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계속 되어야 한다.

by 탤미

“더이상은 안될 것 같아.” 남편은 ‘오늘도’ 결연에 찬 의지와는 달리 무덤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제는 진짜 살을 빼야 한다고 말이다. 아마 그 말은 내가 남편과 사귀기도 전 어쩌면 우리가 썸타기도 전부터 그로부터 듣던 말이었다.

심지어 그냥 아는 사이에서 썸타는 사이로 관계가 발전했을 때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들었던 그의 옆모습에서 턱살이 두덩이가 되어 턱의 실종여부가 궁금해진 난 넌지시 물었다.

"다이어트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는 분하지만 또 납득이 되는지 어리광인지 애교인지 모를 거대한 몸짓과 함께

"다이어트 할거라고~~!!"라 말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제는 남편 뿐 아니라 나조차도 웃음이 나오지않게 되었다. 썸타던 당시보다, 한창 잘 먹던 신혼 초보다, 현재 훨씬 더 후덕해진 두 부부의 몸뚱아리가 턱 아래부터 함께 기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다이어트의 염원은 비단 그의 몫만은 아니게 되어 버렸다. 아이 둘을 출산하고 양육하면서 나 역시도 난생 처음 보는 몸무게에 놀랐다가 나중에는 익숙해 지는 스스로에 기겁하며, 남편은 나에게 막 부상하는 “신종돼지”라 칭하게 되었다. “당신은 원조 돼지”라며 분한 마음을 부여잡고 항변해 보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내가 진 것 같은 기분이 들때쯤 나 역시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도저히 스스로의 힘으로는 운동이나 식이로는 살을 뺄 자신이 없어 약의 힘을 빌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단 한번도 운동 외에 다이어트에 돈을 써본적이 없던 내가 지인의 추천으로 가성비가 괜찮아 진입장벽이 낮은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에 약을 짓기로 했다. 한의원에 들어서자마자 대기를 기다리는 다이어터들이 눈에 띄었다. 나처럼 ‘간신히 정상’에 멈추어 있는 사람부터 약간은 과도하게 찐 사람, 보기만 해도 이 장소에 온 것이 납득이 될만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특유의 살찐 사람들의 땀에 젖은 냄새가 시큼하게 코를 감싸안았다. 얼마 전 남편이 “요상한 냄새가 내 몸에서 나는 것 같다”고 했을 때 떠오른 향이었다.




한의원에서 간단히 인바디 측정 후, 현재 나의 체지방, 근육량 등을 체크해 주었다. 그리고 체질별로 약이 다르다고 광고했던 것과는 다르게 정해진 약이 나의 평소 식습관이나 카페인의 민감성에 따라 단계에 맞추어 처방되었다. 처방되었다기 보다는 준비된 약이 나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자세한 성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약 성분이 들어있다는 알약 4개가 15일치로 제공되었다. 책자에는 “식욕억제, 장 기능 도움, 신진대사 촉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한의사와 진료를 보며 식단에 대한 지침을 들었다.

아침은 과일을 마음껏, 점심은 현미밥 또는 잡곡밥과 야채를 곁들인 일반식, 저녁은 밥 양을 줄이고 단백질과 야채 위주의 식사.

듣다 보니, 이건 약으로 빼는 게 아니라 식단으로 빼는 거 아닌가?

‘이럴 거면 내가 왜 돈을 내고 약을 먹지?’ 하는 반항심이 일었지만,

“덕분에 건강해지겠네.” 하고 정신 승리하며 넘겼다.


그리고 의사는 덧붙이기를 “배고프면 절대 참지 마세요. 방울토마토나 오이를 드세요.”

방토와 오이… 두 야채 다 내가 선호하거나 즐겨 먹는 식재료는 아니었다.


남편은 내가 한의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고 식단도 어찌 어찌 먹으라고 했다고 하니, 그 한의원을 비웃으면서 돈이 좀 아까울 것 같다느니, 자기가 나보다 살 더 빨리 뺄 수 있을것 같다고 하며 거드름을 피웠다. 내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당신은 한번도 다이어트 해서 살을 빼본적인 없는 초보이지만, 나는 빼봤자나.”라는게 그가 주장한 자신감의 근간이었다.

우리가 결혼준비할 당시 내가 그에게 살을 좀 빼보는게 어떻겠느냐고 묻자 그도 적극 동감하며 당시 18kg 가까이 감량에 성공했다. 물론 더 과거에는 단기간에 두어번 살을 빼본적이 있다고도 했다.

분한 나는 “왜 살 빼겠다는 와이프의 의지에 초를 치냐”며 따졌고,

그는 웃으며 “응원은 한다”고 말했다. 단, “쉽지 않을 걸?”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 도발 덕분인지 나도 모르게 살을 빼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다.




그리고 현재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25일 정도가 지났다. 그는 그 사이에 다이어트를 ’매일‘ 시작하겠다고 했다. "본격적인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며 비빔면을 먹고, 스트레스 받아서 치킨을 먹어야 할 것 같다며 굽네 치킨을 시켜 먹었다.(굽네는 다이어트 할때 치팅데이로 먹어도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나는 경미하게 약 2kg 정도 살이 빠지긴 했다. 돈을 써서 약을 먹은 것 치고는 드라마틱한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식단을 바꾸고 나름 오이와 방울 토마토를 챙겨 먹으며 신경을 쓰긴 했지만 스트레스 받는 육아 중 먹던 가락이 있어서 그런지 자꾸 허기가 졌다. 무엇보다 운동을 제대로 병행하지 못했다.


매일 다이어트를 새로 시작하는 남편처럼, 나 역시도 “월요일부터는 제대로 운동하자”는 다짐을 반복했다. 역시나 ’다이어트‘라는 녀석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갈망했던, 그리고 성공하길 바랬던 열망만큼 가 닿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매일 살을 빼겠다 다짐하는 남편에게도, 다이어트 전문 기관에 약을 짓는 어느 누구도 비난할 마음이 없다. 과체중이어서 불편을 겪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먹고싶은 것을 먹겠다는 열망'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식욕‘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인류의 절반 정도는 다이어트를 시도해 보았을 것이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살을 빼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의 입었던 바지와 원피스를 부담없이 입을 수 있기 위해서?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부터 시작했지만 다이어트를 하다보니 느끼게 된 건 건강한 다이어트는 결국 건강한 나를 만든다는, 아주 뻔하디 뻔한 결론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나‘가 더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비단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만큼이나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건강한 자아를 회복하게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복습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살이 아닌 건강한 몸과 마음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러니 이 글을 절대 보지 않을 우리 남편에게 전하고 싶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시작 한다는건 "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그러니 우리 매일 다이어트를 새로 시작해 결국에는 꼭 성공하자요! 목표 -1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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