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작가들은 '라이킷'에 무척 너그럽다
이 글은 내가 작가가 된 첫 주에 초안을 작성해 놓은 글이다. 그땐 라이킷이 너무 신기하고 선배 작가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었다. ㅎㅎㅎ
지금은 라이킷에 특별히 구애받지 않고 나를 위한 글을 솔직하고 자유롭게 쓴다. 나도 언젠가는 선배 작가들처럼 그릇을 키우기를 기대하며...
내가 글 발행을 하자마자 띠링띠링 울린 소리. 바로 '라이킷'이다.
페북이나 인스타에 좋아요, 하트버튼이 있는 것처럼 브런치 스토리에는 라이킷이라는 게 있어 무척 재미있었다.
아주 초기에는 라이킷 알림 울리는 게 너무 신기해서 새벽까지 라이킷을 받으면 꼭 다시 들어가서 확인해 보는 등 열과 성을 다했었다.
특히 라이킷을 받으면 꼭 그 작가를 클릭해 들어가 보곤 했는데
뭐 하는 사람인지?
어떤 글을 써왔는지?
글도 몇 개 읽어보고,
작가소개나 구독자수, 매 글마다 라이킷 수 같은 것도 괜히 한번 보니 사소한 정보들을 알아갈수록 역시 선배 작가들은 모두 고수들이고 넘사벽이었다. 뭐 그렇다고 기죽거나 의기소침하진 않았고...
라이킷이라는 것을 받으면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Q1. 내 글이 짧지만은 않은 글인데 올리자마자 라이킷을 눌렀다는 말인데... 진짜 읽었을까?
Q2. 그게 아니라면.... 내 글뿐만 아니라 모든 글에 라이킷을 다는 이유는 뭘까..?
Q3. 모든 글에 라이킷을 다는 선배 작가들은... 하루종일 브런치만 하는 건가?
Q4. 밤에도, 새벽에도,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라이킷이 가능한 선배 작가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 얻게 된 답변은...
A1. 아마 내 글을 정독까진 아니어도 대충은 훑지 않았을까?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얼굴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대강 답이 나오듯 글도 많은 글을 보다 보면 대충 훑어도 어떤 글인지 알게 되지 않을까?
A2.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하는 병아리 작가들에게 힘내라는 선배 작가들의 응원의 뜻이 아닐까? 내 글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글을 응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라이킷이 달리니 나도 더 힘을 내서 열심히 글을 쓰고 싶어 진다.
A3. 이 부분은 나도 무척 궁금하다.
왜냐하면 브런치 작가들이 전문 작가도 있지만 자신의 직업이 따로 있는 작가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낮에는 학교에서 교사로 있지만 퇴근하고 집에 가면 엄마로서 육아를 하고, 밤에는 인간이기 때문에 잠을 자야 한다. 나에게 브런치는 브런치를 위한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브런치와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씩 마련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A4. 진짜 진짜 모르겠다. ㅎㅎ
내 글 방문해 준 작가들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나도 그들의 글을 정성껏 읽어보고, 라이킷을 달아주는 것일 텐데 나는 아직 라이킷도 한 번도 달지 못했다. 내 글에 라이킷을 달아준 선배 작가들의 글도 몇 개 읽어본 것이 전부.
많은 글에 라이킷을 달아주는 선배 작가들의 도움으로 브런치 글들이 더욱 활성화된다. 라이킷을 달아준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글에 공감을 해주고, 관용적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좋은 글의 가치는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거꾸로 라이킷을 많이 받았다 사실과 좋은 글이라는 것이 매번 같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라이킷을 달아주는 사람들과는 별개로 다른 사람의 글 보다 자기 글에 더 집중하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줄도, 라이킷을 달 줄도 모르는 나 같은 작가들도 있기 마련이고, 다른 사람의 글에 라이킷을 누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작가가 글쓰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글읽기를 게을리 하는 것도 아니라는 거다.
브런치는 여러 작가들이 꾸려가는 새로운 세상이니 뭐가 더 좋고 뭐가 더 나은지에 대한 가치 판단 자체가 별의미가 없다는 결론.
암튼 브런치를 접하면서 글쟁이들의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자본주의처럼 라이킷이 돈도 아닌데 라이킷의 수가 그 글의 재미와 가치를 정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게중엔 라이킷을 올리는 전략적인 글들도 있었을테다.
아주 초창기엔 나도 내 글에 올려져있는 라이킷이 나를 잠시 흥분상태로 올려다 주었었다. 또 어떻게 해야 라이킷을 많이 얻을 수 있을까 하며 글을 쓸 때 지나치게 읽는 사람만 생각하며 글을 쓰기도 하는 등 잠시 고민 아닌 고민을 해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번 글을 쓰면서 많이 정리가 되었다. 그냥 내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써내려간 중에 평소에 계속 생각해오던 문장도 아니었는데 내가 글을 왜 쓰는지 내 목표와 정체성을 찾게 해준 부분이 있었다.
나는 작가다.
내 글에는 힘이 있다.
내 글을 읽는 사람과 글을 쓰는 나 자신도 모두 치유해 주는 힘이 있다.
내가 왜 글을 쓰는가? 아마 내가 계속 라이킷 수만 신경썼다면 하마터면 제일 중요한 글을 쓰는 나를 놓칠 뻔했다.
나는 지금까지는 내 글을 쓰기에만 바쁘고, 다른 사람의 글을 천천히 음미하여 읽는 여유는 없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여유란 시간적 여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으로 오픈되는 마음이지....)
모든 주제별로 글이 워낙 많고 방대하여 어떤 글을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브런치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는 것도 뭔가 목적에 안맞는 것 같고.
진짜 진짜 솔직히 말하자면 내 글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이 워낙 세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이 행여나 '내가 다른 사람의 글을 먼저 읽으면 내가 지는 거다....?' 하는 말도 안되는 편협한 마음도 한켠에 있었다는 점 깔끔하게 인정!!
다시금 초심을 회복해 본다.
나는 우선 나를 위한 글을 쓰러 브런치에서 작가가 되었다.
나를 배제한 채 다른 사람의 시선만을 의식하는 작가가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한가지 더, 나도 선배 작가들처럼 너그러이 다른 사람들의 글을 편하게 읽고 라이킷으로 응원해주는 관용을 베푸는 작가가 되어야 겠다는 것도.
내가 되고 싶은 작가가 될 날을, 그런 작가가 된 나를 기대해 본다.
내가 처음에 꿈꾸던 다른 사람과 글로 소통하는 날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