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천천히, 조금이라도 더 늦게 도착하자
- 내 일상 기록을 위한 짧은 글 -
청화가 방학을 했다. 방학을 하고 2주 동안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여름캠프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어서 여전히 학교를 간다.
다만 평소와 다른 것은 평소에는 아침 8시부터 수업이 시작되는데 방학 때라고 8시 30분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름 캠프 안내장 1번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제일 중요한 내용이므로 1번에 적혀있었겠지??)
1. Students may arrive any time between 8:20 am and 8:30 am (BUT NOT BEFORE).
Please do not drop off students alone at school before 8:20 am.
평소엔 내가 출근하는 길에 청화를 7시 45분에 학교에 내려다 주고 난 다시 차를 돌려 우리 학교로 가곤 하는데 여름캠프 동안에는 청화를 늦게 데려다줘야 하니 내 출근 시간에도 비상이 걸렸다. 나도 늦으면 안 되는데!
그래서!
우리는 나도 늦지 않고, 청화도 너무 일찍 도착하지 않는 절충안에 타협했다.
1. 평소보다 집에서 10~15분 늦게 출발하기
2. 청화를 학교 정문이 아니라 큰길에 내려주기
3. 청화는 큰길을 최대한 천천히 걸어서 학교로 가기
4. 나는 큰길에서 차를 돌려 우리 학교로 출근하기
이렇게 며칠 진행해 본 결과
우선 집에서 나오는 시간이 늦춰졌고, 나는 큰길에서 차만 돌리면 되니 거기에서 5분 이상 시간이 절약된다. 우리 학교에 도착하는 시간도 늦지는 않고 적절했다.
청화는 걷는 시간이 생겨 상대적으로 차로 가는 시간보다 약 5분 정도 더 시간이 걸리게 되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10분 정도는 일찍 도착한다고 한다. 학교 정문 앞 놀이터에서 시간을 좀 보내다가 들어가는데 놀이터에 혼자 있으면 위험할까 봐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그 시각에 노인분들이 운동하러 많이 와있고, 근처 중 고등학생이 등교하느라 많이 지나다닌다고 해서 걱정은 좀 덜었다. 그래도 조금 미안한 마음은 있다.
비 오던 날엔 놀이터에 있기 어려우니까 큰 길가에 있는 파리바게뜨 빵집에 내려준 적도 있다...
이러다 보니 요즘 우리 차에선 매우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평소 같았으면 '빨리, 빨리!!!', '신호야 걸리지 마라.', '앞차야 느리게 가지 마라.' 이러면서 조급하게 운전을 하곤 했는데
일찍 도착하면 안 되는 규칙(?)을 지키느라
'신호야 제발 걸려라.', '내 앞에 천천히 가는 차가 왔으면....', 또 일부로 시속 30킬로 제한된 도로를 이용하기도 한다.
10분 정도 차이인데 마음가짐이 반대로 바뀌니 내 마음이 어찌나 편안한지.... 마음이 급해 난폭운전을 하게 되지도 않고, 괜히 앞, 옆차가 끼어든다고 불평할 일도 없고, 다른 차들에게도 아주 너그러이 양보를 해주곤 한다.
애써 천천히 가려고 노력하는 이상한 등굣길, 출근길이 재미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