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샌프란으로 향하는 비행기
G와 나는 벌써 3년하고도 3개월쯤 연애 중이다.
이번 미국여행은 몽골, 방콕에 이어 3번째 해외 여행이었다.
퇴근 후 급하게 공항으로 향하다보니 체크인 시간이 좀 늦게 되었다. 게다가 좌석이 만석이어서 G와 나는 얄짤없이 떨어진 좌석에 배정받게 되었다.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혼자 앉아야 한다니.. 출장도 아니고 간만의 여행인데..'
비행이 20시간이 넘는 해외 출장도 혼자 쏘다니는 나지만, 이번만큼은 꼭 G의 옆자리에 타고 싶었다.
얼마전부터 심장에 빈맥 증상이 있어 약간의 불안증을 앓고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배정받은 자리에 앉아 짐을 풀지 않고, 내 옆으로 도착하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바꿔줄 수 있는지 물었다.
Excuse me. If you don't mind, Could you change your seat with my friend's?, but It's middle seat.
Sorry. I prefer my seat.
안타깝게도 우리 둘의 자리는 모든 사람이 기피하는 중간석이었다.
포기의 심정으로 짐정리를 하려던 차에, 앞쪽에 앉아있던 G가 내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좌석을 바꿔주시기로 했다면서...
나는 우릴 위해 자리를 바꿔준 20대의 백인 소년에게 진심을 다해 땡큐! 라고 인사했다.
나: 어떻게 얘기한거야? 그냥 바로 바꿔주시겠다고 했어?
G: 바로는 얘기 안했지. 먼저 인사를 했어. 한국말 할줄 아시냐고. 모른다고 하기에, 영어로 일단 통성명을 했지. 그리고는 한국을 여행차 온건지, 재밌었는지 스몰토크를 좀 했어. 성격이 좋더라고. 말도 잘하고. 그리고 그 다음에 솔직하게 얘기했지. 내 여자친구가 저기 앉아있는데 자리를 바꿔줄수 있냐고 말야. 그랬더니 흔쾌히 오케이 하던데?
순간 나는 G가 조금 존경스러웠다. '이자식, Small Talk를 좀 사용할 줄 아는데..?'
예전에 유튜브에서 <공짜로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 받는 법>이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여러가지 팁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건 이거였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직원의 눈을 바라보고, 이름을 물어봐서 이름으로 불러라!'
일단 통성명을 하고 눈을 마주치면
거절할 수 없는 것들이 갑자기 많이 생겨난다.
우여곡절 끝에 옆자리에 앉은 우리는 스도쿠도 하고, 게임도 하고, 예능도 보면서 10시간 비행을 지루하지 않게 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