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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ys Feb 28. 2018

동갑내기 커플의 미국여행

#7. LA의 마지막 날


시간은 이미 늦었고 밤늦게 열만 한 곳이 어디 있을까.

LA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한국인이 많은 코리아타운이라면 늦은 시간까지 가게들이 열 것 같았다.


밤에도 사람들로 가득 찬 LA 코리아타운

우리의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이미 늦은 시간임에도 주차해놓은 차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생김새는 한국인이지만 능숙하게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미국인이다. 한국의 동네를 완벽하게 옮겨놓은 듯한 코리아타운에서 (강호동의 삼겹살집, 백종원의 홍콩반점 등 꽤 트렌디한 가게들까지 들어와 있었다.) 한국에서와는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만약에 차가 없었다면 괜찮은 술집에 들어가서 술도 한잔 하고 분위기를 즐겼을텐데, 아쉬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와 잠을 잤다.



드디어 적응한 시차

미국에 도착한 지 나흘 만에 드디어 시차 적응에 성공했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어서 깨어난 우리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산책을 나갔다.


새의 오물 등으로 좀 더러웠던 맥아더 파크


 숙소 근처에 있는 공원까지 걸어서 아침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상쾌했다. 푸른 잔디와 널찍하게 깔끔한 공원을 기대하고 갔던 근처 맥아더 파크는 예상외의 더러운 모습으로 좀 실망스러웠지만 그런대로 산책을 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했다. 앞으로 모든 여행에서 아침 산책 코스는 꼭 끼워 넣고 싶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좀 특이한 광경을 봤다.

끼익-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 찻길을 보니, 어떤 차가 주행을 하는 도중에 보조석 문이 열렸고 보조석에 탄 사람을 운전자가 밀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차가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하게도 보조석의 사람은 몇 초간 매달리며 가다가 겨우 문을 닫고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운전석과 보조석의 사람이 싸우는 중인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차 바로 뒤에는 경찰차가 뒤따라가고 있었다. 얼마 못 가서 경찰차가 앞 차의 사람 둘을 체포했다.


이게 미국의 흔한 광경은 아니겠지만 평생 본 적 없는 위험천만한 체포장면을 하필 평화로운 아침 산책길에서 보고 나니까 마음이 이상했다.


미국은 살기 좋은 나라일까?


집에 들어온 우리는 아침식사를 했다.

 산책길에 사 갖고 들어온 스타벅스 커피와 G가 만들어준 아침식사를 먹으니 세상 꿀맛이었다.

어제 장 봐두었던 레트로트 맥앤치즈도 베이컨도 성공적이었다. 다만 달걀 한판을 사기에는 좀 부담스러워서 우유팩에 담겨있는 Liquid Egg를 샀는데 알고 보니 Liquid Egg "White" 였다. 의도치 않게 노른자는 쏙 빼고 건강식 스크램블 에그를 먹게 되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 Liquid Egg White 한국에서 팔아도 여러 운동인 (+다이어트족)들 한테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삶은 달걀에서 노른자 버리는 친구들 볼 때마다 노른자가 참 아까웠는데...




LA 게티센터 (Getty Center)


 게티센터는 LA에 간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 중 하나다. 화창한 LA의 날씨를 즐기고 전망도 볼 수 있는 데다가 마네, 모네, 고흐 등의 유명 작품들을 무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사실 미술작품뿐만 아니라 벽화나 조각상 등 엄청나게 많은 분야의 전시 작품들이 있는데, 나와 G는 시간에 쫓기는 관광객이므로 유명한 주요 회화 작품을 보고 경치를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다.



스테이플스 센터 (STAPLES CENTER)

 만약 G와 내가 이번 미국 일정에서 조금 더 욕심을 냈었다면, 아마 Golden state warriors나 Lakers의 경기 관람 일정을 하나 넣었을 것이다. 농구의 본고장인데 응원 열기도 직접 느껴 보고 유명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재밌었을 텐데. 아쉬운 대로 기념품센터라도 들렀다.

마음에 드는 티셔츠가 있으면 꼭 사려고 했는데, '이 티셔츠가 이 가격...?'라는 생각이 들어 선뜻 구매하지 못했고 빈손으로 나왔다.



라라랜드 촬영지, 그리피스 천문대 (Griffith Observatory)

 미국에서의 마지막 밤, 일몰을 보기 위해 우리는 그리피스 천문대로 향했다.

사실 이 곳은 샌디애고에 사는 내 친구 S가 고른 장소이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우리는 어느새 서른을 앞두고 있다. 첼로 소리가 좋아 취미로 첼로를 배우게 된 나는 당시 첼리스트를 꿈꾸던 S와 같이 첼로를 배우던 것을 계기로 친해졌다. 그녀는 음대가 하닌 법대를 졸업했고 지금은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이수중인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와 이 곳에서 아들을 낳았다. 나를 잠깐 보기 위해 남편과 아들과 함께 3시간을 달려 LA로 왔다.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라라랜드의 흥행 때문인지 이곳의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었고, 임시로 마련해놓은 잔디 주차장에 줄지어 주차를 하고 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지체되어 있었다.

심지어 임시 주차장에서 그리피스 천문대는 거리가 있어서 걸어가야 했었는데, 이미 중턱에서 S를 재회했을 때는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기에 우리는 정상에 가는 것은 포기하고 중턱에서 일몰을 감상했다.

일몰을 보며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5명의 단체 사진도 부탁해서 찍었다.


일몰 후 풍경과 임시주차장


저녁은 The Grove Mall에 Wood Ranch라는 식당에 갔다. 미국에 오기 전에 G가 가성비 좋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추천받은 곳이다. 립, 스테이크, 샐러드 가격대도 맛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저녁을 먹고 다시 3시간을 달려 샌디애고로 돌아가야하는 S의 가족을 생각하면 시간이 부족했다. 우리는 각자 챙겨 온 선물과 그녀의 어머니가 전달 부탁하신 아기 음식도 주차장에서 엉거주춤 교환했으며, 급하게 셀카도 주차장에서 두 장 찍었다. 짧은 식사 동안 우리는 빠르고 쉴 새 없는 수다를 떨었다.


크리스마스이브 전날인 12월 23일인데다가 토요일이었기에 몰 안에는 사람이 빈틈없이 가득 차 있었다. 식사 후에 변변한 커피숍도 찾지 못하고 헤어져야만 했다. 정말 아쉽고 소중했던 짧은 만남이었다.

Wood Ranch (The Grove점)


S의 가족을 보내고 마지막 밤이 아쉬웠던 G와 나는 내비 없이 LA 시내를 드라이브했다. 시간 상 들러보지 못했던 디즈니 콘서트 홀, 더 브로드 뮤지엄, 차이나 타운 등을 외관이나마 둘러볼 수 있었다. 다시 올 기회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디즈니 콘서트 홀, 더 브로드 뮤지엄, 차이나 타운



집에 들어온 G와 나는 버드와이저의 라이트 버전인 BUD LIGHT를 마셨다. 가볍고 깔끔한 라거 맛이 치즈를 곁들인 크래커와 궁합이 좋았다. 로버트 몬다비인 줄 알고 잘못 구매한 CK 몬다비는 G 혼자 다 마셨다. (비비노 앱에서 와인 평은 아주 낮은 편이었다.) TV 채널에 뭐가 나오는지 구경도 하고 (역시 LA답게 한국 채널이 몇몇개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며칠간 겪었던 이 곳에 대해서 그리고 여러가지 시답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잠들기 직전까지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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