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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ys Mar 04. 2018

동갑내기 커플의 미국여행

#8. 다시 한국으로

 귀국 비행기는 오전 11시였기 때문에, 이 날은 아무런 일정이 없었다.

공항으로 이동하는 시간에 렌트한 차량 반납할 시간까지 고려하면 어차피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좀 더 늦장을 부리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폰을 확인하였더니 비행기 시간이 한시간 지연되었다는 알람이 와있었다. 뜻밖의 여유를 얻은 나와 G는 덕분에 급하지 않은 아침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가 머무른 숙소는 LA의 시내 쪽에 Bixel Street에 위치한 에어비앤비 아파트먼트였다. 주차장 입문뿐만 아니라 건물 대부분의 문을 열려면 키를 갖다 대어야 하는, 보안이 아주 철저하게 되어있는 아파트로 숙소 자체는 깔끔하고 좋았지만 내부 구조가 아주 복잡하고 번거로웠다. 위치도 좋은 데다가 꽤 고급 아파트였기 때문에, 이곳을 좋은 가격에 예약한 나는 여행을 가기 전부터 기대가 컸었다. G에게 몇 번이나 자랑을 했다.

'야외 수영장도 있는 아파트야!'라고.



 아무리 LA지만 12월에 야외에서 수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짧은 LA 일정을 고려하면 수영장에서 논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파트에 머무는 동안 틈만 나면 수영장을 찾기 위해 건물 곳곳을 뒤졌다. 그 아파트는 길 건너의 아파트동과 연결되어있는 다리도 있고, 특정 층에는 아파트 중앙 쪽에 가든까지 있었다. 그 입구 입구를 연결하는 문들이 미로처럼 매우 복잡하게 되어있었기 때문인지 수영장을 찾으러 한참을 돌아다녔는데도 그 문을 찾지 못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숙소를 떠나야 되기 1시간 전. 미국여행을 마무리하는 한 시간 동안 우리가 한 일은 바로 대체 이 아파트에 수영장이 어디에 위치한 것인지 찾아보는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 수영은 어차피 하지도 못할텐데. 우리가 묵었던 이 아파트에 야외수영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보고 싶었을까? 아니면 미로 같던 그 아파트를 헤맸던 시간들이 아까워서 꼭 내 눈으로 수영장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목표의식이 은연중에 생겼던 걸까? 모르겠다.


 우리는 마치 탐정처럼 '아까 2A문으로 나왔으니까, 3B쪽 문으로 가보자'와 같은 말들을 하면서 수영장 찾기에 몰입했다. 그리고 결국 극적으로, 수영장을 찾음으로써 여행의 깔끔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수영장까지 찾아낸 우리는 이제 진짜 떠나야 할 때였다. 마지막으로 숙소를 둘러봤다. 두고 가는 것은 없는지.

그리고 아마도 이제 다시 올 것 같지는 않은, 이미 추억으로 가득 찬 이 숙소를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다.


 얼마 전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집으로 돌아가는 손님들에게 '잘 사세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던 것은 그 정도의 인연이 인생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우연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LA에 다시 오게 되더라도 여러 이유로 이 숙소에 다시 올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가 묵었던 그 방이 더 소중해지고 애틋해졌다.



렌터카까지 반납하고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한 G와 나는 판다 익스프레스와 우마미 버거를 먹으며 이번 여행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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