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 가서 평범한 것 하기
나는 현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한 점을 관찰하는 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성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다.
짧은 일정에 관광지만 찍고 돌아다니기도 바쁜 여행이겠지만, 항상 한두개는 일상을 느낄 수 있는 평범한 것들로 일정을 채우곤 한다. 현지인들 사이에서 홀로 있는 것만으로도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평범하고 좋은 것은 로컬 맛집에 가는 것이다. 믿을만한 현지인에게 추천을 받는 것도 좋겠지만, 직접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며 영어메뉴판도 없고 현지인들로만 가득찬 식당이 있다면 도전해볼만 하다.
상하이 - 출근길에 나가 직장인들이 사먹는 간편 아침식사를 따라 사먹기 (또우지앙과 요우티아오)
빠리 - 아침에 열리는 재래시장가기 (아뉴호 - Un Euro 를 외치는 상인들의 활기가 좋아 몇번이고 갔다.)
방콕 - 몰에가서 영화보기
방콕영화관. 평범해 보이지만 영화 시작 전에는 태국 왕에 대한 비디오가 틀어지며, 비디오가 끝날 때까지 관객 모두가 일어서서 경의를 표해야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미국여행에서 G와 내가 선택한 것은 'LA에서 머리자르기'였다.
외국에서 미용실에 가보는것도 괜찮은 경험일 것 같았다. (마침 G가 머리를 잘라야 하기도 했고.)
사실 먼저 갔던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미용실이 보일때마다 기웃기웃 거렸지만, 가격이 비쌀까봐 선뜻 들어가질 못했다.
이 미용실은 인앤아웃 버거를 먹으러가다가 우연히 찾은 곳으로 바깥에 크게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Regular cut $19, Buzz cut $12
회색 비니를 쓴 미용사는 젋고 꽤 트렌디해 보였다. 커트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이미 한 손님의 머리를 거의 다 자르고 있었는데, 손길도 섬세하고 믿음이 갔다.
우리나라도 미용실에 가면 수다를 많이 떨듯이, 미용사와 그 남자 손님은 전여친부터 종교얘기까지 쉴 새 없이 떠들었다. 다 완성된줄만 알았던 그 손님의 머리는 30분을 더 만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레귤러 컷 하나에 거의 1시간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았다. 가격이 더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그 사이 우리 뒤에 손님이 2명이나 더 와서 앉았다. 드디어 G의 차례가 왔다.
미용사: 어떻게 해드릴까요?
G: Regular Cut를 하려고 하는데요, 방금 전 그 손님이랑 비슷한 스타일로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G: 아, 근데 Buzz Cut은 뭐죠?
미용사: Buzz Cut은 그냥 똑같은 길이로 짧게 쑥 깎는거에요.
손님1: 내 머리처럼 말이죠.
미용사: 저 손님 머리처럼요. 아주 빠르고 간단해요. 근데 아마 손님 여자친구가 좋아하진 않겠죠?
미용사는 G의 머리를 한올 한올 정성스레 다듬기 시작했다. 장장 50여분에 걸쳐 레귤러컷이 끝났다. 그 사이 수다스러운 미용사와 G는 무슨 얘기를 나눴을까?
(나는 참지 못하고 밖에 나가서 빅시 쇼핑을 하고 왔다.)
완성된 G의 머리스타일은 우리 둘 맘에 쏙 들었다. 스타일링까지 해주어서 그런지, 완벽한 교포스타일이었다. 신난 나는 썬글라스까지 씌워서 요리조리 사진을 찍었다. 미용사와 손님들과 대화도 나누고, 현지 머리스타일까지 겟한 유쾌한 경험이었다. 다음 여행에서는 나도 꼭 미용실에 가서 받아보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