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귀찮은 일이 생긴다.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슈크림을 만들 때의 일이었다.
커스터드 크림을 만든 뒤 슈 안에 넣기만 하면 되는 시간이었다. '슈크림 만드는 거 좀 쉽네?' 하며 부푼 슈만큼이나 어깨가 올라갈 뻔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짤주머니에 깍지를 끼고 커스터드 크림을 넣고 있는데 양이 좀 많아 보였지만 한 번에 다 넣고 싶었다. 크림이 다 들어가긴 했지만 들어간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닌 것이 왼손으로 슈를 잡고 오른손으로 짤주머니의 남는 윗부분을 잡고 누르면서 넣어야 하는데 크림이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면서 동시에 위로도 올라왔다. 그때라도 반을 덜어냈어야 했다. '넣다 보면 크림 양이 줄어들 테니까 괜찮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귀찮으니까)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고 슈 안에 얌전히 있어야 할 커스터드 크림은 손은 물론 식탁까지 점령해버렸다. 한 번 짜고 닦고, 한 번 짜고 닦고. 이게 무슨 짓인가! 결국 새 짤 주머니를 꺼내와서 반 씩 담아서 사용해야만 했다.
또 한 가지 생각나는 일은 머핀 틀을 구매할 때였다.
머핀 틀은 있으면 좋다고 생각해서 고르고 있는데 철판 틀은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고 매번 버터칠과 강력분을 칠해줘야 하니 번거로워 다른 것이 없을까 검색해보다가 반죽을 바로 넣어 구울 수 있는 '벌어지지 않는 1회용 머핀 틀'을 발견했다. 심지어 100개짜리인데 가격은 철판 틀의 반값이었다. 이거다 싶었는데 옆에서 언니가 사람들이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면서 일반 철판 틀을 사라고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역시 둘 곳이 없다는 핑계로 '100개 틀 다 쓰고 사보지'라는 생각으로 구매를 했다. 1회용 머핀 틀 첫 개시로는 잉글리시 마들렌을 굽기로 했다. 머핀 틀은 생각보다 크기가 컸으며 오븐으로 들어가자 마들렌이 구워지면서 부푸는데 용기도 함께 벌어졌다. (눈물)
그 외에도 이와 비슷한 자잘한 일들이 참 많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에 할 때 제대로 하는 것이 더 빠른 길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은 반대의 길을 택하고는 했다. 여태껏 인생을 잔머리를 곁들여 살다가 너무나도 정직한 베이킹을 마주하니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재료의 정확한 계량과 온도, 그리고 도구의 사용법까지. 무엇하나 날림으로 하다가는 만들어진 결과물이 대답을 대신해준다.
'내 감을 믿지 말자. 처음 할 때 제대로 하자' 이것이 베이킹을 하면서 얻게 된 가장 큰 교훈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