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G G Jun 15. 2023

게으름의 변명

다시금 나를 찾아 힘을 내본다.

오랜만에 글을 쓴다. 주말에 우리 아이가 한번 아프고 나니 평범하고 일상적이었던 모든 생활이 올스톱이 되었었다. 그냥 온 신경이 우리 아이 챙겨주는 데 있었으니..


그러다 보니 운동도 스킵, 글쓰기도 스킵. ㅎㅎㅎ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것만 하고 (그래도 식단은 가려서 먹음 )

뭔가 창조적인 것을 꾸며내거나 생각할 여유, 열정을 잃었었다.


약 2주 전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매일 글을 쓰고 싶어서 안달나 있었다.  매순간 머릿속에 온통 '무엇에 대해 쓸까?', '이것을 글로 써보면 어떨까?', '이런 상황에 딱 맞는 단어는 뭐가 있을까?'. '이런 장면 어디서 비슷한 것을 봤었는데 그게 무슨 영화, 무슨 책이었더라?' 등... 무엇이든 어떻게든 글로 연결해보고 싶은 생각뿐이었는데

아이가 아프고 보니 (물론 지금은 다 나았지만 그 당시엔 밤마다 열이 40도에 육박했던.. 몇 날 며칠을 먹지 못해 진짜 포도당에 의존해야 했던... 지독한 감기였다.)  그럴 여유는 마치 사치라도 되는 듯 부릴 수가 없었다. 글쓰기에 대한 내 열정도 쉬이 사그라들었다.

한번 사그라진 내 열정은 다시 피워 오르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게으름만....


엊저녁 브런치 시스템에 의해 내 작가의 서랍에 발행되지 않은 글이 있다며 얼른 발행하라는 알림이 떴다. 통상 출결을 체크해서 장기결석자에 보내는 기계적인 메시지였지만 그 글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잊고 있던 나의 정체성을 다시 찾아 힘을 내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요새 나의 뇌구조는 어느덧 글쓰기는 손톱만 해지고, '우리 반 vip들'이라는 거대한 덩어리가 자리 잡고 있다. 매일 명상하고 마음공부도 하고, 내 무의식도 점검하며 애써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만 막상 감당하기 힘든 여러 사건들이 한꺼번에 닥치고 나면 나도 모르게 그 덩어리들이 커져서 옴짝 달짝 못하고 있는 날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가고 나면 내 마음은 너덜너덜 다 찢어져 있기 일쑤... , 어디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도 없고 내가 자꾸 휩쓸려서 매우 힘든 나날이었는데 그 이유가 내가 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다시금 나를 찾아 힘을 내본다.

나는 작가다.

내 글에는 힘이 있다.

내 글을 읽는 사람과 글을 쓰는 나 자신도 모두 치유해 주는 힘이 있다.




제목에 설명을 덧붙여야겠다.

게으름이 아니라 틈을 못 냈었다고. 나의 바삐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글쓰기를 어떤 틈에 넣어야 할지 몰랐었다고. 어! 하다 보니 시간이 훅 지나버렸다고.....



오늘은 이 정도 쓰려고 한다.  반바닥 정도 썼는데도 이미 내 마음이 많이 치유된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상한 출근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