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브렉퍼스트
누군가 내게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 묻는다면 나는 노력형 아침형 인간이라고 답할 것 같다.
아침이 밝으면 저절로 눈이 떠지는 타입은 아니지만 아주 서서히 습관화하고 있다.
처음으로 해외에 간 것이 스물 세 살 때 교환학생을 가면서였다. 그간 상상만으로 온갖 로망을 키워오던 파리에 살게 되면서 하루하루가 아깝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아침 시간의 묘미를 알기 시작한 것 같다.
오늘 일어날 일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
과제가 떨어지기 전에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
고요함과 활기참
잠을 깨우는 모닝커피
사실 출근 준비로 일분일초가 바쁜 직장인에게 여유로운 아침이란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직장인들이 아침 식사를 건너뛴다. 아침을 꼭 챙겨 먹어야 하는 나조차도 아침식사는 뭘 먹고 싶은지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날 그날 시간과 사정에 따라 과일로 때우느냐, 빵으로 때우느냐의 문제기 마련이다.
갓 구운 빵과 포슬포슬한 스크램블 에그, 버터와 베이컨을 곁들이는 호텔 조식도 좋아하지만
이번 베이징 여행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조식 미포함으로 숙소 예약을 했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도 더 외식 문화가 발달해 이른 시간부터 중국식 아침식사를 많이 팔기에 이를 경험해보기로 한다.
첫날 아침 식사로 뭘 먹을까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크레페처럼 동그란 철판에 지엔빙(煎饼)을 만드는 모습에 눈길을 빼앗겨 사 먹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널찍한 밀가루 반죽을 원모양으로 만든 후, 그 위에 계란, 쪽파, 라장(맵고 쿰쿰한 소스)을 발라 크레페처럼 말아준다. 매콤 짭조름한 라장때문에 중국의 향기가 좀 느껴지긴 하지만 아침에 프랜치 토스트를 먹듯이 별 거부감 없이 느껴졌다.
요거트는 중국어로 쑤안나이(酸奶)라고 하는데, 왜 베이징에서 이렇게 많이 파는지는 잘 모르겠다. 중국사람을이 요거트를 좋아하나? 길거리 노점에서도 종이로 포장한 요거트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반신반의하면서 먹은 요거트는 순두부 느낌으로 약간 묵직한 플레인 요거트 맛. 순식간에 다 먹었다.
둘째 날 먹은 중국식 아침 식사는 정말 티피컬한 중국식 아침 식사였다. 밀가루를 기름에 튀긴 요우티아오와 약간 달달한 콩국 맛이 나는 또우쟝을 곁들였다. 또, 우리나라의 호빵 맛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두인 빠오즈도 중국사람들이 즐겨먹는 아침 메뉴 중에 하나다. 이번에 한가지 처음으로 먹어본 것은 흰죽(아마도 좁쌀죽)이었는데, 곁들여 먹으라고 준 콩으로 만든 짠지가 정말 찰떡궁합이었다.
이렇게 먹으니 전혀 더부룩함 없이 속도 편안했다.
간단한 아침식사 후 85도 소금커피를 한잔하며 걸었다. 달콤하고 소금맛이 나는 밀크폼이 올려져 있는 커피다. 블랙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는 별로지만, 적당히 크리미한 커피가 끌릴때는 제법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커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