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웬일로 기분이 한결 가벼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새우와 올리브를 넣은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살구 쨈 쿠키와 커피까지 후식으로 먹은 후 집에 혼자 있는 주말을 만끽하며 크게 노래를 듣고 온라인 강의도 들었다. 점심에는 불고기, 김치, 양파, 애호박까지 넣어 부침개를 만들어 먹고는 방 청소를 하고, 낮잠을 자고, 골프 연습장까지 다녀왔다.
아직 다 못한 일들을 하기 위해 스타벅스로 향했다. 스타벅스는 벌써 크리스마스 느낌의 MD로 가득 차 있었고, 어느새 겨울 시즌 메뉴가 나와있었다. 다행히 캐롤은 아직이었다. 커피를 마시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뭘 마실까 하다가 마침 시즌 메뉴로 나와있는 아이스 티를 시켰다.
레드커런트가 잔뜩 올려진 음료는 포인세티아로 만든 성탄 리스를 연상시켰다. 달달한 리치 맛이 났다. 기분이 더욱 산뜻해졌다. 티를 마시며 컴퓨터를 한 시간쯤 했던가.
오늘 날씨가 미세먼지 가득이라 흐리고 가을비까지 왔는데, 그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는 눈이 오고 있었다. 모든 게 그대로였다. 나와 함께 있는 너, 내 맘 속에 따뜻함.
잠시 동안이었지만 아주 깊게 잠들었는지 꿈에서 깼는데도 스타벅스에서 온전히 혼자 있는 내 모습이 낯설었다. 혼자 카페 가는 거야 일상다반사지만 그래도 항상 같이 온 거나 마찬가지인 기분이었는데 말이야. 잠이 덜 깨서 몽롱한 채 가방을 싸서 나왔다.
늦가을의 시린 바람을 맞으며 익숙한 길을 걷는데, 바닥에 염화칼슘이 가득하다. 왜지? 눈이 왔던가? 갑자기 눈 오는 꿈을 꿨던 게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아, 오늘 비가 와서 땅 얼지 말라고 뿌렸나 보구나.'
씁쓸하게 침을 삼키고 다시 길을 걷는데 코 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돈다.
나 이제 너 없는 겨울을 맞이하는 거구나, 우리 수많은 추운 날들을 같이 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