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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Jan 12. 2021

[그빵사]69. 예쁜 오븐장갑을 샀어요.

한 달 걸린 직구 템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야, 너 캐스 키드슨에서 뭐 샀어?"


방 안에 틀어박혀서 며칠 째 열심히 작업 중이던 나에게 외친 언니의 말은 지금까지의 스트레스를 싹 다 날려버릴 만큼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바로 방문을 열고 나와 오랜 시간 목놓아 기다린 나의 택배를 마주하러 갔다. 하늘색 바탕에 구름과 열기구가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널찍한 비닐이 바로 눈 앞에 보였다. 빨간 글씨로 'Cath Kidston'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는 걸 보니 내 것이 맞았다. 뭐 샀냐는 언니의 질문은 나의 귀를 그대로 통과하여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택배를 받은 기쁨에 심취해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2020년 12월 18일에 결제한 것이 해를 넘어 2021년 1월 12일 오늘 배송을 받은 것이었다. 해외 직구를 해 본 사람만이 나의 마음을 알아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국내 사이트도 있었지만 영국 사이트에서 비싼 배송비를 내고 구매한 이 것은 바로 오븐 장갑이었다. (하하하하)


원래 쓰고 있던 오븐 장갑은 오븐을 살 때 기본으로 들어있었던 네이비 색 장갑 한쪽이었다. 이것도 잘 쓰고 있긴 했는데 한쪽밖에 없으니 오븐에서 큰 팬을 꺼낼 때 한 손으로 잡고 있기 많이 불안한 면이 많았다. 힘을 한쪽으로만 주니까 그만큼 무게가 쏠려서 장갑을 끼고 있음에도 손이 너무 뜨거웠다. 그래서 오븐장갑을 하나 사기로 마음을 먹었고 같은 무늬로 두 개를 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내 마음에 드는 오븐장갑이 없었다. 실리콘 오븐장갑은 광속도로 탈락시키고 면으로 된 것을 보고 있었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오븐을 많이 안 쓰다 보니까 관련 제품도 많이 없는 건가 하고 실망하던 찰나 협탁 위에 무심하게 놓여있던 언니가 지난번 나에게 준(사실은 달라고 한) 캐스 키드슨 핸드 타월이 내 눈에 띄었다. 언니가 생일 선물로 받은 화장품 세트 안에 들어있던 것이었는데 이것도 면이기도 하고 파우치나 천 가방 같은 것도 파니까 혹시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오븐장갑도 검색해보았다. 다행히 이 브랜드에서 오븐장갑을 팔기는 하는데 국내에 들어온 것 중 내 마음에 드는 건 없었고 해외 직구로 살 수 있는 장갑 중에 내 마음에 아주 쏙 들어오는 장갑 하나를 발견했다. (온리원! 넘버원!)


연한 아이보리 색에 누빔이 되어있고 빨간색 꽃이 곳곳에 그려져 있는 무늬로 사이즈도 손목까지 가릴 수 있는 길이로 나에게는 모든 게 완벽했던 오븐 장갑이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했을 때 나오는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다만 딱 한 가지 주춤하게 만들었던 건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가격은 2만 원 정도였다. 여기다가 배송비도 만원 정도가 붙는데 심지어 한 짝 가격이다. 나는 두 개가 필요한데...! 여기는 해외 직구 사이트여서 캐스 키드슨 영국 사이트로 들어가 봤더니 가격이 조금 더 저렴했다. (캐스 키드슨 협찬 아님. 내 돈 내산) 그렇다고 그렇게 많이 싼 건 아니고 몇 천 원 정도 저렴한 가격이긴 했다. 혹시 연말 세일을 하지 않을까 며칠을 기다렸지만 할인도 하지 않았고 (참고로 지금 연초 세일을 하는지 무려 4500원이나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후... 보지 말걸...) , 오븐장갑을 과연 5만 원이라는 거금에 사는 것이 합리적인 생각 인가하는 고민을 열심히 하.....지 않고 그냥 질렀버렸다. 왜냐하면 그땐 연말이었으니까...! 연말 선물로 'From me To me'의 마음으로 구매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게 바로 오늘 오다니!! 2021년 화사한 오븐장갑으로 새해를 아름답게 시작하라는 작년 나의 선물인 것인가! (하하) 작업으로 지쳐있던 내 마음에 에너지를 급속하게 불어넣어주었다. 보기만 해도 예뻐! 아직 이 오븐 장갑으로 베이킹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는 장갑이 얇은 느낌이었다. 바로 베이킹을 해 보고 싶었는데 하고 있는 작업이 마감에 가까워져서 (내일까지 끝내야 한다!!) 빵을 만들지는 못했다. 오늘 안으로 작업을 맘 편히 끝내 놓은 뒤 상큼한 작업으로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브런치에서 읽은 에세이 중에 내가 감탄했던 문장이 있었는데 그것은 '매일 쓰는 물건이 예뻐야 해'라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매일 보는 나를 위한 예쁜 오븐장갑은 매일의 베이킹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내일은 무슨 빵을 만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일단 작업부터 끝내 놓으러 갑니다...(총총총)


너무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오븐 장갑입니다!!

흑흑... 너무 예뻐....ㅠ..ㅠ...! 빨리 빵 만들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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