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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G G Nov 08. 2023

이 학교를 떠날 때가 되고 보니

이제야 알게 되는 것들

내가 우리 학교에 근무한 지 찐으로 5년 반이 되었다. 경기도에선 한 학교에 최대 5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데 난 출산에 맞춰 3개월 근무 후 출산휴가를 써서 했더니 바로 잇는 휴직은 2년 반만 써도 이듬해 3월로 정상복직할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8년째 근무하고 있는 셈이 된다. 암튼 내 인생 최대기간 근무하기도 했고 그만큼 많은 일도 있었고 여러 가지 정도 많이 들었지만 여기엔 올해까지만. 내년엔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한다.


마지막 해가 되고 보니 이제야 입을 다물 줄 알게 되었다. 귀는 더 열어두게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회의 시간이나 뭔가를 논의할 때면 각 안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서 준비를 하고, 그렇게 얻은 의견을 자유로이 말하곤 했었다. 거의 전투적으로.. 왜냐하면 우리 학교가, 내가 몸담은 이곳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길 원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학교를 향한 열정과 진심 어린 애정이 상당하였으므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어디에서든 당당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내 모습이 무척 진취적이고 멋져 보이기도 했다. 마치 대단히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 내가 바로 파레토 법칙의 그 20이라며…

오히려 별 말도 안 하고 결정된 대로 따르는 사람들을 보며 그저 생각을 안 하네~ 수동적이네~ 관심이 없네~ 쉽게만 살려하네~ 이렇게 생각하며 답답해하기도 했었다.


그랬던 나인데.

올해에는 공식적인 자리에선 내 생각을,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는 편이다. 나는 곧 갈 사람이니 말하고 싶은 마음을 일단 내려놓고 한발 뒤로 빠져서 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관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바라보니 내가 답답해하던 것과는 달리 누구 하나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 없었고, 어떤 의견이든 다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맞는 말들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고민하여 의견을 내든, 그저 듣고만 있든 학교의 방향은 더 나은 방향으로 완벽하게 잘 굴러가고 있었다는 것.


내가 말하고 싶을 때는 이런 것들이 하나도 안 들리고 안보이더니 말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으니 이렇게 잘 들리고 보일 수가..

하마터면 곧이곧대로 생각했던 내 편견과 아집으로 여러 사람을  평생 오해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다.

또 나홀로 잘난 줄 알며 살고 있었을 것도 매우 끔찍하다.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이제라도 말하는 기쁨보다 듣는 기쁨을 느끼게 되어 참 다행이다. 뭔가 자유로워진 기분이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

튀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욕구.

내가 가진 능력보다 잘 보이려는 포장.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집착.

…. 내려놓을 것들이 또 뭐가 있을까.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내려놓고 흘려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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