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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Jan 10. 2021

[그빵사] 67. 허니 케이크

말 그대로 꿀 맛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유튜브 레시피 영상에서 '좋아요'를 눌러놓았지만 원형틀이 없어서 만들지 못했던 허니 케이크를 원형틀이 파운드케이크 틀과 함께 배송이 오자마자 만들어본 이야기이다.


'꿀'이라는 단어를 처음 본 순간 게임 끝이긴 했지만 레시피 영상 썸네일도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어찌나 먹음직스럽게 보이던지 이건 꼭 만들어봐야겠다 생각했던걸 실제로 만드려고 하니 기대감이 가득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제일 먼저 틀에다가 버터를 발라서 냉장고에다가 넣어놓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반죽을 만들기 전에 레시피 영상은 2호 틀(18cm)을 사용해서 재료를 *1호 틀(12cm) 배합으로 바꿔주었다.(*59화. 애플 크럼블 케이크 참고.) 이럴 거면 그냥 2호 틀을 살 걸 그랬나 싶다가도 4인 가족이 깔끔하게 하루 만에 먹을 수 있는 양으로는 1호 틀이 적당해서 귀찮음을 조금 참고 계산기를 가져와서 1.44로 나눈 값을 계산을 했다. 어째 학교를 다닐 때보다 베이킹을 할 때 머리를 더 쓰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


허니 케이크 1호에는 버터가 104g, 설탕이 25g  그리고 꿀이 111g이 들어간다. 사실 꿀 111g 이 얼마인지 가늠이 잘 안 갔는데 마침 쓰던 꿀이 별로 안 남아서 새 꿀을 뜯었는데 이것의 거의 반통이 들어갔다. 이 정도면 혀가 아릴정도의 극한의 단맛이면 어쩌지 걱정하면서도 냄비에 세 가지 재료를 담아서 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자리가 끓고 1분 뒤에 불을 끈 다음 식혀주었다.


다음에는 기본 파운드케이크 반죽이었다. 계란을 푼 곳에 버터, 설탕, 꿀을 함께 녹인 것을 넣고 섞은 뒤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 그리고 소금을 체 쳐서 넣고 주걱으로 섞으면 끝이었다. 역대급으로 간단한 베이킹 목록에 올려도 될 정도로 과정이 매우 단순했다. 이제 160도 오븐에서 40분을 구워주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가운데가 봉긋 솟아오르면서 파운드케이크처럼 한 줄로 터지고 말았다. 원래는 표면이 매끄러워야 한다. 파운드케이크는 터져야 성공인데 이건 터지면 실패라니. 원인은 무엇일까 궁금해져서 검색해본 결과 정확하지는 않지만 반죽 양이 많았을 때 터짐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파운드케이크는 터짐을 위해서 일부러 좁고 깊은 직사각형 틀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또 하나의 베이킹 지식을 습득하면서 왕초보에서 초보로 레벨이 한 단계 높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븐에서 나온 윗면이 터진 허니 케이크를 꺼낸 뒤 식힘망 위에 꺼내 놓은 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옵션인 꿀을 전자레인지로 살짝 녹여서 바르는 일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땐 꿀을 바르는 쪽이 훨씬 더 비주얼이 좋은 것 같다. 썸네일의 윤기 좌르르 한 매력은 마지막에 바르는 꿀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꿀이 굳었을 때 언니와 시식 타임을 가졌는데 8조각으로 나눠서 한 조각씩 먹기로 했다. 버터, 설탕 그리고 꿀까지 많이 들어가서 너무 달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달지 않았다. 심지어 꿀맛도 별로 안 났다. 꿀 향이 조금 첨가된 파운드케이크 같은 느낌이랄까. 꿀이 반통이나 들어갔는데 꿀 맛이 안 난다니! 꿀에 푹 젖은 케이크를 생각했는데 살짝 아쉽긴 했다. 물론 맛은 달콤한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다음날 눈을 떠보니 2조각밖에 안 남은 허니 케이크 한 조각을 커피와 함께 아침 대용으로 먹는데 정말 너무나도 놀라웠다. 하루 숙성된 허니 케이크는 내가 기대했던 그 '꿀' 케이크였다. 꿀의 풍미도 훨씬 살면서 촉촉한 게 폭신폭신했던 어제와는 식감부터가 달랐다. 어제와 다른 의미로 아쉬웠다. 하루 지나서 먹을걸! 다음에 한 번 다시 만들어서 하루 숙성되어서 먹어보기로 했다. 기다리는 자에게는 복이 오나니!



윗면이 봉긋하게 솟아올라서 한 줄로 터진 허니 케이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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