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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Jan 05. 2021

[그빵사]62. 애플 파운드케이크

왜 또 사과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빵을 사 먹으면 안 되는 걸까?]
초보 홈 베이커의 빵 만들며 드는 생각들




사과와 베이킹에 정말 어울리는 과일인 건 맞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자주 해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애플파이, 애플 크럼블 케이크 그리고 애플 파운드케이크까지 해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집에 남은 사과 해치우기! 지난번 애플파이를 만들고 나서 사과 2개가 남았었는데 다음날 애플 파운드케이크를  만들려고 찾아보니까 엄마께서 드셨다고 했다. 그것도 2개 모두...! 어떻게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드시나며 장난반 진심반으로 찡찡거렸더니 마트에 가셔서 사과가 10개나 들은 묶음을 사 오셨다. (너무 찡찡댔나)


보통 베이킹에 사과 1개가 들어가니 파운드케이크 두 번, 파이 한 번, 크럼블 케이크 한 번 해서 총 4번을 했는데도 사과가 4개나 남아있었다. 연속으로 베이킹을 한 게 아니기에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미 그냥 깎아서 맛있게 먹을 골든 타임이 지나고 쭈굴쭈굴 퍽퍽해진 사과는 내가 사달라고 했으니 내가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오늘은 사과 처리도 할 겸 애플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매번 사과를 한 개를 넣곤 했는데 오늘은 두 개를 넣어볼 생각으로 사과를 깎고 조그맣게 썰었다. 그런데 막상 썰고 보니 사과가 너무 많은가 싶어서 한 개 분량만 넣기로 하고 나머지는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이젠 능숙하게 사과 조림을 만들고 미리 꺼내 둔 버터를 핸드 믹서기에 돌리는 것을 시작으로 금방 반죽을 만들었다. 얼마나 깊은 보울을 사용해야지 반죽이 안 튀어나오는 걸까, 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영상에서는 어쩜 그렇게도 반죽이 얌전하게 핸드믹서에 몸을 맡기는 걸까 이런저런 재미난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반죽에 사과조림과 함께 우유를 넣고 섞어주었다. (원래는 생크림을 넣어야 하지만 없어서 우유로 대체했다.) 170도의 예열한 오븐에 넣고 40분 타이머를 맞춘 뒤 오늘은 설거지하기가 귀찮아서 식기세척기에 사용한 모든 용기를 다 넣고 돌렸다. (캬)


파운드케이크의 묘미라면 바로 케이크가 전체적으로 부풀어 오르다가 나중에는 가운데만 볼록 솟아오른 뒤 한 줄로 갈라지는 것인데 성공적으로 가운데가 갈라져있으면 파운드케이크는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오븐 근처에만 가도 진한 빵 냄새가 진동을 해서 서성이면서 냄새를 맡다가 5분이 남았을 때 꼬치 테스트를 해 보니 묻어 나오지 않아 오븐에서 꺼내 주었다. 탄 곳도 없고 가운데가 솟아올라 한 줄로 멋지게 갈라진 것도 그렇고 골고루 구워진 것이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다. (훗훗) 30분 동안 틀 안에 그대로 두었다가 꺼내서 식힘망 위에서 또 한 번 식혀주었다. 적당히 식은 직사각형의 파운드케이크 끝 부분을 잘라서 맛을 보았는데 만들 땐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사과조림이 더 들어갔어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리고 레몬즙이 없어서 이번에도 제외를 했는데 사과가 시간이 많이 지나서 더 그랬던 건지는 몰라도 새콤한 맛이 없어서 조금 아쉽긴 했다. 새콤달콤한 사과조림이 씹히는 게 애플 파운드케이크의 매력인데! 그래도 케이크는 아주 만족스러울 정도로 맛있어서 잘 나와서 같은 메뉴를 다섯 번 이상 만들어야지 그제야 제대로 나오는 건가 싶었다. (두 번째가 고비임) 이젠 제법 베이킹이 능숙해진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남은 사과는 세 개. 애플파이도 만들어보고 파운드케이크도 한 번 더 만들어보고 아무튼 야무지게 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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