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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G G Aug 11. 2023

화병과 초등교사 사망사건 그 이후..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었던 그 일.

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나의 최대 힐링 포인트인데 그걸 제대로 못해 몸과 마음이 근질근질했었다.


가장 최근에 발행했던, 무려 한 달이나 지난 내 글을 읽어보았다. 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였을까.


그 글에는 그 당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빌려 읽었던 책 이야기와 우리 반 인간형상을 한 괴물들 때문에 하루하루 너무 힘들어하던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다시금 생각해도 진짜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때였는데… 어찌어찌 시간은 지났고 7월 말이 되어 꿈만 같은 방학을 맞았고 지금은 벌써 개학을 며칠 앞두고 또다시 심란해하고 있다.


학교에선 매 학기가 지나면 생활통지표를 작성해야 하는데 아이들의 매 교과의 성적뿐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적인 생활 부분에 대해서도 적어주어야 해서 그간 적었던 매일매일의 학급경영노트를 살펴보니 6월은 한 달 내내 하루하루 시한폭탄 같은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떤 날은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져서 페이지가 부족한 날도 있었다는…

7월이 되면서는 학기 마무리 및 방학맞이 준비로 나도 아이들도 바빠지면서 메모를 6월만큼 많이 하지는 못했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학교에서 유행하는 사자성어로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의 행동과 말, 일어난 일들을 상세하게 적어놔야 교사가 살 수 있다는 뭐 그런 우스갯소리로만으로 넘기기엔 가슴 아픈 말이다.

우리 반에 수시로 욕을 하고 때리고 치고 차는 등 요 주의 문제행동 학생 중 단연 탑 급인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는 욕도 듣지도 보도 못한 아니 막장 드라마나 옛 조폭영화 같은 데서나  들어봄직한 욕설을 잘 내뱉었다. 아이가 한 말을 그대로 학부모에게 알려주어 학부모상담을 하려고 보니 내가 그 욕설을 까먹어서 그 생생하고 리얼한 표현을 제대로 전달을 못해 상담에 있어서 학부모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에 뭔가 부족했던, 너무 아쉬움이 남았던 적이 있었다. 그 뒤부턴 아이들의 욕설이나 폭력, 문제행동 등이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적어놓아야 했다. 처음엔 번거롭고 힘들었는데 하두 그런 일이 잦다 보니 나중에는 수업하면서도, 아이들과 말을 하면서도 메모하는 달인의 경지까지 오르게 되었다.


나도 순탄치 않은 학교생활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던 그때 신규교사의 사망사건은 무척 충격으로 다가왔다. 학교에서 당하는 그런 일들을 나도 똑같이 겪었었고 그 교사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얼마나 힘들었을지 너무 공감되었기에 마음이 무척 아프고 슬펐었다. 같은 초등교사로서 미안했고 서러웠고, 남의 일 같지 않아 불안했고 무서웠다.


초등교사 직군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대체적으로 순둥순둥한 사람이 많고 순종적인 사람도 많은 편이다. 하라는 대로 다 하고 또 하라는 건 왜 그리도 완벽하게들 해내는지… 그래서 웬만해선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속으로만 앓이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 나도 몸담고 있지만 초등교사는 참….. 바보 같은 직종이다.

시대도 많이 변했고, 학생 인권도 시대상에 맞게 고쳐진 건 잘 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교사에게도 무조건적인 수용과 인내, 사명만 요구할 게 아니라 교육이 잘 설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존중의 문화가 세워져야 한다. 학생에게도 인권뿐 아니라 책임도 같이 교육시켜야 할 것이며, 교사에게도 사명감뿐 아니라 존중과 배려, 권위가 필요하다. 우리가 뭐 돈을 바라고 교사가 되었겠나. 우리가 바라는 건 그저 우리가 하는 일들이 이 세상에 중요한 가치로 남는 것일 뿐.  교육의 효과라는 게 하루아침에 보이지 않기에 우리가 가르친 아이들이 훗날 건강한 사회를 구성하는 한 명 한 명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게 우리의 보람이라면 보람이다.


나는 선을 넘어도 훅 넘어버리는 문제행동의 학생생활지도로 하루하루 인내해 가며 버티고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시시각각 말도 안 되는 학부모 민원거리들로 골치 썩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근 이십 년간 학교이야기를 귀가 닳도록 들었을 우리 남편도 학부모민원 사례들을 뉴스에서 접하고는 이게 진짜 사실이냐며 충격을 받았는데 나에게 이런 일들은 너무 비일비재하고 익숙하기만 하다.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들어왔기에.

다른 흔한 교사들처럼 나도 그동안 단순히 운이 좋게 극성맞은 학부모민원은 피하며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나도 학부모와 통화하면서 말도 안 되는 소통으로 흥분하여 큰소리를 낸 적도 있고, 학부모가 경찰까지 불러 교장실 방문한 적도 있었다. 목을 조르고 발로 차는 등 무자비한 폭력도 많았지만 학교폭력 사안으로 번지지 않도록 양쪽 학부모 중재하는 일도 해봤고...  또 몇 해 전에는 학생이 욕설을 자기가 해놓고 되려 나를 폭력교사로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었는데 경찰이 공정하게 한답시고 나를 범죄자 심문하듯 대했을 때엔 정말 너무 억울하고 자존심이 상하여 교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도 들었었다. 그 아이는 그 이후로도 계속된 교사를 향한 욕설 및 수업빙해 등으로 결국엔 교권보호위원회까지 열렸지만 간신히 졸업시켰던 일도 있었다. (할.많.하.않.   이렇게 말하면 설명이 될까...?)


참, 교사란 직업이 이 세상에 촛불 하나 켜는 일일 텐데.. 그 촛불 하나 켜자고 감내해야 할 고통은 너무나도 많다. 여기저기 학생에게, 학부모에게, 악성 관리자에게, 교육을 어렵게 만드는 여러 가지 일들에, 불합리한 시스템까지 시달리고 힘든 일이 많지만 사랑으로 불 하나 밝힌다는 소명만은 꼭 지킬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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