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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Jan 03. 2021

[그빵사]60. 커피콩 쿠키

쉽고 간단한데 귀여운 게 만들고 싶을 때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사람 마음이 참 그런 게 스모어 쿠키 만들 때만 해도 쿠키는 베이킹 중에 가장 난이도가 높은 줄 알았건만 크랙 쿠키의 성공 이후 가장 쉽게 만드는 종류가 되었다. 새로운 베이킹을 하고 싶은데 간단한 것을 만들고 싶을 때 떠오른 것이 '쿠키'였으니 말이다. (웃음)


어떤 쿠키를 만들까 하고 레시피를 검색하고 있는데 르뱅 쿠키는 스모어 쿠키만큼이나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것 같고, 버터링은 별로 안 끌리고, 아망디오 쇼콜라 쿠키는 아몬드가 없고 이것저것 다 제외하다 보니까 검색 목록에서는 딱히 끌리는 게 없었다. '좋아요'를 눌러놓은 목록까지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 나중에 만들어 보고 싶은 것으로 눌러놓은 '커피콩 쿠키' 만들기 영상을 발견했다. 아마 썸네일 보고 만들어보고는 싶었는데 쿠키는 어려울 것 같아서 좋아요만 눌러놓았던 것 같다. 바로 이거다! 싶어서 커피콩 쿠키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재료는 크랙 쿠키와 거의 비슷했는데 설탕 대신 슈가파우더를 쓰고 옥수수 전분과 코코아 가루가 들어갔다. 먼저 인스턴트커피 가루를 뜨거운 물에 녹여서 식혀놓고, 이젠 너무나도 버터 쿠키 반죽을 만들기 시작했다.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놓아서 말랑해진 버터를 손 거품기로 풀고 슈가파우더와 계란을 차례대로 넣고 섞은 뒤 만들어놓은 커피액을 넣어 색이 진해지면 박력분, 코코아 가루, 옥수수 전분을 넣고 섞으면 된다. 진한 갈색의 반죽이 만들어지는데 손으로 꾹꾹 눌러서 반죽을 길쭉하게 만든 다음에 끝에서부터 8g씩 떼어서 타원형 모양으로 만들 주었다. 조용히 부엌에 앉아서 콩 모양을 무언가를 만들고 있으니 가족들이 부엌에 올 때마다 궁금해야 하면서 뭘 만드냐고 물어보았는데 맞춰보라고 했더니 다들 초코볼로 추측을 했다. 다시 보니 모양이 비슷하긴 한 것 같긴 했다. 여기서 스크래퍼 혹은 칼로 가운데에 자국을 내주니 비로소 커피콩 같은 모양이 되었다. 

이 작업은 너무 재미있었는지만 무려 40개나 만들었더니 조금 힘이 들긴 했다. (다음엔 반죽 사이즈를 키우기로!) 이제 반죽을 담은 그릇에 랩을 씌워서 냉장고에서 50분 정도 굳혀준다. 빨리 만들고 싶어서 이 작업을 생략해도 되나 하고 검색해보았더니 쿠키 반죽을 차갑게 굳혀주지 않고 오븐에 구우면서 퍼진다고 한다. 커피콩 모양을 예쁘게 만들려면 필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냉장고에 넣고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후 반죽을 팬에 옮겨 담고 낮은 온도에서 15분을 구워주었다. 오븐에서 꺼냈을 때 겉면이 크랙 쿠키처럼 좀 갈라져서 다시 레시피 영상을 자세히 보니 갈라지는 게 맞는 것 같았다. (휴)


식힘망 위에 쿠키를 놓고 식히고 있는데 작은 콩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쿠키는 식힐수록 더욱 바삭하고 맛있으니 바로 먹고 싶어도 참고 기다렸다. 만져봤을 때 뜨뜻함이 사라졌을 때 한 알을 먹어보았더니 정말 고소하고 뒤끝이 커피맛이 나면서 씁쓸한 것이 계속해서 먹게 되는 그런 맛이었다. 컴퓨터 하면서 두세 개, 티비 보면서 몇 개씩 먹고 나니 많아 보이던 커피콩 쿠키는 금세 사라지고 말았다.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담아두었던 레시피였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성공할 줄이야. 역시 뭐든 해봐야 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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