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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Jan 11. 2021

[그빵사]68. 베이킹 재료&도구 탐구생활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냥 빵을  먹으면  되는 걸까?]
초보  베이커의  만들며 드는 생각들




1. 이것은 욕심이 아니다.


원래 취미 컬렉팅과 장비병은 함께 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 아빠도 그러시던데) 나는 이 두 개를 함께 가지고 있다. 베이킹에도 예외는 없었다. 날이 갈수록 재료와 도구들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자제를 해보려고 매우 노력을 해보지만 그것은 시간낭비일 뿐이었다. 그저 도구가 내게 오는 속도만 늦출 뿐이었다.


내가 베이킹이 요리보다 좋은 이유는 딱 한 가지인데 레시피와 똑같은 재료와 정확한 계량 그리고 순서로 따라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레시피에서 알려준 그 재료가 있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이건 재료 욕심이 아니다. 필수인 것이다. 물론 베테랑들은 성분과 재료의 특성을 제대로 알아 대체할 수 있다지만 초보자들에겐 그럴 리 만무하다. 지난번엔 판 젤라틴 대신 가루 젤라틴을 사용했다가 전혀 다른 질감이 나오기도 했다.


도구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시폰 케이크 틀이 가운데가 뚫려있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라고 한다. (이유는 잘 모름) 파운드케이크를 구울 때 틀 대신 사용할 수 있다는 종이 틀을 사용해보았지만 가운데가 터지지 않고 속도 잘 안 익어서 찾아보니 틀이 열전도율 어쩌고 좁고 긴 모양이 저쩌고 하는 어려운 용어를 보았다. (역시 베이킹은 과학이 맞다.) 아무튼 종이 보단 철로 된 파운드케이크 틀을 써야지 모양도 맛도 나온다는 것이었다. 또한 빵틀의 모양에 따라, 크기에 따라 오븐의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주어야 한다고 하니 (하지만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는 모른다.) 차라리 사고야 말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2. 가격


차라리 사고야 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만약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면 포기라도 할 텐데 베이킹 도구와 재료들은 가격대가 생각보다 저렴하다. 박력분 2000원, 생소한 판 젤라틴도 세일하면 1250원에 살 수 있다. 파운드케이크 틀은 홀리데이 할인으로 3100원에 샀고, 원형틀 또한 비슷한 가격을 주고 샀다. 재료들이 5천 원을 넘기지 않으니 '요즘 코로나라 카페도 안 가는데 커피 한 잔 하는 셈 칠까?'를 231번을 하는 것이다. (과장임) 그렇게 재료를 2천 원, 3천 원씩 담다 보면 어느새 가격은 3만 원이 넘어간다. 인터넷이라면 뺄 수도 있지만 오프라인은 빼도 박도 하지 못한다. 그대로 들고 나와 '친구들 안 만나니까 괜찮아' 하면서 위안을 삼으며 집으로 걸어온다.


3. 꼭 그렇게 하나씩 떨어지더라.


재료들이 한 번에 떨어지지 않는다. 꼭 시간차를 두고 떨어진다. 어제는 강력분이, 오늘은 중력분이 떨어진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둘 수도 있겠지만 자리를 많이 차지함으로 하나씩만 사두는 편이다. 그리고 모든 기본재료들이 갖춰져 있을 때 새로운 베이킹을 하고 싶어 레시피를 찾아보면 꼭 재료 하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파블로바를 만드는데 옥수수 전분 (1200원) 이 없고, 단팥빵을 만들고 싶으면 단팥이 없더니 (통팥앙금 4200원) 애플파이를 만들고 싶을 때는 계피 가루 (마트에서 1200원)가 없다. 코코넛 마카룬을 만들고 싶은데 코코넛 슬라이스(2300원)가 없고 잉글리시 마들렌을 만들고 싶은데 라즈베리 잼(6000원)이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다른 걸 만들어볼까 싶기도 하다가도 다른 재료는 다 있고 그거 재료 딱 하나 없는데... 하면서 옷을 입고 나가서 재료를 사 오게 된다. 운동과 비타민 D가 부족한 나에게 바깥공기를 쐬게 하려는 베이킹 신의 장난인가 싶을 정도이다. 그래도 2천 원 자리 계핏가루를 사고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은 새로운 베이킹을 한다는 기대로 부풀어 올라 발걸음도 가볍다.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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