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해내는 것들

by 탤미

토해내다 = [구토]라고도 하며, 보통은 입을 통해 빠져나오는 내부의 불결한 것을 뜻한다. 본질적으로 보면, 인간은 다양한 것들을 몸 밖으로 토해낼 수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몸 밖으로 나오는 모든 것들을 명명하자면 1) 트림을 토해내고, 2) 방귀를 뀌어대고, 3) 눈물을 쏟아내고, 4) 말을 뱉고, 5) 숨을 몰아낸다. 우리가 가진 구멍을 통해 몸 안의 것들을 방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들을 내보내는 데 조금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남편은 나랑 평범한 일상의 대화를 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방귀를 뀌어대고, 나 역시 숨 쉬듯 트림을 내뿜는다. 우리 두 아이는 입력과 출력을 하는 복사기처럼 대변과 소변을 매일같이 해내며, 이를 충실히 이행할 때 칭찬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내보내는 것들 중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유해하다. 공해를 만들어내고, 소음을 일으키고, 비위를 상하게 한다. 인간이 토해내는 대부분의 것들은 타인을 불쾌하게 하기도 하고, 지구를 아프게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숨 쉬고 살아있는 것 자체가 어쩌면 해악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타노스가 인류의 절반을 손가락을 튕겨 '정화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처럼,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좀처럼 깨끗한 것을 내보낼 여력이 많지 않다.

그런데 토해내는 것들 중 유일하게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이다.
입으로 내뱉는 말만큼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유의미한 것을 쏟아낼 수 있다. 긍정의 말, 창의적인 발언, 배려심 있는 언행, 용기를 주는 응원, 아름다운 노랫소리 등. 조금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사람과 세상을 이롭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니까 입 밖으로 무언가를 토해낼 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떻게 말할지’에 대해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런 에너지가 충분치 않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자기 것처럼 흡수해 가는 어린 두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내뱉는 말의 대부분은 한숨과 한탄, 폭언과 패악질이다. 말 그대로 그런 해로운 발언을 토해낸다.


“엄마 말이 우습니?”
“꼭 네 같은 딸 낳아라.”
“엄마가 하지 말라고 그랬지?”
“한 번만 더 하면 때릴 거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 아냐?”
“자꾸 네 마음대로 하면 엄마는 필요 없겠네? 그럼 엄마는 갈게.”


아이를 향해 내뱉는 말속에는 협박과 숨겨진 폭언, 강압과 강요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떼를 쓰고 울부짖으며 소리 지르는 아이를 향해 내가 내뱉는 말들은 쉽게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토해내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그리고 나와 다른 방식으로 예쁜 말로 아이를 잘 타이르는 부모들을 보면 자괴감이 빠지고, 반성하게 되며,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비난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들은 아이가 한 명이라 저렇게 할 수 있는 거야.”
“저렇게 말하면 애들이 아주 자~알 알아듣겠다, 쯧쯧.”
“엄마가 단호해야 하는데 저렇게 다정하게만 말해서 애들 훈육이 되나?”


입 밖으로 내는 말들이 다른 사람에게 타격을 입힌다면, 내재되어 있는 말들에는 나 자신의 내력을 허물어뜨린다. 결국 그 안에 진실은 내 아이에게 유익한 말을 하지 못하는, 또 그럴 여력을 비축하지 않은 스스로에 대한 비난으로 귀결된다. 그런 악순환을 육아를 하며 지속한다.
그런데 오늘 남편이 모임이 끝난 뒤 집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60대 노부부가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것 같다고 하자나? 그런데 아니래, 결국 자기 꼴리는 대로 산대 (웃음). 공부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 하고, 순하디 순한 애도 사춘기 때 돌변하고.”
“결국 내 맘대로 절대 안 크니까 그냥 내버려두래. 근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그래, 아이들은 알아서 잘 큰다고 하던데, 그러니 내가 토해내는 말들이 나의 아이들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만, 딱 그 정도로만 나는 나를 토해낼 것이다. 나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다른 어떤 이들의 다정한 말투로 다감하게 타이르는 고운 엄마는 되지 않을지언정, 나답게 투박하지만 끈덕지게 아이를 보호하며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복달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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