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이 녹음파일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핸드폰 스피커를 타고 숲 속에 울려 퍼졌다. 바람이 불어 수풀이 흔들릴 때마다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잭에게 돌아왔다.
'너어언하알수우이써어어어…….'
잭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의 시선은 어디에도 꽂히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잭을 둘러싼 것은 짙은 어둠과 나무들뿐이었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핸드폰 라이트를 켠 뒤 입고 있던 검정 정장 재킷의 가슴 주머니에 꽂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로프를 꺼내 들었다. 클라이밍용 분홍색 로프였다.
잭은 로프를 어깨에 멘 뒤 구두를 벗고 클라이밍 슈즈를 꺼내신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나무의 한 지점을 응시했다. 그 나무는 숲에서 가장 높은 은행나무였다. 아파트로 치면 13층 정도 되는 높이였다.
핸드폰은 넌 할 수 있어! 를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잭은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손을 뻗어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검지와 중지 손가락 그리고 엄지발가락을 이용해서 나무를 올랐다. 잭은 어둠 속의 나무껍질을 더듬으며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은행나무의 나무껍질은 단단했지만 안전하지는 않았다. 나무껍질이 떨어질 때마다 잭은 그대로 굳었다. 처음에는 잠깐이었지만 그 시간은 갈수록 길어졌다. 손가락 마디 끝에 있던 굳은살이 생선 비늘 벗겨지듯 떨어져 나가고 피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잭은 멈추지 않았다.
나무를 절반쯤 오르자 잭은 나뭇가지를 이용해 더 빠르게 나무를 오를 수 있었다. 물론 나뭇가지라고 안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잭의 체중을 버티지 못한 나뭇가지가 부러져 그곳에 있던 새둥지가 떨어지기도 했다. 잭은 잠깐 멈칫했을 뿐 멈추지 않았다.
잭은 결국 정상에 도달했다. 주변 모든 나무들이 그의 발밑에 있었다. 잭의 머리칼과 옷이 바람에 나부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지문인식 센서에 손가락을 올렸지만 피 때문인지 잠금이 풀리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잭은 떨리는 손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려다 핸드폰을 떨어트렸다.
'너어는 하아아…….'
소리는 점점 작아져 나무 꼭대기에서는 들을 수 없었다. 잭은 나무 밑을 바라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하알 수 있어. 나는 하알 수… 있어어…."
잭은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치아가 부딪쳐 나는 소리 때문에 그의 언어는 점점 뭉개졌다.
'나…나나 따닥딱 느…느느으은 딱딱…….'
잭은 어깨에 메고 있던 로프를 나뭇가지에 묶은 뒤 목에 걸었다. 그리고 천천히 미끄러졌다.
해가 뜨기 시작했다. 잭은 은행나무에 열매처럼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그의 주변에서 수많은 은행열매들이 황금빛을 내며 익어가고 있었다.
구린내가 진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