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닥닥닥 월요일
우리 집 둘째가 이번 학기부터 학교에 들어갔다. 아침 8시면 시작하기 때문에 집에서 7시 20분에 나가야 여유 있게 학교에 도착한다. 하지만 큰 아이는 괜찮은데 둘째는 아직 내가 챙겨줘야 할 것이 많아서 아침부터 나 준비하고 아이들을 챙겨 아침 먹고 그 시간에 나가는 것은 늘 힘들다. 재촉하고 서둘러야 겨우 겨우 나가게 되는데 빠르면 23분에 나가거나 오늘처럼 늦는 날은 30분이 넘어서야 겨우 나가게 된다. 7시 20분에 집에서 나가리라 하는 우리의 다짐은 거의 지켜지지 못했다.
오늘은 둘째 아이가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좀 오래 앉아있어야 했다. 나 역시 주말부터 뱃속 상황이 좋지 않아서 나가려다 말고 다시 들어와야 해서 아침에 더욱 늦어졌다. 에휴.. 오늘은 어떻게 해도 지각이 분명했다.
얘네 학교는 늦으면 교실로 바로 못 들어가고 초등사무실에 들러서 노란 종이(지각했다는 표시?)를 받아 가거나(둘째 아이), 첫째 같은 경우에는 중학생이라 학생증 바코드로 지각을 처리한다고 한다.
일단 둘째는 뒤도 안 돌아보고 막 뛰어서 교실로 들어가기로 미리 계획을 짜고, 첫째는 악기를 1층에 두고 다시 4층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지각에 초월한 마음으로 그냥 가기로 했다. 나도 아이들을 내려주고 다시 우리 학교로 출근을 해야 해서 마음이 조급했기에 아이들 내려만 주고는 뒤도 못 돌아보고 그대로 출발.
아이들 학교에서 우리 학교 가는 길 역시 만만치 않은 교통체증이 기다리고 있었다. 개학 첫날에는 운전 중에 배까지 살살 아파서 마음고생했었는데 오늘은 그래도 나의 화장실과 여유 있는 출근을 맞바꾸었다. 학교에 늦거나 아슬아슬하게 도착예정이어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배는 안 아프니 살 만했다.
교문 앞에 교장선생님께서 서 계시면 40분에 임박하다는 뜻인데 오늘은 멀리서 봐도 분명히 나와 계셨다. 차 안에서 교장선생님께 눈인사를 하고는 8시 40분을 1분 남기고 무사히 세이프.
더 바빴던 이유는 오늘부터 1교시부터 문화예술 강사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반이 1교시 수업이라 미리 수업할 교실 문도 열어놓고 환기시켜 놓아야 했고, 내가 업무 담당인데 오늘 수업하는 강사 계약서에 수정 사항이 있어 수업 전에 다시 계약서를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교실에 있을 틈이 없었다.
원래 아침엔 마음공책도 쓰고 차분하게 책 읽어야 하는데 오늘은 패스다. 나는 물론 아이들에게 하라는 말조차 할 시간이 없이 교실과 교무실을, 교무실과 수업할 교실을 왔다 갔다 해야 했다. 또 9시 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장구 수업할 교실(다른 건물이라 우산까지 들고 가야 했음...)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그것 챙기는 것만으로도 무척 바빴다.
장구 수업을 가서도 내가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무척 많았다. 장구는 지난주에 아이들과 미리 날라놓았는데 몇 개월 동안 습기 많은 곳에 장구며, 장구채들도 방치되어 있어서 상태들이 많이 안 좋았다. 아이들 수업하면서 나는 살균티슈 들고 다니면서 닦느라.....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교실에 오니 2교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다행히 2교시에 책 읽기로 약속해 두어서 장구는 잊고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나도, 아이들도 같이 책을 펼쳤다. 그렇게 1~2교시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 된 뒤에야 나도 물 한 모금 마실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바쁘면 내가 괜히 마음이 조급해져서 사나워지고, 닥닥하고, 화를 내기 일쑤였는데
바쁘고 늦는 상황이 반복되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맘이 편하다.
브런치에 글 쓸 여유까지 챙길 정도.
그럴 때일수록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뭔가 할 것들이 많아 보여 겁이 날 때에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어느덧 다 되어 있다는 것.
요즘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맘 편히 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