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둘째 날. 책읽고 가볍게 한마디씩.
1학기 책 읽기 프로젝트를 점검하여 좀 더 업그레이드하여 재도전, 2학기 학급경영에까지 전반적으로 적용하기로 마음먹은 이틀째다.
우리 반 아이들은 대부분 아침에 엄청 일찍 오는 편인데 (17명 중 현관문이 열리는 8시 30분 전에 미리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예닐곱. 한두 명 빼면 40분이면 다 도착...) 교실에 오면 자기들끼리 큰소리로 웃고 떠들고 노느라 교실 분위기가 아침부터 산만해지기 일쑤다. 하기로 했던 아침활동들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교사의 통제도 먹히질 않아 아침부터 진땀을 흘리곤 했었다. 아침에 아이들 교실에 들어오는 게 두려울 정도.
이번에는 마음을 먹고 계속해서 책 읽기 프로젝트, 책 읽기 프로젝트만 생각했다. 금요일 퇴근 전 칠판에 준비를 해놓고 갔다. 칠판에 적어놓은 해야 할 일에 나의 마음공책을 적어놓고는 자리에 앉아 나도 책을 읽었다. (우리 반은 아침에 오면 마음공책을 쓰는데 마음공책을 쓰면 곧바로 개인 책 읽기 시작이다.) 잠시 연구실로 복사를 하러 가거나,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교실을 조금이라도 비우면 다시금 왁자지껄 떠들고 뛰어다니는 등 카오스 상태로 돌아왔지만 나는 계속해서 마음공책과 책 읽기를 강조하며 시선을 딴 곳으로 끌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곤 했다. 감정은 빼고 아이들이 책에 주의를 가지도록 신경 썼더니 아이들도 조금씩 책에 주의를 두는 비율이 높아졌다. 몇몇은 여전히 떠들어댔지만.
책 읽어주는 것은 9월부터 시작하기로 해서 다음 주까지는 아이들이 혼자 책 읽기만 진행될 예정인데 책만 읽고 넘어가는 게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벌써 한 학기 동안 책 읽기는 계속 해왔었기 때문에... 오늘은 왠지 아쉬워 책 읽고 난 뒤 미션을 하나 보태보았다. 그 미션이란 책을 읽고는 내가 읽은 책에 대해 한 문장씩 그 느낌을 말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다 되고 내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었다.
"선생님이 읽은 책은 ~~~~~~이야. 선생님은 오늘 ~~~~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아서 너희에게 소개해주고 싶어." 샘플이랍시고 내가 보여준 시범은 아이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말하기엔 약간 길고 복잡한 듯싶더니 역시나 아이들 입은 열리지 않는다.
다시 쉬운 버전으로 시범. 아예 따라 하라고 하면서 연습을 해보았다.
"오늘 내가 읽은 책은 ~~~~~~~입니다. 등장인물은 ~~~~~~입니다. 등장인물 ~~~ 가 ~~~를 했습니다."
이것도 어려워해서 또다시 단순화.
"오늘 내가 읽은 책은 ~~~ 입니다. 등장인물은 ~~~~ 입니다."
두 문장인데 아이들이 우왕좌왕 헷갈려한다. 결국엔 "오늘 내가 읽은 책은 ~~~~ 입니다."만 하는 걸로 넘어가고 말았다.
그래.. 첫날인데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기대하지 말아야지. 책 읽고 발표하는 것도 서서히... 늘려가야겠다.
3학년 부장 3년 차로 올해는 생활지도에 너무 지쳐 교육과정 운영에는 힘을 거의 빼고 운영하고 있었는데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아서 재미없고 의욕 없던 요즘 책 읽기 프로젝트가 살랑이는 봄바람이 되어주고 있다.
독서가 교육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제대로 된 독서는 강력한 힘이 된다는 믿음이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추구하는 책 읽기 프로젝트 방향이 잡혀간다.
점차 3학년 수준보다 좀 더 높은 두꺼운 책 읽기(약 200페이지 도전)로 레벨 업.
아침 책 읽기 후엔 꼭 그 책에 관해 뭔가라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서토론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독서토론, 독서를 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나는 몸소 체험해 봐서 아는데... 이 기쁨을 우리 아이들도 꼭 느껴보게 되면 좋겠다. 꼭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 봐야겠다!!!
책모닝~!
이 말이 무척 맘에 든다.
우리 반 아침인사도 이참에 책모닝으로 바꿔버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