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ays Feb 18. 2018

동갑내기 커플의 미국여행

#6. UCLA와 비버리힐스

 피스모비치에서 든든한 조식을 먹고 출발하여 3시간여 만에 LA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들른곳은 UCLA였다.

 

좌회전하면 UCLA


UCLA (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


 G도 그렇고 나도 대학교까지 한국에서만 쭉 공부를 해왔지만 미국에서의 학교생활을 상상해보곤 했다.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것 중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것이랄까. 미국 유학생 친구들을 만날 때면 그들의 유학 시절을 흥미롭게 들었다. 만약에 나중에라도 정말로 원한다면 대학원이라도 미국으로 가게되지 않을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와서 처음 맞닥드린 곳은 바로 수영장. 날씨가 쌀쌀한데도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나이가 좀 드신 분들도 있었는데, 동네사람들에게도 개방을 하는 것 같았다.



 G와 나는 자전거를 빌려서 캠퍼스를 구경하기로 했다.




 12월 말에도 후리스 하나로 족한 화창한 햇빛을 받으며 자전거를 타고 누비니, 엔돌핀이 절로 솟았다. 확실히 샌프란보다는 따뜻한 날씨였다. 고풍스러운 건물에 웬만한 공원 버금가는 조경과 넓은 캠퍼스. 만약 내가 10대때 이 곳을 견학했다면 미국 유학을 목표로 했을지도 모르겠다.

 기왕 가본김에 구내식당도 경험해 보고 올껄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때의 나는 온통 인앤아웃 버거를 먹을 생각에 학생식당은 아예 생각나지도 않았다.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고, G는 이발을 하러 미용실에 갔다. 미용사가 꽤나 공들여 머리를 자르는 동안, 나는 주변을 혼자 배회하며 깨알같이 쇼핑도하고 기념품숍도 구경했다.

기념품 숍에 있었던 특이한 음료들

 기념품 숍에서는 점원으로 보이는 30대 후반 여성과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내게도 말을 걸었다.


점원: 남자친구 있어요?
          데이트할 때 주로 누가 돈을 내요?
나: 글쎄요, 적당히 나눠서 반반 내는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대답하자, 점원은 "Oh my god! you guys are not having right relationship!"라고 오바하며 훈수를 뒀다. 20대 초반의 여자도 남자친구와 데이트 비용을 분담한다고 대답했던 것 같은데 아마도 그 점원은 남자친구가 전적으로 데이트 비용을 부담한다는 나의 대답을 기대했던 것 같다.


왜 여자가 데이트 비용을 내야하냐는 듯한 투로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나라를 가든지 잘못된 남녀관을 가진 사람들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발을 마친 G가 내게 전화를 해왔고,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 지고 있었다. 숙소에 가기 전에 베버리힐즈를 들르기로 했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로데오거리만 살짝 지나가보는 걸로. 과연 온갖 명품이 가득찬 화려한 거리였다. 베버리힐즈 주택가에 사는 사람들도, 로데오에서 쇼핑을 마구하는 사람들도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이 느껴졌다.

반짝반짝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했던 베버리힐즈


 베버리힐즈 근처 홀푸드 마켓에서 저녁+아침 거리를 사들고 에어비앤비 숙소로 향했다.


 숙소 근처까지는 무사히 갔는데, 다와서 내가 내비를 잘못보는 바람에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가 도착한줄 알고 마침 마중을 나온 숙소 호스트는 밖에서 1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다시 숙소 앞으로 갔지만 익숙하지 않은 좌회전 구조에 길이 헷갈려 다시 숙소를 지나치고야 말았다. 내비도 봐야하는데 와중에 호스트가 전화를 걸어 익숙하지 않은 액센트의 영어로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내비를 봐도 길을 모르겠고 영어도 들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멘붕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운전하고 있는 G에게 통화를 넘겨버렸다.


 차분한 G덕에 무사히 숙소로 왔지만, 그때의 순간은 미국여행 중 나의 최대 멘붕상태로 기억된다. 생각해보니 일전에도 한번 직거래를 할 때 길을 못찾아 상대방이 나한테 전화로 화를 냈었고, G가 대신해서 상황을 해결해줬던 일이 겹쳐졌다.


 나: 아까 진짜 멘붕이었어. 그 사람 만나서는 친절하게 대했지만, 아까 통화했을때 분명 화냈었지?
      신경질난 말투였어.
 G: 맞아. 짜증난 말투였어. 근데 그런걸로 너 기분이 상하지마. 남의 말투나 태도때문에 내 기분이 나빠지는건 억울한 일이야. 제일 중요한건 내 기분이잖아.


 우여곡절 들어온 숙소 내부는 맘에 쏙 들었다. 주방도 큼직하고, 깨끗한 화장실과 넓은 방, 한 벽이 통유리 창으로 되어있는 구조.

플레이팅이 좀 엉망이지만, 나름 스테이크


 미국 여행을 떠나오기 전 걷기 내기에서 졌던 G가 꿀맛같은 저녁을 준비해줬다. 소고기 스테이크로 채운 배도 든든하고 숙소도 잘 찾아왔으니 마음도 편해졌다.

 벌써 잠이 청하기는 아쉽고, 그 유명한 LA코리아 타운으로 밤마실을 나가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