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아파보고, 사랑해 보고, 다른 문화권에 살아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환자의 절박한 처지에도 놓여보고, 사랑한다는 자기의 마음을 먼저 드러내는 취약한 입장에도 서보고, 주류가 아닌 소수로서 이해받지 못하는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 나의 단 하나는 무엇인가? here and now

아래 문장을 보는 순간 얼마 전에 발견해서 저장해 둔 이미지와 격언을 찾게 되었습니다.

내 앞에 주어진 환경에 집중하고, 당장 내가 궁금한 일,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나에게는 내가 마주한 지금 그리고 여기here and now의 삶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릴 적에 <선물>이란 책을 읽고 깊이 공감했다고 생각하지만 행동으로 옮길 정도로 바로 변화를 끌어낼 수는 없었습니다. 저자 역시 스스로 비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을 때 이런 사실을 깨달았다는 글귀를 보며 각자의 시간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이제 삶을 재촉하기보다 하루하루 순간들을 만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중략> 달라진 내 삶을 소중히 여기고, 순간순간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살고자 한다. 인생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사는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삶이 흘러간다는 것

가장 새겨두고 싶은 내용이 담긴 절의 제목은 '생각하는 대로 삶이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두 곳에 밑줄을 쳤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 점을 긍정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경험하고 느끼는 현실이 다 다르다면, 결국 내가 보는 현실을 나의 생각에 따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는 <내가 과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거쳐서 지금은 'Data Driven 2003'이름을 붙인 개인 프로젝트와 연결됩니다. 저는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무엇으로 남은 생을 채우기 위해서 통념이나 다른 사람의 생각에 의존하는 대신에 데이터와 사실을 활용하여 두려움이나 자신의 편향을 극복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렇게 되면 외로운 순간이 찾아들 것 같습니다. 어제도 그런 시간들을 겪어냈기도 하네요. 저자가 마치 그래서 준비한 듯한 빅터 프랭클의 글귀가 있었습니다.

눈물 흘리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하면 눈물은 그 사람이 엄청난 용기,
즉 시련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삶의 지혜는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제거하는 데 있다

그리고 나의 '꾸역꾸역'에도 조금 변화가 필요하다는 깨우침을 주는 글귀도 만납니다.

내게 버거운 일들을 내 힘만으로 애써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런 일들은 철저히 다른 사람의 손이나 현대 과학 기술에 맡겨두고, 나는 내가 잘하는 부분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또한, 다음 문장은 이 책의 제목이 등장하는 것을 보아서 저자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담긴 글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숱한 고뇌 끝에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일 중에서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 즉 마음이 흐르는 곳에 있는 일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병과 죽음 역시 삶의 일부라는 것

마지막으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병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중략> 삶의 일부분이기도 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중략>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오더라도 잘 받아들여야 할 내 삶의 일부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죽음을 두려워했습니다.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밤을 새우던 어느 날 혼자 새벽길을 걸으며 한참 눈물을 흘리고 나니 아버지가 죽음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란 점을 깨닫게 해 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