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글'보다는 '말'에 더 가깝게
문체.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문체란, 문장의 스타일입니다. 단문 위주라면 간결체, 그 반대는 만연체. 문장을 꾸미는 수사를 최대한 활용하면 화려체, 그 반대는 건조체.
또 대표적인 문체로 구어체와 문어체가 있습니다. 구어체는 입으로 하는 말에 더 가깝고, 문어체는 눈으로 읽는 글에 더 가까운 문체입니다.
카피에선, 구어체를 선호합니다.
왜일까요? 매체적 특성 때문입니다. 광고는 보통 불특정 시간,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물론 어느 정도 타게팅은 하겠지만)에게 노출되는 콘텐츠입니다. 다시 말해, 누가 먼저 광고를 보겠다고 특정 시간과 특정 장소에서 기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따라서 광고 카피는 읽히기를 기다려선 안 됩니다. 오히려 나서서 말을 걸어야 합니다. 여기 좀 보세요! 제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물론 문어체가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가의 럭셔리 제품일 경우, 나이와 사회적 지위가 있는 타겟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등.)
'토스'의 카피를 볼까요.
사기계좌 자동조회 서비스를 광고하면서 이렇게 한 마디, 던졌습니다.
"사기꾼 여러분, 당신들은 망했어요."
이 정도면, 그냥 모른 척 지나치려야 지나칠 수 없지 않을까요? 게다가 그 도발적인 말투에서, 자신들 서비스의 자신감까지 느껴지지 않나요?
또 다른 예시 하나 더.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비단 저 뿐만일까요. 육아의 지친,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바래마지 않을 그것.
"제발 잠 좀 자라..."
'놀이의 발견'(육아 관련 놀이, 플레이스등을 큐레이션 해주는 플랫폼 서비스)은 이러한 인사이트를 캐치해서 다음과 같은 카피를 내세웠습니다.
"놀다 지쳐 잠들리라"
이거, 가슴을 후비는 인사이트입니다. 그리고 그걸 구어체로 아주 맛있게 표현했습니다. 마치 주문처럼, 기도문처럼. 만약 문어체라면, 저 맛이 살았을까요?
표정이 다양한 친구의 이야기는, 괜히 더 재밌고 더 잘 들립니다.
그게 표정의 힘이겠죠. 카피를 쓸 때도 이러한 표정의 힘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표정은 어떤 문체를 쓰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런 면에서, 구어체는 다양한 표정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친근하게, 때로는 당돌하게, 때로는 오두방정스럽게. 그리고 이러한 디테일을 좀 더 고민하고, 좀 더 가다듬을 때, 여러분의 카피가 '맛있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