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이나 읽었던 책. '영혼들의 여행'을 지난주에 반납했다.
지난 수요일엔 자동차 점검이 있어 조퇴를 하고 일찍 나갔는데 정비를 하고 나니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흠.. 나에게는 몇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1. 일찍 끝난 김에 집에 일찍 가서 쉰다.
2. 근처의 커피숍에 들러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집에 간다.
3.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 읽기.
예전 같았으면 2. 커피숍으로 직행했을 거다. 근데 왠지 끌리지가 않았다.
1. 집으로 일찍 가는 것도 조금은 고려해 보았지만 집에 일찍 가서 쉰다는 것은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단연코 불가능하기 때문에 역시 패스.
마지막 선택지인 3. 도서관행이 왠지 묘하게 끌렸다. 그리고 '영혼들의 여행' 책도 반납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내 차를 정비하고 있던 곳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을 검색했더니 두 군데가 뜨는데 하나는 어린이 도서관이라 패스하고, 다른 도서관을 향했다. 하필이면 그 도서관이 구청과 같은 주차장을 쓰는 바람에 주차할 곳을 찾아 몇 바퀴를 돌다가 그냥 나와 버렸다.
'아.. 도서관에서 쉬고 싶었지, 도서관 들어가기 전부터 주차 때문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여긴 아니다..'
나는 여기에서 또 선택을 해야만 했다.
1. 내가 안 가본 도서관을 찾아가보는 것
2. 우리 집 근처 도서관에 가는 것
3. 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을 가는 것.
1. 내가 안 가본 도서관에 가고픈 마음이 컸다. 그냥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러 도서관을 네비로 찍어보니 이게 웬걸.. 내가 있던 곳에서는 다 멀었다. 도서관에서 여유 있게 책 읽으며 쉬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집에 늦게 가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패스.
2. 우리 집 근처 도서관? 우리 집 가까기에는 도서관이 두 개나 있는데 한 곳은 주차장에 내려 좀 많이 걸어야 하고, 한 곳은 주차장이 협소하고 심지어 주차요금도 비싸다. (한 시간 무료 그런 것도 없음) 그날은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이어서 책을 들고 우산을 쓰고 걷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혹시라도 책이 젖을까 봐.. 그리고 도서관 주차에 또 한 번 힘을 쓰고 싶지 않아서 두 번째 선택지도 패스.
결국 생각하고 생각하다 결국에는 3. 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나는 우리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도서관을 좋아한다. 그 도서관은 새로 지은 도서관은 아니고 좀 낡긴 했다. 보통 새 도서관들은 어린이 열람실에 아이들로 북적이곤 하는데 거긴 동네에 책 읽는 사람이 많지 않은지 어린이 열람실도 아이들이 거의 없었다. 도서관에 가면 주차할 곳도 넘쳐나서 맘 편히 주차를 할 수 있고, 도서관에 없는 책은 상호대차로 미리 신청하면 되어서 그냥 좋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면 내가 자동차 정비를 위해 기껏 학교를 빠져나왔는데 도서관에 간답시고 다시 학교 쪽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그거 딱 하나였다.
그래도 그 도서관이 나에게 주는 기쁨이 워낙 커서 학교 방향으로 즐겁게 갈 수 있었다.
평상시처럼 도서관에 차를 대고, 걸어서 올라가는 길에서 그 길이 길지는 않지만 약간 마음이 설레고 흥분되는 것을 느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고요한 적막이 내 심장을 뛰게 했다.
하루종일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어떤 날은 귀가 먹먹하기까지 하다. 아이들 활기찬 에너지는 좋은데 가끔은 너무 시끄럽기도 해서 마음이 항상 긴장 상태가 되어있곤 한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조용한 것이 좋다. 방과 후에 아이들이 다 가고 혼자 조용히 일 할 때도. 집에서 조용히 책 읽는 것도. 아침에 고요한 상태에서 명상을 하는 것도....
평화롭고 행복한 느낌을 만끽하며 삼십 분가량 '영혼들의 여행' 뒤에 조금 남은 부분을 다 읽어 반납을 완료하고는 무슨 책을 빌릴까 하는 즐거운 고민도...
영혼들의 여행 읽기 전에는 '상처받지 않는 영혼(마이클 싱어)', '신과 나눈 이야기(닐 도널드 월쉬)', '이 진리가 당신에게 닿기를(돈 미겔 우리스)' 등.. 영성 혹은 명상 쪽 책을 쭉 읽었었다.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눈이 번쩍 뜨이고 삶의 본질적인 이유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 정말 의미 있는 책들이었다. 관심사와 맞고 재미있기도 하고..
영혼들의 여행을 세 번가량, 약 두 달 넘게 끼고 살았더니 이제 좀 다른 장르의 책이 읽고 싶었다. 중간에 학교 도서관에서 '5번 레인'이라는 사춘기 아이들의 풋풋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기도 했었는데 이틀 만에 다 읽어 버렸다. 2~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문학에 엄청 목말라하고 있었나 보다.
처음엔 가볍게 훑을 목적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을 읽을까 하며 찾아보다가 그 라인에서 톨스토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톨스토이는 단편집을 몇 번 읽은 적이 있는데 나 같은 책초짜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 옆에는 도스토예프스키 책들이 쭉 있었는데 정말 유명한 책들이 많아서 책을 들었다 놨다 여러 번 했다. '죄와 벌을 내가 읽어봤었나..?' 잘 기억이 안나는 것을 보면 읽어 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냥 내려놓았다.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결국 안나 카레니나를 집었다. 검색을 해보면 출판사에 따라 최근에 발행된 책들도 있었으나 여기 도서관에 있는 책은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들이었다. 2014년. 1~6권까지 있었다.
책 제목도 낯설지 않고, 톨스토이라는 작가도 좋고, 1~6권까지 있는 장편소설인 것도 다 맘에 들었다. 그렇게 장편은 읽어보지 않았던 것 같은데... 6권짜리라니... 그것도 고전문학이다. 왠지 도전해 보고픈 맘이 들어 흡족했다.
책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어서 인터넷으로 대충 살펴보니 사랑이야기인 듯싶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책 읽기 시간에 읽을 수도 있는데 아이들한테 들려주기 부적절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 수준의 다른 책도 한 권 빌렸다. 그 책의 이름은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이 책 역시 제목은 숱하게 들어왔고, 학교 교과서에도 일부분 실려있는데 정작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책을 빌리고 5일째 되는데 학교에서 책 읽기 시간에만 15분씩 읽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벌써 2/3 가량 읽었고, 안나 카레니나 1권은 주말에 집에 가져가서도 읽어서 절반 가량 읽은 상태다.
오랜만에 문학을 읽으니 나의 브런치 글도 문학처럼 쓰이는 것 같다.
책 이야기는 또 다른 글에서 혼자만의 독서토론을 하고자 한다.
매우 만족스러웠던 도서관 나들이였다.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