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바치는 글
페친인 마피디님의 그림을 보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작년에 썼던 <육아란 무엇인가?>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쉽게 한다. 둘째를 보고 볼에 뽀뽀하는 일은 자동으로 나오고.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명절에 큰집에 다녀오면 사촌형을 보면서 늘 아이를 사랑으로 잘 키웠다고 반복해서 말을 했다. 실은 자신이 나를 포함 셋을 키우면서 칭찬에 인색했던 것을 후회하셨다. 다행히 어머니의 후회를 내가 반복할 일은 없을 것이다.
나의 (천주교) 대부님도 세대간 트라우마를 끊는 일이 중요하다고 반복해서 말한 바 있다. 그분이 대부님이라서가 아니라 처음에는 과한 표현이라 생각했지만 육아를 하며 느끼는 것은 결코 과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일터에 가면 아직도 어릴 때 해소하지 못한 트라우마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이 글을 쓰며 구글링을 해보니 '세대간 트라우마 치료와 미해결과제 치료법'이란 페이지도 있어 놀랐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지만 어쩌면 두 아이를 낳은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 관점에 따라 다른 문제다. 하지만, 분명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나는 결혼할 때 어릴 때는 육아에 전념해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아내는 수락했고, 덕분에 둘째가 여섯이 될 때까지 아이들은 비교적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컸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육아와 더불어 내가 인지 못했던 습관도 인식시켜줬다.
다행스럽게 아이를 낳고 한동안 내가 아이를 대할 때, 아내가 나를 자꾸 제지했다. 제지 당할 때는 불편한 마음이 있었지만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면에 질문을 해보면 여지없이 '아무런 기준도 없이 그냥' 그렇게 한 것이었다.
바로 세대간 트라우마를 찾아내게 도와준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안에 방패를 만들고 있다. 오늘 낮에만 해도 테이프를 낭비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역시 또 하나의 트라우마를 찾아 방패를 들었으니 앞으로도 육아를 하며 오랜 시간 트라우마를 막아내야 한다.
이 글을 보여주며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아내 덕분에 트라우마를 막아낼 수 있었고, 더불어 (트라우마의 흔적으로 보이는) 걸러내야 할 근거없는 조언들도 알아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