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 울음은 뭐였을까.

낭만닥터 김사부 정주행 하다가 쏟아진 눈물...

by The G G

지난달에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를 본방사수하며 다 봤는데 문득 시즌 1부터 다시 정주행 하고 싶은 마음에 틈이 날 때마다 보고 있다. 벌써 시즌 2 중간 회차까지는 본 듯하다.


나는 원래 드라마에 빠지는 스타일이 아닌데 닝만닥터 김사부는 시즌 1부터 다시 볼 정도로 엄청 빠져있다.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시간이 되면 꼭 한 두 편은 그냥 정신줄 놓고 보고, 운전하거나 잠시 짬이 날 때에도 핸드폰을 보며 '아, 낭만닥터 김사부 보고싶다..'할 정도이니 말이다.


시즌 3를 보면서 내가 가장 놀랐던 건 주옥같은 명대사 때문이었다.

그 대사들이 요즘 매너리즘에 빠져있었거나, 무언가에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해주는 말인 것만 같았다.

낭만닥터는 의사와 병원 이야기이지만 교사와 학생들, 학교 이야기로 배경을 바꾸어 들으면 그 상황이나 내가 갖고 싶은 가치들이 어쩜 그렇게 딱 맞아떨어지는지..


또 한편으로는 김사부 같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어른의 부재에 늘 목말라있었던 이유도 있다.

세월이 가면서 한 살 한 살 먹어가 어느덧 어른의 나이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 같이 세상이 두렵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고,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나에게 적절한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진짜 어른이 고팠다고 해야 할까. 하나 더 추가하자면 나도 그런 진짜 어른으로 성장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가슴 한켠에 늘 자리잡고 있는 점도 한 몫 한 것 같다.


암튼 이런저런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낭만닥터 김사부에 푹 빠져있는 요즘이다.


어제 본 스토리는 어떤 젊은 소방관이 주취객을 안내하려다 머리를 맞아 뇌사 상태에 빠졌고, 장기기증 서약서로 여섯 명에서 새 생명을 준다는 내용이었는데 좀 더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었다면 그 여섯 명 중에 살인으로 무기수가 된 사람도 포함되어 살리게 된다는 정도?


그냥 평온하게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뇌사상태에 빠진 소방관을 침대에 뉘이고 그 엄마와 병원 관계자들이 장기이식 수술을 하러 내려가는 장면에서 나는 울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한번 터진 눈물은 꺼이꺼이 할 정도까지 커졌고 쉬이 멈추지도 않았다.

그 뇌사상태의 소방관이 불쌍해서? 그건 아니었다.

그 어머니의 찢어질 듯 아픈 마음이 느껴져서? 굳이 고른다면 내 마음은 후자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내가 갑자기 그 어머니가 된 듯 앞으로 보지 못할 딸, 온전한 모습으로 남지 못할 그 딸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나는 내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많이 받아들였다고 생각해 왔다.

사후세계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천당도, 지옥도 아니고 단지 영이 모습만 바꾼 거라는 것, 현실의 체험이 끝나면 가게 되는 빛과 평화로 이루어진 곳, 영원한 안식이라는 것을 여러 책이나 체험담, 공부를 통해 머리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죽었을 때 마냥 슬퍼하기만 할 필요도 없다는 것도 말이다. 물론 더 이상 실제의 모습으로 볼 수 없다는 그리움은 있겠지만..

그런데 어제는 나의 앎(지식?)과는 별도로 그냥 가슴이 사무치게 아팠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지만 괜히 눈물이 나려고 한다.


뭔지 모를 감정으로 펑펑 울고는 방에 누워 '릴리징'이라는 것을 시도해 보았다. 어떤 사람이 블로그에 자세히 사례를 남겨놨던 것을 봤는데 릴리징을 이렇게 소개했다.

릴리징의 경우,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그 구멍을 통해 폭포수가 쏟아지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라고.


가만히 누워 가슴에 구멍이 나는 상상을 하자마자 나는 또 한바탕 무슨 의미인지 모를 눈물을 꺼이꺼이 내뱉었다. 옆에선 우리 집 둘째 아이가 자고 있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영문도 모른 채 그렇게 쏟아내다가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몸무게가 어제보다 500g이 줄어있었다. 무슨 감정인지 무의식인지 모를 그 에너지가 몸 밖으로 빠져나간 게 분명해..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오늘 학교에서도 (내가 느끼는) 우리 아이들은 이상하리만큼 한결 차분했고, 아이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던 나 역시 전혀 감정에 동요되지도 않았고 모든 일마다 여유가 철철 넘쳐흘렀다. 예전 같았으면 화가 나도 잔뜩 날만한 상황에서 내가 그 중심에 들어가서 분노와 화로 힘들어했을 텐데 오늘은 빠져나와 관찰하는 게 너무 쉬웠다. 마음도 너무 편안했다.

우리 반 가장 화조절이 안 되는 아이도 오늘 하루 종일 트러블에, 욕설에, 소리 지르고 집어던지고 뛰쳐나가는 등 가장 심하면 심한 행동들이 계속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엔 화가 가라앉을 수 있도록 한참동안 품에 꼭 안아주고 집으로 보낼 수 있었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그 장면에서 펑펑 울던 것에서 시작, 릴리징 시도한답시고 잠시 또 꺼이꺼이 울었던 게 전부인데... 암튼 요즘의 일상과 달라도 너무 다른 오늘 약간 어색하다.


궁금하다. 어제 그 울음은 뭐였을까.

내 감정을 비춰주는 현실은 날더러 뭘 보고 알아차리라고 그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