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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Dec 19. 2020

[그빵사]48. 초코 크랙 쿠키

선 넘네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처음으로 쿠키 종류를 만들었던 것은 하필이면 난이도가 높았던 스모어 쿠키였다. 심지어 베이킹을 시작하던 극초반이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렵게 느꼈던 것 같다. 쿠키 종류는 재료도, 공정도 많은 레벨이 높은 베이킹이라는 인식이 박혔었다.


어느 날 점심을 먹고 난 후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달달한 디저트가 먹고 싶어서 레시피를 검색해 보려고 유튜브에 들어갔다가 메인 추천 영상에 떠있는 크랙 쿠키를 보게 되었다. 자주 추천 영상으로 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은 저건 너무 어려울 거야 하면서 지나쳤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썸네일이 눈에 쏙 들어와서 일단 영상을 보기로 했다.


언뜻 보면 4가지 맛을 한꺼번에 만들다 보니 재료도, 공정도 복잡해 보였지만 한 가지 종류만 만들 시에는 굉장히 간단한 레시피였다. 기본 버터 반죽을 만들어서 원하는 맛에 따라 가루 재료를 추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한 번 도전 해보기로 하고 재료들을 준비해보았다. 베이스로 사용하는 버터 반죽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버터에 설탕을 넣고, 노른자 한 개에 소금, 바닐라 에센스를 넣고 손 거품기로 섞으면 끝이었다. 초코맛을 만들고 싶으면 베이킹파우더, 아몬드 파우더, 박력분, 베이킹 소다에 코코아 파우더를 넣고 한 번에 체 쳐서 버터 반죽이랑 섞어서 냉장고에서 30분 동안 휴지 시키면 완성! 핸드믹서도 필요 없고 설거지 거리도 별로 나오지 않았다. 새삼 쿠키가 이렇게 간단한 거였나 하고 그동안 눈길도 안 주었던 것에 대해서 참 아쉬웠다.


30분이 지난 진한 갈색의 반죽을 꺼내서 8등분을 한 뒤에 작은 사이즈로 통통한 초코파이 모양으로 만들어서 오븐 팬 위에 간격을 떨어뜨려서 팬닝을 하고 오븐에 넣어주면 된다. 점점 옆으로 퍼지기 시작한 쿠키는 시간이 지나면서 겉면이 모카빵처럼 갈라져서 썸네일에 나오는 크랙 쿠키의 모습이 되었다. 오랜만에 베이킹이 완벽하게 잘 되어서 너무 기뻤다. 빨리 먹어보고 싶지만 쿠키는 충분히 식혀주어야 바삭하고 맛이 좋다는 스모어 쿠키 때의 교훈으로 식힘망 위에 올려놓고 10분 정도 식혀주었다.



만져보았을 때 딱딱한 느낌이 들자마자 바로 한 입 먹어 보았는데 시중에서 파는 과자 사브레와 식감이 비슷하면서도 풍미는 전혀 달랐다. 사람들이 말하는 '달지 않은 디저트'가 바로 이 크랙 쿠키인 것 같았다. 가족들의 반응은 스모어 쿠키 때보다 훨씬 좋았다. 스모어 쿠키는 처음 먹어보는 거라 신기함이 좀 더 컸던 것 같다.


크랙 쿠키를 성공적으로 만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껏 첫 번째 경험만을 토대로 내 한계를 결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쿠키 종류와 레시피는 천차만별일 텐데 딱 하나의 영상을 토대로 쿠키는 어렵다고 정한 것처럼 말이다. 베이킹뿐만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태도도 그러했던 것 같다. 아마 그렇게 살고 있어서 삶의 일부분인 베이킹에서 그런 경향이 나타났을 것이다. 20대 때 다채로운 경험을 해보았던 건 분명 좋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어찌 보면 너무나 미성숙했던 그 시절의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 많은 것들에서 '나는 못해'라며 선을 그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크랙 쿠키처럼 내가 만들어낸 실체도 없는 한계의 벽을 만나게 된다면 이제는 한번 깨 볼 용기가 생겼다. 스모어 쿠키를 만들 때와 크랙쿠키를 만드는 지금이 다르듯이 20대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다르고, 단 한 번의 경험만으로는 알 수 없는 더 좋은 것들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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