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 소설] 우물 안 까마귀

by 위댛

"노엘, 리암. 이끼나 빨러 가자."

핑이 바위 위에서 자고 있던 노엘과 리암을 깨우며 말했다. 이 앞장섰고 노엘과 리암이 뒤따라 헤엄쳤다. 우물 가장자리에 도착한 그들은 나란히 서서 이끼를 빨았다.


"너희들 잠수 연습은 하고 있냐?"

긴 혀를 날름거리며 이끼를 빨던 핑이 말했다.

"핑, 우리는 너와 달라. 우리는 물속에 오래 있을 수 없어."

노엘이 대답했다. 옆에서 이끼를 빨던 리암도 거들었다.

"그래, 완전 죽을 맛이라고. 나는 이거면 충분해."

"이걸 먹고도 그딴 소리를 할 수 있을까?"

핑은 헛구역질을 몇 번 하더니 이끼를 한 덩어리 토해냈다. 노엘은 인상을 쓰며 뒷걸음쳤지만, 리암은 부리를 박고 냄새를 몇 번 맡더니 이끼를 한 입 베어 물다. 그리 그대로 고꾸라져 경련을 일으켰다.

"쟤 왜 저래? 대체 뭘 먹인 거야!"

노엘이 날개를 들어 몸을 부풀리며 소리쳤다. 핑이 움찔하며 몸을 웅크렸다. 그 순간 리암이 일어나 개굴개굴 노래를 부르며 말했다.

"와 뿅 간다!"

리암의 반응을 본 핑이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입을 열었다.

"물밑에는 더 독하고 품질 좋은 이끼가 많아. 너희 덩치라면 많은 이끼를 가지고 올 수 있어!"

핑이 고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곤 리암의 깃털을 삿대질하며 덧붙였다.

"내 생각에 너희가 잠수하기 힘든 건 그 괴상한 검은 깃털 때문이야. 뽑아버려."

"그래, 쓸데도 없는 거!"

리암이 부리를 이용해 몇 남지 않은 깃털을 뽑기 시작했다. 깃털이 뽑힌 자리에 핏방울이 맺혔다. 노엘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핑이 혀를 내밀어 노엘의 깃털을 뽑으려 하자 노엘은 핑의 혀를 물어버렸다. 핑은 앞발로 물린 혀를 만지작 거리다 말했다.

"언제까지고 네놈들 뒷바라지를 해줄 순 없어. 다른 개구리들 보는 눈도 있고 말이야. 내 말 알아듣겠어?"

그리곤 자기가 토해낸 이끼를 다시 먹더니 리암과 함께 개굴개굴 노래를 불렀다. 둘은 얼마 안 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바닥에 널브러져 잠이 들었다. 노엘은 물에 떠있는 낙엽을 하나 집어 그들에게 덮어주었다. 그리고 그 옆에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울었다.

"까악 까악 까악......"

노엘의 울음소리가 우물 안에서 메아리치다 사라졌다. 노엘은 고개를 숙이고 물에 비친 달을 바라보며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악?"

우물 안에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엘은 빠르게 몸을 웅크려 숨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 누군가 달을 등진채 그림자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노엘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그곳은 안전한가요?"

"안전이요? 누가 누굴 걱정하는 겁니까악? 우물 안에서 뭐하는 겁니까악? 어서 나오세요."

"저는 날 수 없습니다. 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요."

잭이 양쪽 날개를 흔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군데군데 탈모가 진행되어 오돌토돌한 피부 껍데기가 군데군데 도드라졌다.

"당신이 새가 맞다면 그것은 배움의 문제가 아닙니다. 깃털 상태를 보니 영양실조 같군요. 그곳에는 먹을 게 없습니까악? 분명 개구리울음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일단 이거라도 드시겠습니까악?"

그림자는 들고 있던 지렁이를 던졌다. 지렁이가 노엘 앞에 떨어졌다. 노엘은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잠시 바라보더니 빠르게 쪼아서 입안에 넣었다. 노엘은 부리를 부르르 떨며 눈물을 흘렸다.


"벌레, 물고기, 개구리 뭐든 좋으니 단백질을 챙겨 먹으면 태가 괜찮아질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그림자는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노엘은 날개를 휘적거리며 계속해서 아무것도 없는 바위를 쪼아댔다.

"벌레, 물고기, 개구리, 벌레, 물고기, 개구리, 벌레, 물고기, 개구리……"

빈 바닥을 쪼아대며 중얼거리던 노엘의 시선이 점점 핑에게 향했다.

"개구리… 단백질……."


핑은 여전히 이끼에 취해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