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샌프란에서 LA로 가는 길
3일차 아침이 밝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늦잠을 잤다.
느지막이 정신을 차린 우리는 샌프란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롬바드가 (Lombard Street)를 가보기로 했다.
샌프란을 하나의 이미지로 떠올린다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떠오를 정도다.
롬바드가는 그 오르막 내리막길의 절정을 보여주는 곳으로, 경사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을 막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길을 구불구불하게 낸 곳이다.
롬바드가의 정상에 올라 사진을 다 찍은 우리는 다시 호텔쪽으로 돌아가기 위해 트롤리를 기다렸다.
걸어가도 되긴 하지만 샌프란의 명물(?) 대중교통이라는 트롤리를 한번 타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갑자기 운명처럼 리무진 한대가 우리 앞에 섰다. 우리를 호텔까지 데려다준다고 한다. 물론 유료긴 하지만, 트롤리와 큰 가격 차이가 안난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리무진 안이었다.
생애 첫 리무진을 타고 호텔 근처에 도착한 우리는 Cafe de Casa라는 카페에 들어가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이름만 보고 스페인식 카페라고 생각했었지만, 알고보니 브라질식 카페였다.
바 자리에 앉아서 충전도 하고, 빵과 커피도 먹었다.
열려있는 창문으로 화창한 하늘과 카페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배경삼아 여유를 즐겼다.
쉬지않고 내리 달려도 6-7시간이 걸리는 거리기 때문에 우리는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샌프란에서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몬터레이에서 한번 쉬고, 또 2시간 30분을 더 달려서 피스모비치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샌프란에서 몬터레이를 향해 운전을 한창 운전을 하던 중 갑자기 창 밖에서 쿰쿰한 향기가 났다.
G: 이게 무슨냄새지? 바깥에서 나는 것 같은데?
나: 글쎄, 이거 많이 맡아본 냄새인데
G: 이거 마늘 냄새인것 같다.
나: 아~ 그러네. 마늘 냄새같아. 아 정말이네. 저 옆에 큰 밭들이 다 마늘밭이라고 써있어!
아마도 우리는 운전하면서 Gilroy 마늘밭을 본 것 같다. 강원도에 옥수수와 감자가 유명하듯이, 나는 이 지역에는 마늘이 유명할 것이라고 거의 확신했다. 그렇게 큰 밭이 있을 정도면, 마늘 마을이 분명했다.
두시간 반을 운전해서 도착한 몬터레이는 해안가에 위치한 한적한 마을이었다.
샌프란의 Fishermans Wharf와 똑같이 부둣가지만, 샌프란에서는 요즘 잘나가는 아울렛의 세련된 아웃테리어 느낌을 받았다면, 몬터레이는 조금은 철지난 외곽 쇼핑몰의 느낌이 났다.
바닷가에서는 바다사자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항구를 둘러보며 간단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첫 날 샌프란에서 먹었던 클램챠우더 스프가 워낙 맛있었기에, 한번 더 먹기로 했다.
그리고 또 뭘 시킬까 고민하던 차에 우리의 눈에 들어온 단어가 있었다. "Garlic"
음식점에 가서 단품으로 마늘을 시켜본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꼬치 집에서 마늘꼬치 시킨 것 빼고.)
적당히 잘 익혀져 나온 통마늘은 포크를 살짝 힘주어 갖다대기만 해도 톡하고 큼직한 마늘 알들이 빠져나왔다.
알싸한 맛은 살짝만 남아 있고 푹 익혀 담백한 마늘을 한알씩 쏙쏙 빼먹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지나쳤던 길로이(Gilroy)는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마늘을 심기 시작해서 매년 마늘축제가 열릴정도로 마늘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벌써 해가 어둑어둑 지기 시작했다.
5시부터 어둑어둑 해진 날은 6시가되자 완전히 깜깜해졌다.
고속도로 101을 따라 쭉 직진만 하면 되기 때문에 찾아가는 길은 쉬웠지만
한국과 달리 가로등이 밝지 않아서 어두컴컴하게 야간 운전을 하는 것 같아 내내 긴장이 되었다.
잠이 오는 것도 꾹 참고 휴게소도 들려가며 드디어 피스모비치의 Seacrest Ocean Front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은 리노베이션 중이라 군데군데 공사장처럼 펜스가 쳐져있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공짜 음료 바우쳐 (맥주 4병 살 수 있음)를 받았다. 긴 운전으로 지친 G와 나는 호텔에서 좀 쉬다가 동네를 구경하러 나갔다.
과연 작은 해변마을이었다. 구글에서 검색해서 예상은 했지만, 한 두개 봐두었던 Bar가 그 동네의 전부였다.
G: 이런 작은 마을에서 사는건 어떨까? 아마 그 술집에 가면 동네사람들 다 만나겠지?
나: 그렇겠지. 나는 작은 마을에서는 답답해서 못살 것 같아.
G: 나는 삼개월 정도는 재밌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오히려 영어는 빨리 배우겠다.
나: 맞아. 외로워서 동네사람들과 엄청나게 친해질거야.
바우쳐로 받은 술과 마트에서 사온 과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긴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드디어 3일차만에 우리는 늦잠을 자지 않고 아침 8시에 기상을 했다.
천천히 내려와 커피와 조식도 즐기고 호텔 앞 바다를 즐기며 LA로 떠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