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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Jan 04. 2021

[그빵사]61. 호떡

이것도 만들 수 있나요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나 호떡 만들어줘"


날이 추웠던 어느 날 언니가 나에게 주문을 했다. 호떡이라니. 언니는 정말 예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많이 만들어달라고 한다. 붕어빵과 더불어서 겨울철 길거리 음식 투톱인 호떡을 과연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건가? 호떡 믹스라도 사 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며 일단은 레시피를 검색해 보기로 했다.


호떡은 제과 쪽일 줄 알았으나 제빵의 영역인 듯하였다. 생각보다 재료는 간단했는데 중력분, 드라이이스트, 식용유, 소금, 설탕, 미지근한 물만 있으면 호떡 반죽을 만들 수가 있었다. 속재료로는 황설탕, 흑설탕 그리고 다진 호두를 넣는데 호두가 없다 보니 제외하기로 하고 만들어 보기로 했다. 반죽은 중력분을 볼에 담은 뒤 다른 재료들을 넣고 반죽을 해 주었는데 계란 대신 식용유를 넣는 것이 색달랐다.  반죽을 만든 후 랩을 씌워서 따뜻한 방 안에서 발효를 시켜 주기로 했다. 2배가 될 때까지 놓으면 된다고 했는데 설거지는 물론 분리수거도 해야 했고, 집에 계란도 떨어져서 마트에 가서 장을 봐왔더니 대략 1시간 40분 정도가 걸렸다. 방안에 들어가니 술냄새가 났다. 발효할 때 술냄새가 나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반죽을 가져와서 랩을 벗겼더니 반죽이 동그랗게 커진 게 아니라 볼에 가득 퍼진 채로 구멍이 송송송 뚫려있었다.(눈물) 그래도 살려보겠다고 주걱으로 슬슬슬 뭉쳐주니까 좀 많이 질었지만 내가 알던 반죽의 모습으로 돌아가긴 했다.


속에 넣는 재료로는 흑설탕, 황설탕을 계량해서 섞어주었다. 언니가 여기에 계피가루도 넣어달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레시피 영상에는 없던 재료다 보니까 까먹고 말았다. (언니 미안) 프라이팬을 달군 후 손에 식용유를 바르고 반죽을 손바닥만 하게 떼어서 펴준 후 설탕을 넣고 만두처럼 감싸준 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붓고 반죽을 올렸다. 워낙 반죽이 질어서 식용유를 발랐음에도 손에 계속 달라붙어서 속을 넣는 것이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지지 직하고 굽는 소리가 들리니 걱정 가득이었던 마음이 조금씩 기대로 바뀌었다. 여기서는 언니가 도와주었는데 뒤집개로 호떡을 꾹꾹 누르면서 골고루 구워주었다. 동그란 모양으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게 제법 호떡 같이 생겨서 너무 웃겼다. 호떡을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니!


내가 만든 반죽으로는 호떡 5개가 나왔다. 몇 개는 터져서 설탕이 녹아흐르긴 했지만 모양은 꽤나 호떡(?) 같았다. 계피핏가루를 뿌리지 않은 것을 아쉬워한 언니를 위해 속을 넣고 남은 설탕에 계피가루를 넣어서 따로 찍어먹을 수 있게끔 준비했다. 사실 속에 설탕이 많이 안 들어가서 찍어먹는 게 훨씬 맛있었다. 아빠께서도 설탕을 잔뜩 찍어 드시는 거 보니 확실히 속이 많이 부족한 것 같긴 했다. 호떡은 두 번은 안 만들 것 같은데 (사 먹으면 천 원) 길거리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먹었다는 경험으로는 너무 재밌었다. 이젠 거리를 가다 보면 호떡을 파는 모습이 보이면 '나는 만들어먹었지 훗훗'하면서 이 날의 경험을 떠올리며 볼 때마다 즐거워하고 있다.



그래도 꽤나 맛있었던 호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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