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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ys Oct 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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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5


누구도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각자 자신의 레이스를 달려야 해.

그치만 비가 오고 언덕을 오를 때, 숨 차고 힘이 들 때가 오더라도 그 길을 나와 함께 겪는 사람이 너라면 난 이유 없이 자신감이 들곤 했어.

둘 중 한 명이 넘어지면 같이 가슴 아파하고, 손 내밀고 다시 달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면 되니까.

다시 상쾌한 바람에 내리막길이 오면 그 순간을 만끽하고, 언젠가 같이 뛰었던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광경을 얘기하며 즐거워하게 되겠지.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자기 자신도 모르는 모습을 서로가 발견하기도 할 거야. 너도 모르게 찡그리고 있는 것과, 언제 가장 밝게 웃는지 말이야. 많은 변화와 위기를 겪으며 우리 서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얘기하고 서로를 대견해해.


그렇게 뛰다가 뛰다가, 인생의 막바지가 된다면 결국 누군가는 레이스를 먼저 마치고 다른 한 명은 가던 길을 계속 가야겠지만

가슴속에 서로 주고받은 에너지와 그 사람의 모습이 깊게 새겨져 남아있기에, 삶을 계속 살아가도록 강인한 힘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희망했어.



그동안 내게 너는 이미 그런 존재였어. 그냥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일상을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큰 평온과 행복이었어. 너를 만나면서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었고, 너도 점점 멋진 사람이 되어갔어. 긴 연애 시간 동안 쓸데없는 다툼으로 시간 낭비 없이 차곡차곡 우리가 걸어온 길들은 추억으로 쌓여갔어. 생기가 넘치고 웃음이 가득 찼어.


우리는 일상을 즐겁게 보내는 데 집중했지만 그토록 많은 시간 동안 앞으로 어떤 길을 같이 걸어가고 싶은 지에 대해서는 얘기하길 두려워했어. 나는 얘기하기를 회피했고 너는 생각하기를 회피했어.

혹시 우리가 좀 더 대화를 나눴더라면 달라졌을지도 몰라. 사람의 생각은 시시각각 변하니까.

상상을 한 번도 안 해본 것과 해본 것과는 다르잖아. 상상해본 대로 생각의 옵션은 넓어지니까. 어쩌면 오랜 시간 대화를 거쳐 같은 길을 계획하게 되었을지도 몰라.



적어도 지금처럼 갑작스럽게 아무 확신도 없는 채 이렇게 무서운 결정을 내리게 되지는 않았겠지. 내 인생에 얼마나 큰 걸 잃는지 알면서도 헤어지는 이 상황이 정말 맞는 걸까? 혹시 내 잘못인가?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고, 예전 같을 수 없고, 작은 것 하나로도 설렐 수 있었던 내 마음은 건조한 모래알처럼 되어버릴 거야. 아직도 너와 나 사이에 빨간 실이 연결되어 있는 것만 같은데, 내 인생에서 너와 함께한 기억이 20년 10월로 멈춰버린다는 게 정말인가? 나는 감당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없 인정할 수 없다면, 나는 그냥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 버린 끔찍한 일이라 생각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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